방 개수·면적따라 저작권료 책정
영업 못해도 매달 수십만원씩 내
음악전문가들도 "책정 기준 황당"
영업 못해도 매달 수십만원씩 내
음악전문가들도 "책정 기준 황당"
코로나19 확산으로 영업이 중단된 와중에도 노래방이 음원저작권료를 징수당하고 있다. 매달 적게는 수만원에서 많게는 수십만원까지 비용을 내고 있는 노래방 업주들은 부당함을 호소한다. 저작권료는 음원 사용에 대한 대가임에도 영업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까지 내야하는 게 문제라는 입장이다. 업주들은 협회를 결성해 지자체와 징수주체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 등에 입장을 전달한 상태다.
"영업도 못했는데 사용료 내라니"
17일 보건당국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코인노래방은 94일째, 일반 노래방은 한 달 째 영업을 중단하고 있다.
매달 임대료 등 고정비만 수백만원에 달하지만 지원은 충분치 않다. 정부의 재난지원금과 방역지원금, 지자체별로 지급하는 위로금 등을 모두 합쳐도 한 달 임대료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태반이다.
임대료를 제외하고 노래방 업주들이 매달 지출하는 고정비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항목은 음원저작권료다. 작곡·작사 등 음악 관련 저작자가 자신의 저작물 사용대가로 사용자로부터 받는 돈이다. 방송, 대중시설, 노래방, 음원스트리밍업체 등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음저협이 저작권자를 대리해 징수하는 게 일반적이다.
문제는 저작권료 책정 기준에 있다. 노래방이나 대중시설이 음악을 사용한 대가로 저작권료를 낼 때 실제 사용한 음원이 아닌 영업장의 면적에 따라 돈을 내고 있는 것이다. 노래방의 경우 방 개수와 그 면적에 따라 매달 내는 저작권료가 책정된다. 음저협은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에 따라 노래방 방 1개당 면적별로 5000~8000원까지 저작권료를 징수한다. 방이 평균 20개가 넘는 코인노래방은 최소 10만원 이상 저작권료를 매달 지불한다.
업주들은 영업중단으로 매출이 없음에도 음원비용까지 내는 게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서울 양천구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업주 한모씨(50대)는 "영업중단이 계속된다는 뉴스를 받고 가뜩이나 기분이 안 좋은 판이었는데 저작권료 내라고 독촉문자까지 와 다 그만두고 싶더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도 모르는 저작권료 책정방식
음저협은 규정에 따라 영업을 하지 않는 기간을 반영해 할인과 이미 징수한 저작권료를 소급 반환하고 있다고 해명한다. 개별 업소의 영업중단 일수를 파악하기 어려운 탓에 즉각 반영이 어려울 수 있지만 규정에 따라 진행한다는 것이다.
음저협 한 관계자는 "영업일수가 10일에서 20일 사이라면 사용료를 50% 감면하고, 10일 미만이면 면제하는 규정이 있다"며 "이번 달부터는 반액만 청구하는 경우도 많고 시일이 지난 경우엔 소급해서 돌려받을 수 있게끔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업중단 기간 동안 저작권료를 징수하지 않고, 일부 징수가 돼도 돌려주므로 업주들의 오해란 입장이다.
근본적으로 징수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부 작곡가와 변호사, 업계 전문가들은 "노래방 저작권료는 실제 곡 이용실적에 따라 징수돼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 중 상당수가 "영업이 없는 상황이라면 저작권료 징수도 없어야 하는 게 맞다"는 입장을 내놨다.
업계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나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폐업 기로에 선 자영업자들이 많은 만큼 협회의 움직임만 기대하고 있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임의연 변호사(법무법인 삼환)는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는 '음악저작물의 이용'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영업이 아예 없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사정은 살피지 않고 계속 (저작권료를) 징수하는 건 저작권법의 목적에도 반한다"며 "전대미문의 위기인 만큼 별도의 특별규정을 만들어 구조적으로 감면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게 타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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