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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와인]진한 오크에 출렁대는 과실향.. 스페인 최고들을 만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18 08:04

수정 2021.02.03 21:27

와인리뷰 스페인 프리미엄 와인 비교 시음회
와인리뷰가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엘 비노 프로푼토에서 진행한 스페인 프리미엄 와인 시음회에 스페인 각 지역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와인들이 서빙에 앞서 자리하고 있다.
와인리뷰가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엘 비노 프로푼토에서 진행한 스페인 프리미엄 와인 시음회에 스페인 각 지역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와인들이 서빙에 앞서 자리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가성비', '고급스런 과실 향', '진한 오크'.

스페인 와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스페인 토착 품종인 뗌프라니요는 붉은 과실에서 검은 과실 향까지 기후대와 토양에 따라 정말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기분을 좋게 만드는 산도에 적당한 타닌을 갖추고 있는데다 진한 과실향에 살짝 스쳐가는 향신료 향은 일품으로 꼽히고 있다. 이처럼 뛰어난 맛과 향, 탁월한 구조감을 갖춘 와인임에도 다른 지역의 와인들보다 훨씬 저렴하다는게 가장 큰 장점이다.

또 다른 나라보다 숙성 기준을 길게 규정하고 있어 오크 터치를 많이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리제르바급의 경우 숙성기간 3년 이상, 오크 숙성 1년 이상의 규정을 충족해야 하며 그랑 리제르바의 경우 5년 이상의 숙성기간에 오크 숙성 2년 이상을 의무화하고 있다. 가장 낮은 등급의 크리안자의 경우도 1년 이상 숙성, 오크 숙성 6개월을 거쳐야 한다.

이날 행사에는 스페인 대사관 관계자들이 직접 나와 스페인 와인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는 스페인 대사관 관계자들이 직접 나와 스페인 와인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와인리뷰가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엘 비노 프로푼도에서 업계 소믈리에 등을 대상으로 스페인 와인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비교 시음회를 열었다. 이날 선보인 와인은 리오하, 리베라 델 두에로, 프리오랏 등 스페인 각 지역의 대표 와인 12종으로 크리안자 급에서 그랑 리제르바 급까지 다양했지만 한결같이 스페인 와인의 장점과 잠재력을 충분히 보여줬다.

스페인 프리미엄 와인들이 모두 한 자리에 서빙돼 있는 모습.
스페인 프리미엄 와인들이 모두 한 자리에 서빙돼 있는 모습.


특히 라 리오하 알타가 내놓은 '라 리오하 알타 S.A. 비냐 아르단자 리제르바(La Rioja Alta S.A. Vina Ardanza Reserva 2010)'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뗌프라니요를 기반으로 가르나차를 섞어 만든 와인으로 우아한 산도와 독특한 이스트 향, 잘게 쪼개진 과하지 않은 타닌은 환상적이었다. 이 와이너리의 상위 버전인 '라 리오하 알타 S.A. 그랑 리제르바 904(La Rioja Alta S.A. Gran Reserva 904)'는 좀 더 우아한 느낌을 준다. 두 와인 모두 포도가 제대로 익은 해에만 출시되는 와인으로 10년 동안 3~4번만 만들어졌을 정도로 품질관리를 까다롭게 하고 있다. 그럼에도 가격은 접근성이 아주 좋다.

또 스페인 리오하를 대표하는 마르께스 데 리스칼(Marques de Riscal) 와이너리가 내놓은 그랑 리제르바(Gran Reserva)와 바론 데 시렐(Baron de Chirel)도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각 와인의 시음 느낌을 적는다.

[스토리와인]진한 오크에 출렁대는 과실향.. 스페인 최고들을 만나다


■알바로 팔라시오스 페탈로스 2018(Alvaro Palacios Petalos 2018)
스페인의 천재 양조가 알바로 팔라시오스가 스페인 북서부 시골지역인 비에르조에서 멘시아 품종으로 만드는 와인으로 특유의 묽은 색상과 딸기향이 가득한 와인이다. 아주 여리여리한 질감에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맛은 부르고뉴 기본급 피노 누아나 가메 와인 느낌도 닮아있다. 그러나 산도가 높지 않다는 점에서는 확연히 구별된다. 오크 터치는 거의 느껴지지 않으며 미네랄 느낌이 아주 좋다. 나라셀라 수입.

