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청소년 출입 제한에 고위험시설 낙인까지… PC방 "죽을 맛"

윤홍집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21 17:12

수정 2020.09.21 18:26

영업재개에도 손님 발길 뚝
"인건비·전기세도 안 나온다"
청소년 출입·음식물 섭취 등
영업제한 완화 목소리 높아
2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 위치한 한 PC방에는 이용자가 단 한명도 없었다. 사진=윤홍집 기자
2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 위치한 한 PC방에는 이용자가 단 한명도 없었다. 사진=윤홍집 기자
"전기세, 인건비도 안 나와서 닫는 게 나을 판입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PC방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장기간 휴업으로 누적된 피해가 영업 재개 이후에도 회복되지 않고 있어서다. 한 업주는 일주일 동안 매장 운영비도 벌지 못했다며 울상을 지었다.

경영난 악화 "고위험시설 낙인효과"


2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일대 PC방은 활기를 잃은 모습이었다. 2~3명 남짓의 이용자가 내는 키보드 소리는 텅 빈 매장을 공허하게 울렸다.
모니터에는 2대당 1대꼴로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용이 불가하다'는 안내문이 붙었지만, 이용자 수가 워낙 적어 무색하게 느껴졌다. 한 매장은 장기간 휴업한 것을 의식한 듯 '정상 영업하고 있습니다'라는 안내문을 붙여놓고 있기도 했다.

PC방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3일까지 26일간 영업중지됐다. 지난 14일부터 '고위험시설'에 제외되면서 기지개를 켜나 했으나 지독한 경영난은 이어지는 모양새다.

PC방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음식물은 판매 금지가 됐다. 주요 이용객이던 청소년의 출입도 차단됐다. PC방이 고위험시설이라는 '낙인'은 지워지지 않아 사람들이 꺼리는 기피시설이 되었다. 대다수의 PC방 업주들은 '반쪽 영업'에 피해만 누적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신촌에 위치한 PC방 직원 20대 조모씨는 "코로나19 이후로 힘들다고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영업 중지 이후 손님의 발길이 끊겨 매일 매출 최저치를 찍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PC방 관계자 김모씨는 정부의 방역대책을 납득하지 못 한다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김씨는 "매장을 닫자니 그대로 망하고, 열자니 인건비와 전기세도 못 벌어 외통수"라며 "PC방이 왜 고위험시설이었는지 모르겠다. 음식물을 섭취한다는 이유로 고위험시설이었다면 우리나라에 살아남을 음식점 어디 있겠나"라고 되물었다.

"일회성 지원보다 영업제한 완화를"


PC방이 포함된 관광·여가·오락 업종은 코로나 사태의 최대 피해자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부동산114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상가 데이터를 분석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관광·여가·오락 업종은 1분기 1714개에서 2분기 1만454개로 감소해 폐업률이 10.8%에 달한다. 이는 모든 업종 중에 가장 폐업률이 높은 수치다.

PC방에 대한 지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PC방 등 집합금지업종에 대해 200만원씩 2차 재난지원급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게임 업계에서도 PC방과 상생한다는 취지로 게임 이용시간을 일정 기간 동안 무료로 제공하는 곳이 늘고 있다.

하지만 PC방 업계의 갈증은 여전하다. 한달 가량 영업이 중지되고 그 여파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회성 지원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150석 규모의 PC방 관계자 이모씨는 "200만원도 고맙게 받아야겠지만 이 정도로는 직원 두명 인건비도 안 된다"며 "한 자리 띄어앉기는 몰라도 음식물 섭취와 청소년 출입은 허가해야 한다. PC방은 환기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음식도 혼자 먹기 때문에 다른 음식점보다 위험하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PC방 알바생 김모씨는 "매장 상황이 안 좋고 알바 구하기가 어렵다보니 시급이 줄어도 불평할 수 없다"며 "PC방 한곳 일지라도 여러 사람의 생계가 달렸다는 것을 정부가 잊지 말아 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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