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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없이 떠나는 순례길, 신안 섬티아고 [Weekend 레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18 04:00

수정 2020.09.18 04:00

fn투어 '우리끼리 함께 떠나는 선교역사탐방'
'천사의 섬' 신안 기점·소악도
예수의 12사도 이름 딴 작은 예배당 12개
그리스 산토리니·프랑스 몽생미셸 느낌 물씬
두명만 들어가도 꽉차 오롯이 나에게 집중
종교 상관없이 기도·명상·휴식공간으로
【신안(전남)=조용철 기자】 스페인에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이 있다면 전남 신안에는 12사도 순례자의 길이 있다. 전라남도는 2017년 기점도와 소악도를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했다. 증도면 주민 중 90% 이상이 기독교인이라는 점과 한국 교회 역사상 첫 여성 순교자인 문준경 전도사와 관련된 풍부한 역사문화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점을 주목해 주제를 '순례자의 섬'으로 정했다. 위안이 필요하거나 삶에 지친 사람들을 위해 '하루종일 아무 일도 생길 것 같지 않은' 곳에서 기도를 하거나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순례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12개의 작은 예배당 프로젝트에는 강영민, 김강, 김윤화, 장 미셀 후비오 작가 등 모두 11명의 공공조각 및 설치미술 작가들이 참여했다.


신안군 앞바다에는 보석처럼 박힌 4개의 작은 섬들이 노둣길로 연결돼 있다. 노둣길이란 전라도 방언으로 '징검다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대기점도,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까지를 일러 기점·소악도라고 부른다. 썰물 때에는 병풍도, 대기점도, 소기점도, 소악도, 신추도 등 다섯개의 섬이 노둣길로 연결되면서 하나의 섬으로 변신한다. 반면 민물 때에는 다시 5개의 섬으로 바뀐다.

예배당은 그리스 산토리니 성당을 닮은 것도 있고, 프랑스의 몽생미셸 교회를 닮았거나 러시아 정교회의 둥근 모양 등 제각각이어서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12개의 예배당을 모두 찾기 위해선 약 9㎞를 걸어야 한다. fn투어에서 마련한 '우리끼리 신앙순례 fn투어 선교역사탐방'을 이용해 순례자의 길을 다녀보기로 했다.

여권없이 떠나는 순례길, 신안 섬티아고 [Weekend 레저]
베드로의 집
베드로의 집

예배당은 많아야 2~3명이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작다. 순례자의 이정표가 잘 정비되어 있기 때문에 순례자들은 큰 불편함은 없다. 전남 신안 송공항에서 배를 타고 약 20분 가량 이동하면 병풍도 선착장에 도착한다. 여기서 노둣길을 건너 대기점도에 도착하면 그리스 산토리니에서나 봄직한 푸른 둥근지붕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예배당과 만난다. 베드로의 집(①)이다. 이른바 '건강의 집'이다. 김윤환 작가의 작품으로 순례길의 시작을 알리는 작은 종이 예배당 옆에 세워져 있다.

안드레아의 집
안드레아의 집
야고보의 집
야고보의 집

베드로의 집에서 약 600m 지점의 안드레아의 집(②)으로 가다보면 드넓은 갯벌과 함께 노둣길과 만난다. 바닷물이 빠진 노둣길로는 차량 왕래가 가능하다. 안드레아의 집은 이른바 '생각하는 집'이다. 이원석 작가의 작품으로 두 개의 둥근 지붕이 이어진 예배당이다. 벽면이 거친 창문 너머로 병풍도가 보인다. 안드레아의 집을 지나 논둑길을 따라 언덕 위로 오르면 김강 작가가 지은 야고보의 집(③)이 보인다. 이른바 '그리움의 집'이다. 다소 소박하게 보이지만 로마식 기둥으로 장식돼 있고 벽면에 뚫린 다섯개의 구멍을 통해 외부의 빛이 은은하게 들어온다.

야고보의 집을 되돌아 나와 요한의 집(④)으로 향했다. 가다보면 중간에 폐교도 보이고 돌담이 예쁜 집도 만난다. 요한의 집은 이른바 '생명평화의 집'이다. 지붕과 창의 스테인드그라스와 함께 하얀 원형의 외곽이 아름답다. 마치 등대처럼 보인다. 박영균 작가의 작품으로 마치 치마처럼 펼쳐진 계단과 예배당 입구의 염소 조각이 눈길을 끈다.

