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한

이인영, 선배 장관에게 "꼴찌 면하겠다"…전직들 "일관성 있게"

뉴스1

입력 2020.09.17 21:09

수정 2020.09.18 10:24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더플라자에서 열린 전직 통일부장관 초청 간담회에서 손재식 전 장관의 건배사에 잔을 들고 있다. 2020.9.17/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더플라자에서 열린 전직 통일부장관 초청 간담회에서 손재식 전 장관의 건배사에 잔을 들고 있다. 2020.9.17/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17일 오후 서울 더플라자에서 열린 전직 통일부장관 초청 간담회에서 손재식 전 장관의 건배사에 잔을 들고 있다. 2020.9.17/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17일 오후 서울 더플라자에서 열린 전직 통일부장관 초청 간담회에서 손재식 전 장관의 건배사에 잔을 들고 있다. 2020.9.17/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7일 전직 장관들을 만나 "통일부 장관 중 꼴찌는 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전직 장관들은 이 장관을 격려하며, 경색된 남북관계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국내외 정세 영향과 무관하게 일관된 대북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전직 통일부 장관 9명과 만찬 간담회를 갖고 "취임 후에 첫 출근 하는 길에 통일부 장관 중에 최고는 아니더라도 두 번째로 잘 하는 장관이 되겠다는 포부를 얘기했는데, 선배 장관들 만나니까 말을 좀 다시 바꿔야 할 것 같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손재식·이세기·이홍구·강인덕·임동원·박재규·정세현·홍용표·조명균 등 모두 9명의 전직 통일부 장관들이 참석했다. 김연철·이재정 전 장관은 불참했다. 이 장관은 지난 7월 27일 취임한 후 53일 만에 처음으로 전직 장관들과 공식 만찬자리를 가졌다.

이 장관은 이날 선배들에게 "통일의 현인들로서 깊고 넓은 지혜를 저에게 조금만 나눠주신다면 힘 내서 소임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날 '지속가능한 남북관계'에 대해 언급하며 "일관성있는 대북정책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 고민 많이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지난 1989년 여야 합의를 통해서 통일방안(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기틀을 놓으신 지도 벌써 30년의 세월이 지났고 그 본류는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다"면서도 "다만 한국과 미국 정권이 바뀜에 따라서 우리가 원하지 않는 경우에도 대북정책의 기조가 그때그때 또는 급격히 변해왔다"고 지적했다.

또 "남과 북이 평화를 선점해 평화공동체를 형성해 나간다면 동북아에서 평화 경쟁으로 확장돼 한반도 분단을 둘러싼 미중간 갈등도 적대적 관계에서 비적대적 관계로, 가치의 대립에서 가치의 공존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이 장관에 발언에 전직 장관들의 격려가 이어졌다. 또 전직 장관들은 국제 정세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남북관계지만 일관성 있는 대북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을 이어갔다.

1988년부터 제14대 국토통일원 장관직을 수행한 후 1995년 제20대 부총리 겸 통일원 장관을 다시 맡았던 이홍구 전 장관은 "통일원 장관이나 통일부 장관은 본인이 어떻게 하는 것보다도 국내외 정세에 의해서 얼마나 활동하느냐 또 어떤 결과를 가져오느냐 하는 것이 결정된다"면서 "사실 운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이 장관을 다독였다.

그러면서 1989년 발표된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언급하며 "지금 돌이켜 보면 그때그때 시대 상황이 다르다"면서 "당시에는 1988년 서울올림픽이 있었고,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때로 모든 상황 자체가 잘 해야겠단 분위기가 만들어져 통일방안이 탄생했다"고 말했다.

이홍구 전 장관은 "상황은 자꾸 변하고 북의 정세가 또 어떻게 될 지 모르며, 미국 대통령 선거도 한 달 조금 더 남았는데 그 결과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면서 "여러가지 국제적인 변수가 한반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통일부 장관으로 통일정책을 일관성 있게 잘 끌고 가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제29·30대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전 장관도 남북 관계가 국제정세에 영향을 받는다는 이 전 장관의 지적에 공감했다. 그는 "통일문제는 국제정세, 국내여론, 한 내부사정 등 3가지에 달려있다"면서 "그 중에서도 국제정세는 가변성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장관이 취임 후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북한의 반응이 일체 없는 건 아쉽다"면서 "그렇게 계속 두드리고 작은 보폭 정책으로 나가다보면 결국 때가 되면 북쪽도 반응을 보이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북정책을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추진하라고 조언한 셈이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 수해·태풍 피해 복구에 전념하는 현 상황을 짚으며 "(대북)식량지원은 인도적 차원에서 얼마든지 정당화될 수 있고 국제사회에서도 얼마든지 동참할 수 있어 식량지원에 대한 계획도 적극적으로 수립하면서, 지자체의 대북사업 승인도 적극적으로 계속해 나가는 것이 북측에 좋은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건배 제의에는 1982년부터 제10대 국토통일원 장관을 맡은 손재식 전 장관이 나섰다.
손 전 장관은 '민족평화통일과 통일부의 성공을 위하여'로 건배사를 말했다.

손 전 장관은 "탁월한 정치력과 협상력, 강한 담력, 거기다 창의력까지 갖춘 이 장관이 비록 떠안고있는 과업이 크지만 반드시 좋은 성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이 장관을 격려했다.
그러면서 "통일 문제에서는 여야가 초당적 협력을 해야한다"면서 국내 여론을 모으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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