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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경의 플레e] 우리나라 e스포츠가 ‘3부따리’ 리그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下)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26 18:01

수정 2020.09.26 18:01

[이도경의 플레e] 우리나라 e스포츠가 ‘3부따리’ 리그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下)
[파이낸셜뉴스] 중국 e스포츠의 발전과 그 원인에 대한 분석을 지난 글에서 다뤘다. 우리나라가 배워야 할 부분이 많았다. 물론 압도적인 자본력과 체급 차이에서 오는 열세는 우리가 극복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하지만 추격의 불씨라도 살리기 위해서는 시스템의 개편이 시급하다.

먼저 e스포츠 시장 활성화를 위해 과세 제도부터 개선해야 한다.
우리나라 e스포츠는 중국이나 미국의 시장 규모에 비해 훨씬 작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e스포츠 구단들은 운영을 전적으로 기업의 지원에 기대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소수의 기업만이 e스포츠 구단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 기업이 구단 운영에 소극적인 이유는 투자 대비 기대이득이 적기 때문이다. 기업이 e스포츠판에 들어오게끔 세제혜택을 줘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프로야구의 경우, 모기업 혹은 법인이 구단에게 지원금을 교부하면 지출 금액 중 광고선전비에 대해서는 모기업의 손금에 일정 부분 산입을 해준다. e스포츠 구단을 운영하는 기업에도 이같은 제도를 차용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e스포츠 구단 운영에 100만 원이 쓰이면, 120만원이 손금산입되어 20만원의 법인세가 절감되는 것이다. 1년 운영비를 15억 원으로 가정하면 연간 약 7300만원의 세제혜택을 받게 된다.

이외에도 기업이 e스포츠 대회 스폰서로 들어올 경우에 세제혜택을 주거나 e스포츠 선수와 맺는 계약금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을 비과세로 적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울러 e스포츠 방송사업자들을 위해 e스포츠 대회 중계 시 협찬고지의 범위를 명확하게 설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e스포츠 선수들의 비자 문제도 지원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국내외에서 어느 정도 인정받는 외국 스포츠 선수나 예술인들에게 P-1A 비자를 발급하고 있다. 2013년부터는 해외 e스포츠 선수들에까지 적용폭을 넓혔지만, 기준이 애매하다는 이유로 비자 발급이 거부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또 e스포츠 선수들의 특성상 나이가 어려 병역 미필인 경우가 많은데 이 때문에 비자 발급을 받기 어려워 해외 대회 참가를 포기하는 사례도 잦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선수들이 문화체육관광부나 e스포츠협회가 인정하는 국제 e스포츠대회 참가 시 해당국의 비자 발급이 쉽게 되도록 지원하자는 것이다. 외국 선수가 프로활동을 목적으로 우리나라에 입국 시 발급하는 E6비자(예술, 운동 활동 수익목적 입국)의 절차를 간소화할 필요도 있다. 지금은 이 절차가 너무 번거롭고 까다롭다.

e스포츠 영상콘텐츠 관련 저작권과 선수들의 퍼블리시티문제, 국가대항전·국제대회를 통한 e스포츠 국가대표 위상정립에 대해서도 다루고 싶지만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다음 기회에 따로 설명하겠다.

‘팔 길이 원칙’이라는 말이 있다. 팔 끝에 닿을 듯 말 듯 딱 필요한 만큼의 거리를 두면서 산업을 지원하되 간섭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행정부나 국회에도 이같은 시선이 필요하다. 특히 국회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입법기관에서 일하다 보니 ‘법 만능주의’에 빠져 모든 문제를 법으로 해결하려 든다. 이런 태도로 e스포츠를 진흥시키려 하면 오히려 e스포츠의 독립성과 자율성만 망가진다.

영국은 ‘팔 길이 원칙’을 1945년부터 문화예술 지원사업의 중요한 원칙으로 삼아 지켜오고 있다.
우리 e스포츠도 정부의 기획육성이 아니라 스스로 성장했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시켜 민간 영역에서 투자가 활발하게 일어나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
’라는 대전제를 새삼 되새길 필요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 이도경 비서관
/정리= true@fnnews.com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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