길가에서 만난 필립의 집(⑤)은 이른바 '행복의 집'이다. 장 미셀 작가가 지은 이 예배당은 프랑스 남부의 건축 형태를 띄고 있다. 적벽돌과 갯돌, 적삼목을 덧댄 지붕 곡선이 아름답다. 예배당 내부가 전체적으로 붉은색을 띄고 있어 우아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토마스의 집
토마스의 집

필립의 집을 나온 뒤 밀물이 빠진 노둣길을 따라 소기점도로 이동했다. 길 옆 물 위에 떠 있는 유리 건축물이 눈길을 끈다. '감사의 집'으로 불리는 바르톨로메오의 집(⑥)이다. 잔잔한 물 위에 그림처럼 떠 있는 예배당 통유리에 비치는 풍광이 아름답다. 하얀색 건물에 푸른색 문과 창문, 지붕 라인이 특이한 토마스의 집(⑦)으로 향했다. 이 예배당은 이른바 '인연의 집'이라고 불리는데 김강 작가의 작품이라고 한다.

섬과 섬을 잇는 '12사도 순례자의 길'은 위안이 필요하거나 삶에 지친 사람들을 위해 전라남도가 개발한 길이다. 길 중간중간에는 독특한 모양의 작은 예배당 12개가 세워져 있다. '기쁨의 집'으로 불리는 마태오의 집은 소기점도와 소악도를 연결하는 노둣길 위에 지어졌다.
섬과 섬을 잇는 '12사도 순례자의 길'은 위안이 필요하거나 삶에 지친 사람들을 위해 전라남도가 개발한 길이다. 길 중간중간에는 독특한 모양의 작은 예배당 12개가 세워져 있다. '기쁨의 집'으로 불리는 마태오의 집은 소기점도와 소악도를 연결하는 노둣길 위에 지어졌다.

다음은 이른바 '기쁨의 집'으로 불리는 마태오의 집(⑧)이다. 소기점도와 소악도를 연결하는 노둣길 중간에 위치한 언덕 위에 세워졌다. 김윤환 작가의 작품인 이 예배당은 러시아 정교회를 닮은 황금색 양파 지붕이 이색적이다.

이번에는 소악도에 자리하고 있는 야고보의 집(⑨)으로 이동했다. 이른바 '소원의 집'이다. 프로방스풍의 이 예배당은 동양의 해학적인 곡선과 물고기 모양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어우러지면서 한껏 멋스럽다. 장 미셀, 파코, 브루노가 함께 만든 예배당이라고 한다.

소악도에서 진섬으로 넘어가면 유다 다대오의 집(⑩)을 가장 먼저 만난다. 이른바 '칭찬의 집'으로 뾰족한 지붕이 눈길을 끈다. 손민아 작가의 작품이다. 진섬에서는 강영민 작가가 지은 시몬의 집(⑪)도 만나볼 수 있다. 이른바 '사랑의 집'이다. 예배당 양면이 뚫려 있고 지붕의 빨간 조형물과 하얀색 벽이 대비를 이룬다. 마지막으로 가롯 유다의 집(⑫)으로 향했다. 이른바 '지혜의 집'이다. 이 예배당은 프랑스 수도원 몽생미셸을 연상시킨다. 높이 솟은 고딕 양식의 둥근 첨탑이 다른 예배당들과 차별점을 이룬다.


fn투어 서원석 대표는 "전남 신안까지는 서울 출발 기준 대략 4~5시간이 소요된다. 편안하게 다녀올 수 있게 한 가정 기준 밴 리무진 좌석 차량, 두 가정 기준 미니버스 리무진 좌석 차량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fn투어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정부 방침에 따른 방역지침을 준수해 운영하고 철저한 위생수칙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기점·소악도는 도심에서 자주 볼 수 없는 별들과 은하수, 일출과 일몰을 보며 하루를 시작하고 끝맺을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개하면서 "'우리끼리 함께 떠나는 성지순례' 투어를 통해 소중하고 특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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