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세운 프로젝트’ 5년의 성과
건물 철거 대신 도시재생으로 부활
창업공간 메이커스 큐브 청년 몰려
오디오·조명 등 ‘세운메이드’ 성과
소통·협력 팔걷은 서울시에도 호평
건물 철거 대신 도시재생으로 부활
창업공간 메이커스 큐브 청년 몰려
오디오·조명 등 ‘세운메이드’ 성과
소통·협력 팔걷은 서울시에도 호평
사실 한국판 실리콘밸리는 1970~80년대 이미 존재했다. '세운상가'다. 최초 국산차 '포니'가 탄생한 곳, 최초의 국산 컴퓨터를 만든 회사가 출범한 곳이 모두 세운상가였다. 이외에도 라디오와 TV, 게임기, 노래방기기 등 다양한 '신기술'은 세운상가를 거쳐 전국으로 퍼졌다. 하지만 실리콘밸리가 될 수 있었던 세운상가는 1990년대 용산전자상가가 생기고 강남이 부상하면서 급격하게 침체했다.
잊혔던 세운상가를 다시 세우는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은 지난 2015년 2월이었다. 방식은 오래된 건물을 모두 철거하고 고층 빌딩을 세우는 재개발이 아닌 '도시재생'이었다. 과거 영광 속 '기술'의 세운상가 이미지를 다시 재생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서울시의 세운상가군 재생사업 '다시 세운 프로젝트'가 올해로 5년이 됐고 가시적인 성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 '메이커시티 세운'으로 발돋움
세운상가를 찾으면 먼저 눈에 보이는 것은 공중보행길이다. 세운, 청계, 대림상가로 이어지는 3층 보행데크를 정비하면서 청계천을 횡단하는 공중 보행교가 생겼다. 보행 데크에는 '메이커스 큐브'라고 하는 창업과 협업을 위한 공간도 생겼다. 현재 꿈과 열정을 가진 청년들이 대거 입주해 있다.
사실 외관의 변화로는 '다시 세운 프로젝트'를 평가할 수 없다. 서울시가 추진한 재생의 핵심은 과거 세운상가가 가지고 있었던 도심제조업의 중심지로서의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다.
현재 세운상가는 '메이커시티 세운'으로 재도약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역자산인 도심제조산업 생태계를 기반으로 지역 내 기술장인과 청년의 협업을 통한 다양한 실험과 도전들이 제작기술의 발전과 메이커 문화로 확대되고 있다.
세운상가로 모인 청년들은 '세운메이드'를 통해 꿈을 현실로 만드는 중이다. 세운메이드는 청년 스타트업이 세운상가에 있는 기술장인과 협업과 시제품 제작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올해 세운메이드 제품은 오디오와 조명, 시계 금속 소품, 전자 기기 등 총 14개다. 지난 4월에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시민들에게 제품을 선보이고 제품제작을 위한 투자를 받기도 했다. 특히 크라우드펀딩에서 가장 높은 달성률을 보인 제품은 카세트 MP3다. 약 3600만원의 투자금을 모아 목표 금액의 1840%를 달성했다.
이처럼 세운상가의 기술장인과 청년 스타트업을 연결하는 업무를 하는 '세운기술중개소'는 지난 2018년부터 기술중개를 진행해 왔는데 현재까지 누적 상담건수만 389건(8월 기준)에 달한다.
서울시는 더 많은 협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난 5월 2700여개의 세운일대 제조업체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온라인 산업 지도 '세운맵'을 오픈했다.
■ 소통으로 만들어가는 '재생사업'
'다시 세운 프로젝트'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주민들과의 소통 덕분이다. 관이 이끌고 가기보다는 실제 세운상가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이 발전의 주체다. 이들이 프로젝트에 참가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다는 것은 이미 프로젝트 시작부터 설정된 가치 중 하나였다.
서울시는 1500회 이상의 주민 간담회와 설명회를 바탕으로 '다시세운 시민협의회'를 발족하는 등 민·관 협력 거버넌스를 구축했다. 다양한 이해관계인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도시재생 정책의 비전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류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앞으로도 세운상가군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지역의 자산을 계승· 발전시키고, 세운상가 일대의 산업 인프라와 연계한 창의제조산업 활성화 프로그램을 선제적으로 추진하겠다다"면서 "'메이커시티 세운'에서의 다양한 도전과 시도들이 지역산업의 재생과 혁신을 이끄는 성장동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깅조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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