■알바로 팔라시오스 핀카 도피 2017(Alvaro Palacios Finca Dofi 2017)
알바로 팔라시오스가 스페인 동부 프리오랏에서 만드는 고급 와인이다. 가르나차 95%에 다른 품종을 섞어 만드는 와인으로 약간 묽은 보랏빛을 띠고 있다. 잔에 코를 가져가면 붉은 과실 향이 두드러지며 체리 등 약간 과숙된 향기도 느껴진다. 가르나차 특유의 향이다. 민트 향도 언뜻 스쳐간다. 입에 넣어보면 신맛이 좋으며 타닌도 제법 자리를 잘 잡고 있다. 약간의 매운 맛과 미네랄 느낌도 좋다. 가르나차 치고는 아주 묽은 편이지만 기분 좋은 산도와 타닌을 잘 갖추고 있고 피니시도 제법 길다. 나라셀라 수입.

■뻬스께라 크리안자 2017(Pesquera Crianza 2017)
알레한드로 페르난데스가 뗌프라니요 품종으로 만드는 리베로 델 두에로 지역의 와인이다. 뗌프라니요 치고는 아주 진한 보랏빛 기반의 검붉은 색 와인으로 정말 '오크, 오크' 소리가 절로 나는 와인이다. 크리안자인데도 연필심, 가죽냄새 등 오크 터치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검붉은 과실 향이 주를 이루며 약간의 붉은 과실 향도 있다. 신맛도 좋고 피니시도 타닌과 함께 길게 이어진다. 민감하지 않다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만 뒷 맛에 언뜻 단 맛이 스쳐갈 수도 있다. 신세계L&B 수입.

뻬스께라 밀레니엄 그랑 리제르바 2009.
뻬스께라 밀레니엄 그랑 리제르바 2009.


■뻬스께라 밀레니엄 그랑 리제르바 2009(Pesquera Millenium Gran Reserva 2009)
뻬스께라의 상위 버전 와인으로 역시 뗌프라니요로 만들어진 와인이다. 아주 검붉은 색을 띠고 있지만 잔을 기울여보면 세월이 지나간 흔적이 가넷빛으로 남아있다. 10년이 넘게 흘렀지만 신선한 검붉은 과실향이 좋다. 산도는 여전히 기분좋게 존재하며 타닌은 좀 더 둥글어지고 잘게 쪼개져 잇몸을 파고든다. 역시 진한 오크 향이 올라오며 비강으로 계속 흘러들어오는 과실향은 고급 와인이라는 것을 계속 느끼게 해 준다. 좋은 와인이다. 신세계L&B 수입.

■아콘 리제르바 2014(Acon Reserva 2014)
스페인 고산지대인 리베라 델 두에로에서 생산되는 뗌프라니요(85%)와 까베르네 소비뇽(15%)을 블렌딩 해 만드는 와인이다. 검보라 빛을 띠는 와인으로 잔에서 올라오는 향은 까베르네 소비뇽 특유의 카시스 향이 지배적이다. 오크 향은 강하지 않다. 입에 넣어보면 약간 과숙한 과실 향이 느껴지며 타닌은 중간 정도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산도가 강한 와인은 아니다. 엘 보스께 수입.

타르굼 2014.
타르굼 2014.


■타르굼 2014(Targum 2014)
리베라 델 두에로에서 나는 뗌프라니요로 만드는 와인으로 아주 진한 검은 색을 띤다. 진한 카시스 향에 오크 터치가 살짝 묻어있으며 타닌은 아주 강하고 다소 거친 느낌까지 준다. 피니시가 아주 긴 편이다. 아콘 리제르바도 그렇지만 이 생산자는 과실을 많이 익혀 만드는 느낌이 있다. 전형적인 뗌프라니요 와인보다는 나파의 고급 까베르네 소비뇽을 먹는 느낌을 준다. 엘 보스께 수입.

■마라비데스 12 메시스 2016(Maravides 12 Meses 2016)
스페인에서 가장 많은 보급형 와인을 생산하는 지역인 라만차 와인이다. 쉬라즈 34%, 뗌프라니요 24%, 메를로 20%, 까베르네 소비뇽 14% 블렌딩 와인으로 일반적이지 않은 조합이다. 옅은 검은색을 띠는 이 와인은 붉은 과실향에 피망향을 닮은 야채향이 강하게 올라온다. 오크 터치는 거의 느껴지지 않지만 약간의 바닐라 향이 들어온다. 입에 넣어보면 질감이 아주 가벼운 깔끔한 와인이다. 레드카이트 수입.

