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오지마라" 노모는 거리두기 하는데… 공항엔 ‘추캉스’ 행렬 [추석, 코로나 방역 비상 ]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29 16:47

수정 2020.09.29 16:48

"올해는 명절 스트레스 없이 떠나"
여행객 몰린 김포·제주공항 북적
"그래도 추석" 서울역엔 귀성 인파
‘확산 도화선’ 5월 연휴 방불케 해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9일 제주국제공항 국내선 도착장이 귀성객과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추석 연휴기간을 이용해 여행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연휴기간 제주공항 이용 승객은 37만여명에 달할 것으로 한국공항공사는 전망했다. 제주도는 코로나19 방역대책의 일환으로 제주에 도착한 관광객들은 연휴가 끝나는 내달 4일까지 발열검사를 받도록 했다. 뉴스1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9일 제주국제공항 국내선 도착장이 귀성객과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추석 연휴기간을 이용해 여행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연휴기간 제주공항 이용 승객은 37만여명에 달할 것으로 한국공항공사는 전망했다. 제주도는 코로나19 방역대책의 일환으로 제주에 도착한 관광객들은 연휴가 끝나는 내달 4일까지 발열검사를 받도록 했다. 뉴스1
"응 엄마, 우리 벌써 공항 왔어. 좀 있으면 내려갈 거예요."

추석 귀성행렬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9일 서울역과 김포공항 등은 일찌감치 귀성객과 추석 연휴를 이용해 '추캉스'(추석+바캉스 합성어)를 떠나는 여행객들로 붐볐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이날 "고향 방문을 자제하고 집에 머물러 주길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재차 호소했지만, 김포공항은 오후가 될수록 인파가 몰려 5월 황금연휴를 방불케 했다.

■"할머니부터 손주까지" 추캉스

평소 명절을 앞둔 국내선 공항 탑승구에서는 휴가를 나온 군인과 외국인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지만, 이날은 가족 단위 여행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 특히 할머니, 할아버지를 비롯해 아들, 손주, 며느리 3대가 함께 여행길에 오르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날 김포공항은 오후가 되자 몰려드는 추캉스족들로 오전보다 붐볐다.
양손 가득 선물세트를 들고 고향으로 향하는 귀성객은 여행객들 사이로 드문드문 보일 뿐이었다. 아이들 손을 잡고 형광색 바캉스 차림으로 여행을 기다리는 가족들의 얼굴에는 여행 전 설렘이 가득했다.

어머니와 함께 제주여행을 기획한 20대 자매는 "엄마와 추억 만들기 여행을 가려고 한다"며 "이렇게 셋이 가는 여행은 처음이라 설렌다"고 말했다.

선글라스에 각양각색의 벙거지 모양 버킷햇을 쓰고 들뜬 표정으로 김포공항에 들어선 어머니들은 "명절 스트레스 없이 이번엔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 여행을 가기로 했다"며 웃음꽃을 피웠다.

■"그래도 명절인데…아버지 첫 제사"

서울역은 여행객보다 고향으로 향하는 이들이 몰리면서 명절 분위기를 자아냈다.

서울역에서 만난 40대 김모씨는 코로나19 여파로 귀성 고민은 있었지만 홀로 지내는 시아버지를 안 뵐 수 없었다고 전했다. 김씨는 "시댁 쪽은 이번 추석에 가족들이 모두 모이지 않고 직계가족만 모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제사를 지내기 위해 귀성한다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대전행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는 60대 조모씨는 올해 구순의 아버지가 돌아가셔 첫 제사를 지내야 한다고 밝혔다. 조씨는 "지난 6월 아버지 구순 가족모임이 있었는데 코로나19 여파로 9월로 연기됐었다"며 "그런데 아버지가 8월에 갑자기 돌아가시는 바람에 구순 모임을 못해드린 게 마음에 맺힌다"고 털어놨다. 그는 "코로나19 감염 걱정도 되지만 첫 제사인 만큼 안 갈 수 없다"고 했다.


강남고속터미널 호남선과 경부선은 이날 오전 다소 한산한 분위기였다. 대학생 조성휘씨(25)는 "다들 안 간다지만 일년에 몇 번 못 보는데 안 가는 건 말이 안되는 것 같다"며 "솔직히 서울에서 다들 친구는 만나고 지내면서 안 내려가는 건 불효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아이와 함께 먼저 고향 울산으로 향한다는 이미소씨(33)는 "남편은 퇴근하고 오기로 했고, 사람이 덜 붐비는 오전에 먼저 내려가는 게 좋을 것 같아 일찍 나왔다"며 "아이를 혼자 데려가야 하는 점이 부담스럽긴 해도 차편 예약을 보니 전체 좌석 가운데 24좌석이 비어있어 거의 빈차로 내려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김성호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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