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깜깜이 지원금, 얼마 나올지 몰라.. 선별지원 아쉬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22 14:34

수정 2020.09.22 15:36

추석 앞둔 전통시장의 추경 민심은
중기중앙회 '소상공인 경영상황 조사' 발표
"5월 조사보다 악화돼"
현장에선 아쉬움 쏟아져 
"현금보단 피부로 느낄 지원 이뤄져야"
추석을 10여일 앞둔 지난 20일 시민들이 서울 제기동 경동시장에서 제수용품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추석을 10여일 앞둔 지난 20일 시민들이 서울 제기동 경동시장에서 제수용품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연 매출로 끊는다고(선별 지원한다고) 했다가, 다른 심사를 한다고도 하고… 종잡을 수가 없네요. 그런데 얼마 나온대요?"
22일 서울 중곡제일시장에서 만난 상인에게 4차 추경과 소상공인 새희망자금에 대해 묻자, 오히려 기자에게 되물었다. 이 상인은 "추석 연휴 대목을 앞뒀지만 지난해에 비하면 손님이 40% 가까이 줄었다"며 "이번 지원금은 선별적으로 한다니깐, 혜택을 다 본다고 하기도 어렵다"고 털어놨다.

5월 보다 더 심각해졌다


코로나 사태 이후 첫 명절을 맞이한 전통시장은 침울한 분위기를 숨기지 못했다. 하현수 전국상인연합회은 "'너무나 힘들다', '사람이 없다'는 하소연 전화를 매일 전국에서 듣는다"며 "이미 지방 사람들도 장사는 포기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하 회장은 "시장에선 나름 방역도 신경을 쓰고 있지만, 워낙 정부 차원에서 이동을 최소한 해달라고 홍보를 하면서 예년에 비하면 사람들의 발길이 현저히 줄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4차 추경 및 소상공인 경영상황 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80%는 올해 3·4분기 이후 경영상황이 악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5월 진행한 ‘코로나19 관련 소상공인 정책과제 조사’에서 "2·4분기 이후 경영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고 예상한 답변(68.2%)보다 11.8%포인트 증가한 수치이다.

소상공인들의 경영상황 전망도 비관적으로 변했다. 이들에게 경영상황 호전시기를 묻자, 5명 중 1명(18%)은 "호전 되지 못할 것(호전 불가)"이라고 답했다. "내년을 지나 오는 2022년은 돼야 호전될 것(2022년 이후)"라고 답한 이들도 25.5%나 됐다.

이들은 4차 추경(추가경정예산)에 대한 기대감을 묻어나왔다. 중기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4차 추경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81.8%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4차 추경이 도움 될 것이라고 응답한 이유로 △소상공인 피해 회복에 도움(53.8%) △소비여력 확대로 내수 활성화 유도(46.2%) 등을 언급했다. 하현수 회장도 "온누리상품권을 할인해주는 건 정말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추석을 10여일 앞둔 지난 20일 오후 서울 제기동 경동시장의 한 상점에 제수용품이 걸려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추석을 10여일 앞둔 지난 20일 오후 서울 제기동 경동시장의 한 상점에 제수용품이 걸려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현장에서 피부로 느낄 지원 필요해"


그러나 현장에선 격한 아쉬움이 나왔다. 마포 망원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한 상인은 "들어보니 시장에 있는 사람(상인)들은 다른 업종에 비해서 제대로 못 받는다고 한다"며 "우리한텐 '말짱 꽝' 아니냐"고 토로했다.

류정래 중곡제일시장협동조합 이사장은 "시장에서 작은 상점을 운영해도 한 달 임대료가 90만원은 나온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 정도 나오면 위로는 되겠지만, 한 달 임대료가 나오면 끝인데 현장에선 생색내기로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장에선 다양한 대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현장의 목소리를 아는 지방자치단체에 집행을 맡겨야 한다'는 등의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달 정세균 국무총리를 만났다는 하현수 회장은 "재난지원금 등을 지급하는 걸 지방자치단체 맡기자고 (정 총리에게) 건의했다"며 "정부에서 처리하면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은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예가 노점상이다. 하 회장은 "노점하는 분들은 사업자 등록이 안 돼 있어서 지원을 받을 근거가 없다"며 "그러나 시장상인회에 회비를 내는지 구청과 시청이 확인하면 그들에게도 지원금을 돌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류정래 이사장도 "하나은행과 신용보증기금이 0%대 초저리로 3000만원까지 융자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도 최근 배추값의 30%를 지원해주기로 했다"며 "꼭 현금으로 지원해 줄 필요 없이, 현장에서 와 닿을 수 있는 대책을 내놓으면 시장에도 활력소가 돌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 회장은 "이번 지원금은 현금으로 주는데, 카드로 줘야 한다"며 "경제 상황이 이렇게 어려운데 (현금을) 쓸 것 같나. 안 쓴다. 지역화폐로 주거나, 기한을 두고 쓰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기홍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상임회장은 "코로나 사태는 한 두 달 안에 끝나지 않을 것이고, 자영업자도 그만큼 어려움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할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을 취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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