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발목 부러진 채 7명 구했던 해경…핀 박힌 채 또 거친 바다로

뉴스1

입력 2020.09.19 06:30

수정 2020.09.19 13:33

지난해 11월25일 제주 마라도 남서쪽 해상에서 장어잡이 어선 창진호(24톤·통영선적)가 전복돼 제주해경이 사고해역에서 승선원 구조에 나서고 있다. (제주해양경찰청 제공)2019.11.25/뉴스1 © News1
지난해 11월25일 제주 마라도 남서쪽 해상에서 장어잡이 어선 창진호(24톤·통영선적)가 전복돼 제주해경이 사고해역에서 승선원 구조에 나서고 있다. (제주해양경찰청 제공)2019.11.25/뉴스1 © News1


제주 화순해양경찰파출소 소속 송승민 경사.2020.9.19 /뉴스1© News1
제주 화순해양경찰파출소 소속 송승민 경사.2020.9.19 /뉴스1© News1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창진호 사고 당시 부러졌던 발목에 아직 통증이 있지만 저희 해경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최근 제주도청 홈페이지 '칭찬합시다' 게시판에 훈훈한 소식이 전해졌다.

글을 올린 작성자 A씨는 지난 8월 8일 가파도를 여행하던 관광객이었다. 칭찬글에 따르면 늦은 밤 9살 난 A씨 둘째 아들 온 몸에 원인 모를 두드러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설상가상 가파도에 상주하는 보건소 직원까지 공석이었던 탓에 해경이 가파도로 긴급 출동하게 됐고, 화순파출소 손서진 경사·송승민 경사·김주현 순경·임형석 순경이 이들을 화순항까지 인계했다.

A씨는 "그날 깜깜한 바다는 물 공포증이 있는 제게 너무 무서웠다"며 "아이는 방파제를 빠져나가는 순간부터 무섭다고 우는데 해경 분이 옷을 벗어 덮어주며 아이를 달래줬다"고 고마워했다.


이날 현장에 출동해 보트 조종을 맡은 송승민 경사는 지난해 11월 발생한 창진호 화재 사고 당시 발목 골절에도 불구하고 직접 물 속으로 들어가 선원 7명을 구한 대원으로 알려졌다.

송 경사는 이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5월 대한민국 공무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4년간 해군 SSU(해난구조전대) 근무 후 2012년 제주 해경 특공대원으로 특채 입사한 송 경사는 지금까지 제주해상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사고 현장에서 활약해왔다.

창진호 화재 당시에는 서귀포해양경찰서 3006함 소속 대원으로 근무 중이었다.

일주일 앞서 화재로 침몰해 11명이 실종됐던 대성호 수색 현장에서 나가 있던 송 경사와 대원들은 창진호 침몰 소식에 급히 현장으로 이동했다.

구명벌을 타고 표류하던 선원들을 구하기 위해 구조단정을 내렸지만 당시 풍랑경보로 해상 상황이 나빠 대원들은 구조 중 모두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송 경사는 구조과정에서 왼쪽 발목 복숭아뼈가 골절되며 크게 다쳤다. 파도가 4~5m로 매우 높게 친 탓에 보트가 파도를 타고 높게 떴다가 떨어지는 순간의 충격으로 발목이 부러진 것이다.

송 경사는 "당시는 상황이 너무 급박해 단순히 발목이 삐었다고만 생각했다"며 "마지막으로 구조된 외국인 선원과 함께 헬기를 타고 병원에 가서야 골절된 사실을 알았다"고 설명했다.

선원 구조 후 해경 헬기로 병원으로 옮겨진 송 경사는 수술 후 올해 2월까지 재활을 거쳐 화순파출소로 근무지를 옮긴 상태다.


송 경사는 "그때 다친 발목에 여전히 수술 당시 박았던 핀이 박혀 있다"며 "통증도 있어 잠수 같은 구조활동이 어려워 파출소 근무를 지원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파출소 근무라 할지라도 지난 8월 가파도 긴급 출동과 같은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인명 구조 활동까지 피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송 경사는 "통증이 있더라도 군생활 때부터 해왔던 일이라 문제 없다"며 "해경이라면 당연히 해야하고, 또 저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니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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