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밍 법안’ 쉽고 홍보 효과 뛰어나 vs. 혼란스러워
피해자 이름 붙은 법안 다룰 때 신중해야
피해자 이름 붙은 법안 다룰 때 신중해야
20대 국회 이후 민식이법과 같이 발의자나 피해자 또는 가해자 등 특정인의 이름을 붙여 발의하는 ‘네이밍 법안’이 많아졌다.
‘네이밍 법안’ 쉽고 홍보 효과 뛰어나 vs. 혼란스러워
네이밍 법안은 이름이 길고 복잡한 법안을 쉽게 기억하게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뿐만 아니라 법안에 사회적 이슈와 관련 있는 사람의 이름을 붙여 상징성을 부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얻는 큰 파급력, 여론의 관심과 지지 등이 네이밍 법안을 쓰는 이유다.
지난해 4월부터 시행 중인 조두순법(‘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발찌 부착 등에 대한 법률개정안’)이 그 예다. 이 법안은 2008년 조두순이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이유로 징역 12년이라는 낮은 형을 받아 일으킨 국민의 분노를 계기로 논의되기 시작됐다.
하지만 네이밍 법안의 여러 부작용이 지적돼 왔다.
우선, 법안 내용이 아닌 관련 인물의 이름만 노출한다. 따라서 일반인들이 이름만 듣고 법 내용을 쉽게 유추하지 못하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다.
또한, 법안에 특정인의 이름을 붙일 때 발의자, 피해자, 가해자의 이름을 혼용해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
피해자 이름 붙은 법안 다룰 때 신중해야
법안에 피해자의 이름을 붙이면 피해자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그들의 가족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예를 들면, 조두순법은 기존에 피해자의 가명을 딴 이름으로 불렸다. 이는 언급될 때마다 피해자와 가족에게 상처라는 이유로 가해자의 이름을 따 ‘조두순법’으로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이름을 따 발의한 법안은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감정에 호소해 국회가 다른 법안들에 비해 성급하게 통과시킬 위험이 있다.
민식이법이 그 대표적인 예다.
기존 우리나라 형법과는 달리 민식이법은 처벌에 있어서 고의와 과실을 구분하지 않는다. 따라서 과중 처벌의 가능성이 우려됐다. 하지만 발의 당시 어린이 피해자를 동정하는 여론에 힘 입어 국회는 문제의 소지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은 채 법안을 두 달 만에 통과시켰다.
그러나 민식이법 본격 시행 후 어린이들이 일부러 차량을 쫓아가 운전자를 위협하는 일명 ‘민식이법 놀이’가 자주 포착됐다.
또, 운전자들 사이에서 무고한 사람에게 과중 처벌이 주어질 수 있다는 공포가 퍼졌고, 피해자를 동정하던 기존 여론 대신 법을 개정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omz@fnnews.com 이지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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