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텅빈 헌혈센터
지난달 2단계 거리두기 이후
단체 32% 줄고 개인 예약 취소도
적정 보유량 5일 기준에 모자라
추석연휴 또 한번 위기 우려에
전국 헌혈의집 모두 정상운영
지난달 2단계 거리두기 이후
단체 32% 줄고 개인 예약 취소도
적정 보유량 5일 기준에 모자라
추석연휴 또 한번 위기 우려에
전국 헌혈의집 모두 정상운영
헌혈의집 강남센터 안내직원은 지난 21일 헌혈 예약 현황판을 보면서 이같이 말했다. 서울 강남대로 번화가에 위치한 강남센터는 '가장 잘 되는' 헌혈의집 중 한 곳이다. 하지만 이날 찾은 강남센터 대기실은 거의 빈자리였다.
100회 이상 헌혈에 참여한 30대 이성현씨는 강남센터 '단골'이다. 이날 혈장혈소판 헌혈을 위해 센터를 찾은 이씨는 "접근성이 좋은 강남센터를 자주 찾는다"며 "보통 금요일이나 주말에 오는데 확실히 전과 달리 북적거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헌혈자 급감은 비단 일부 센터만 겪는 문제는 아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전국적으로 단체헌혈이 취소되고 헌혈의집 방문자 수도 크게 줄었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전년 대비 헌혈 참여인원이 14만명 이상 감소했다. 특히 지난달 2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이후 181개 단체가 헌혈 예약을 취소했다. 약 1만2000여명의 헌혈이 취소돼 일평균 단체헌혈량은 32%가량 떨어졌다. 개인 헌혈량도 20% 정도 줄었다.
문제는 추석 연휴에 혈액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연휴 기간에도 혈액 수요는 꾸준하지만 헌혈량은 더 줄어 공급이 부족해져서다. 보유량 3일분 미만인 '주의' 단계가 되면 의료기관이 필요로 하는 만큼의 혈액을 공급할 수 없다. 응급한 상황 외 수술이 연기될 수 있다. 재난·대형사고가 발생하면 심각한 혈액수급 위기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의료 파업이 끝나고 수술이 정상화되기 시작하면서 혈액사용량이 증가했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는 "9월 첫 주 평균 4400단위가 의료기관에 공급됐는데 둘째 주 4850단위, 셋째 주 5000단위 이상으로 혈액공급량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장기화에 혈액 공급은 줄어드는데 수요는 회복하면서 말 그대로 '피가 마르는' 상황이 심화하고 있다.
헌혈의집 방문이나 채혈 과정 중 코로나19 감염·전파를 우려하는 막연한 불안감에 대해 혈액관리본부와 참여자들은 '기우'라고 단언했다. 손 소독제 사용, 발열 체크, 명부 작성 등 기본적인 방역조치는 물론이고 채혈장비와 장소 소독도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채혈 직원은 1일 2회 모니터링을 받고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또 헌혈 이후 제공하는 물과 간식을 모두 개별적으로 나눠주고 있는 등 감염 위험을 차단하고 있다.
혈액관리본부는 추석연휴를 앞두고 생애 첫 헌혈자 프로모션, 헌혈 릴레이 캠페인 등 헌혈 참여 확대를 위한 전국 프로모션을 준비하고 있다.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는 "지난 5월 혈액수급위기 '주의'단계 발령 시에도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로 혈액수급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며 "수혈이 필요한 환자들을 위해 헌혈에 적극 동참해달라"고 전했다.
이날 생애 8번째 헌혈에 나선 변정한씨(25)는 "코로나 시국에 일자리도 없어지고 집에만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일수록 서로서로 도와야 한다"며 "자신을 안전을 챙기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을 한 번 더 생각하고 돕는 게 가장 필요한 시기"라고 힘주어 말했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22일 0시 기준 혈액보유량은 4.3일로 적정량인 5일에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O형의 경우 혈액보유량이 3.5일로 보유량이 가장 적다. 헌혈센터는 전국 총 141개소가 있으며 추석연휴 이전 모든 헌혈의집은 정상운영 예정이다. 예약 없이도 신분증을 지참하면 자가 문진과 헌혈 점 검사를 거쳐 당일 헌혈이 가능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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