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불이 켜졌다. 지난 15일 NC는 두산에 3-7로 패했다. 12일 KIA전 이후 내리 3연패였다. 한때 7할대를 자랑하던 NC의 승률은 5할(0.594)로 추락했다. 더 큰 문제는 2위 키움과의 승차가 0으로 좁혀진 것.
16일 두산전이 고비였다. 선두를 지키느냐,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느냐. 에이스 구창모(23)는 기약 없고, 나성범(31)은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이런 NC의 우울한 분위기를 털어버린 것은 양의지(33)의 적시타였다.
1회초 1사 1, 2루서 양의지가 좌익수 앞 안타를 때려냈다. 꼬이고, 잘 안 풀리는 상황일수록 선취점이 중요하다. NC는 5-3으로 이겼다. 2위 키움은 롯데에 2-8로 패해 승차는 1로 늘어났다. NC는 겨우 한숨을 돌렸다.
18일은 1위 NC와 2위 키움의 선두 싸움 분수령이었다. 두 팀이 만난 상대는 9위 SK와 10위 한화. 두 팀 모두 순위 경쟁을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할 경기였다. NC는 SK를 9-5로 눌렀다. 키움은 한화에 0-2로 패배. 승차는 2로 벌어졌다.
이 경기서 양의지는 혼자 7타점을 올렸다. NC 이적 후 두번째 만루 홈런을 터트렸다. 3-3으로 맞선 2회초 2사 만루서 SK 선발 이건욱의 커브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시즌 19호 홈런.
경기를 마친 후 이동욱 NC 감독은 “양의지가 경기를 지배했다”고 평가했다. 혼자 기록한 7타점 때문만은 아니었다. 숨어있는 명장면은 두 차례의 도루 저지였다. 이날 양의지는 4번 타자 겸 포수로 출전했다.
NC가 7-5로 앞선 5회말. 선두타자 오준혁이 중전안타로 출루했다. 2점차면 승부의 방향을 예측할 수 없다. 2루를 노리던 오준혁은 양의지의 저격에 걸려 아웃 당했다. SK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순간이었다.
6회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발 빠른 고종욱이 우전안타로 나갔다. 역시 선두타자였다. 투수로선 여간 신경 쓰이지 않았다. 고종욱은 2루로 내달렸으나 또 한번 양의지의 어깨에 희생당했다. 두 번 연속 이런 참사가 벌어지면서 승부의 흐름이 NC 쪽으로 확연히 기울었다.
이동욱 감독은 그래도 안심할 수 없었다. 2위 키움의 추격세가 심상치 않았다. 9회초 선두 알테어가 볼넷을 고르자 지체 없이 보내기 번트를 지시했다. 2사 1, 2루서 3번 박민우의 적시타로 한 점.
스코어는 8-5로 석 점 차였다. 1위 감독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한 점 만 더. 양의지가 우전 적시타로 2루 주자 최정원 홈인. NC는 이 경기 승리로 2위 키움과의 승차를 2경기로 벌였다. 턱밑까지 바짝 추격해온 키움에 비로소 여유를 갖게 됐다. 나성범과 구창모 두 창과 방패 없이 용하게도 선두 자리를 지켜냈다.
이번엔 20일 사직 경기. 전날 NC는 롯데에 1-5로 패했다. 키움은 삼성에 8-7 승. 승차는 다시 1로 줄었다. 더블헤더 2차전 0-2로 뒤진 4회초 양의지가 솔로 홈런을 날렸다. 양의지는 5-2로 역전한 9회초 또 한번 홈런을 터트렸다. NC는 6-2로 이겼고, 키움은 6-14로 패했다. 승차는 2.5로 더 벌어졌다. 구창모와 나성범은 이르면 9월말 복귀한다. 양의지가 지켜낸 NC의 선두자리는 더 단단해진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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