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기술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이 시대와 미래, 인류는 이 기술을 통해 더욱 발전하고, 마침내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을까. 아니면 오히려 기술로 인해 더욱 소외되고 버려지게 되는 것일까. 이에 대해 5명의 젊은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 말한다.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지난 24일부터 열린 주제기획전 '더블비전' 전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AI, 알고리즘, 로봇공학 등 최첨단 과학기술을 향한 오늘날의 열망과 판타지, 그리고 그것이 자본주의 생산구조와 결합되었을 때 인간의 활동과 노동 환경을 어떻게 바꾸어놓았는지를 살펴보는 전시이다. 이번 전시는 영상, 설치, 사운드 등으로 구성되며 참여 작가 김실비, 양아치, 오민수, 이은희, 임영주 5인의 시각언어를 통해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오민수 작가의 작품을 지나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아서면 이어 이은희 작가의 '어핸드인어캡', 임영주 작가의 '세타'를 볼 수 있다.
'세타'는 동음의 그리스 단어를 제목으로 한 작품이다. 원어의 뜻인 숫자 '9'와 금융용어로서의 의미, 의학에서 사용되는 의미가 각각 이질적인 것에 착안해 이 개념들을 병치시키는 다채널의 영상 작품을 만들었다. 뇌과학에서 인간이 강한 혼돈과 약한 수면상태에서 발현되는 '세타파'의 상태를 작품에 녹여 알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과학 기술에 대한 막연한 염원과 환상 등 다양한 감정 상태를 드러내고자 했다.
전시장 2층으로 올라가면 김실비 작가의 '회한의 동산'과 이은희 작가의 '블러드 캔 비 베리 베드', 양아치 작가의 '그날, 그 자리에는 창조론자, 비진화론자, 본질주의자, 종말론자, 진화론자, 실존주의자, 근본주의자, 그노시스파, 연금술사, 전체론자, 감리교도, 몽매주의자, 존재론자, 유래론자, 현상론자, 합리주의자, 혼합주의자들이 참석했습니다(그날…)'를 만날 수 있다.
'블러드 캔 비 베리 베드'는 기계에 포착된 신체의 일부에 대해 이야기 한다. 점멸하는 듯한 영상 속에서 신체이미지가 기계에 의해 출력되어 유령의 이미지가 되었다가 이내 신체의 주인이 그것을 보고 공포에 질리는 기계이미지와 신체의 연속반응을 보여준다.
'그날…'은 뇌 과학자 박문호 박사의 과학강연 퍼포먼스와 대전 엑스포 과학공원의 조형물을 교차 편집해서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작업은 과학강연의 서사를 비선형적인 편집과 장면으로 개입하면서 대전 엑스포라는 장소의 무의식을 깨우며, 과학이 수학적 논리체계와 이성의 순수성에 가깝기보다 이데올로기의 영역이라는 것을 드러낸다. 전시는 11월 29일까지.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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