■밀베릿 뗌프라니요-까베르네 2016(milberit Tempranillo-Cabernet 2016)
라만차에서 생산되는 뗌프라니요 85%에 까베르네 소비뇽을 섞은 와인으로 밝은 루비빛을 띤다. 오래되지 않은 와인임에도 약간의 가넷빛도 감도는게 특징이다. 산딸기 등 신선한 붉은 과실향이 좋으며 오크는 약하게 터치된 느낌이다. 입에 넣어보면 질감이 아주 가볍고 과실향이 사라질때쯤 초콜릿 향과 커피향이 입안에 감돌기 시작한다. 타닌은 중간정도다. 레드카이트 수입.

라 리오하 알타 S.A. 비나 아르단자 리제르바 2010.
라 리오하 알타 S.A. 비나 아르단자 리제르바 2010.


■라 리오하 알타 S.A. 비나 아르단자 리제르바 2010(La Rioja Alta S.A. Vina Ardanza Reserva 2010)
스페인을 대표하는 리오하 지역에서 나는 뗌프라니요 78%와 가르나차 22%를 블렌딩 한 와인으로 검붉은 색의 와인이다. 10년이 지난 빈티지 때문인지 약간의 가넷빛이 돌며 연녹색이 살짝 섞여 있다. 잔을 코에 가져가보면 아주 잘익은 검은 과실향과 약간의 붉은 과실향이 느껴지며 연필심 향, 가죽 향, 후추 향 등이 섞인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입에 넣어보면 기분좋은 높은 산도가 먼저 반기는데 이어 내추럴 와인 같은 독특한 이스트 향이 여운을 계속 준다. 타닌은 중간 정도지만 잘게 쪼개져 있다. 피니시에서 특유의 이스트 향이 계속 이어진다. 상당히 인상적인 와인이다. 비노파라다이스 수입.

■라 리오하 알타 S.A. 그랑 리제르바 904 2011(La Rioja Alta S.A. Gran Reserva 904 2011)
리오하에서 생산된 뗌프라니요 89%와 그라시아노 11%를 섞어 만든 와인으로 리오하 클래식 와인의 정수를 보여준다. 테두리에 연녹색이 섞인 가넷빛이 살짝 감도는 검붉은 와인이다. 잔에서는 검은 과실보다 붉은 과실향이 더 많이 피어오르며 아주 신선한 느낌을 준다. 또 오크 터치는 비나 아르단자 리제르바보다 다소 약해 졌지만 훨씬 우아하다. 부드러운 질감에 기분좋은 산도, 실키한 타닌이 매력적이다. 비노파라다이스 수입.

마르께스 데 리스칼 바론 데 시렐 2014
마르께스 데 리스칼 바론 데 시렐 2014


■마르께스 데 리스칼 바론 데 시렐 2014(Marques de Riscal Baron de Chirel 2014)
스페인 리오하를 대표하는 와이너리인 마르께스 데 리스칼이 생산하는 최상위급 와인으로 뗌프라니요 70%와 까베르네 소비뇽 30%를 섞어 만들었다. 포도나무의 수령이 80년~110년 정도 되는 올드바인으로 만드는 아이콘 와인이다. 아주 진한 검은색의 와인에선 카시스 기반의 검은 과실향이 계속 올라온다. 정말 진한 아로마다. 오크 숙성에서 오는 가죽 향과 달지않은 알싸한 향신료 느낌도 계속 올라온다. 입에 넣어보면 의외로 질감은 아주 무겁지 않다. 타닌도 묵직하지만 잘게 쪼개지지 않고 거칠게 뭉쳐 있는 느낌이다. 기분좋은 산도와 진한 아로마, 묵직한 타닌을 가진 아주 힘있는 와인임에도 어디에선지 살짝 우아한 느낌이 묻어나기도 한다. 하이트진로 수입.

■마르께스 데 리스칼 그랑 리제르바(Marques de Riscal Gran Reserva 2013)
올드바인 80년 이상의 포도로 만드는 와인으로 검은 빛의 색깔에서 아주 진한 와인임을 짐작케 한다. 뗌프라니요 90%에 그라시아노 8%, 마주엘로 2%를 블렌딩 했다. 잔에 코를 가져가면 붉은 과실향이 많이 나는데 그라시아노의 역할 때문인듯 하다. 입에 넣어보면 질좋은 뗌프라니요 특유의 신맛을 기반으로 한 신선한 과실향이 아주 좋다.
타닌은 과하지 않을 정도로 점잖게 자리하고 있다. 언뜻 초콜릿과 커피향도 스쳐간다.
32개월 오크 숙성하고 3년 더 병숙성을 진행한 후에 출시되는 와인이다. 하이트진로 수입.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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