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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녹스'·'5G' 악재에 SKT 주가 '직격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30 12:14

수정 2020.09.30 15:41

SK텔레콤 사옥 전경
SK텔레콤 사옥 전경

[파이낸셜뉴스]SK텔레콤의 해외투자 역사에 첫 성공이라 할 만한 나녹스가 사기 의혹에 시달리면서 향후 투자전략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주가가 하락했다. 투자 금액이 많지 않다는 반론도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투자 성과보다는 불확실성이 더 크다는 점에서 내수 시장에 한정된 통신 사업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주 SK텔레콤은 4거래일 연속 1% 넘는 하락세를 보이며 주간 낙폭 5.3%를 기록했다. 증시 전반이 약세인 가운데 나녹스의 사기 의혹 여파가 가세했다.

국내 증권업계는 SK텔레콤의 나녹스 투자 여파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투자 금액이 2300만달러(약 270억원)으로 많지 않고, 그 역시 현재 200% 이상 차익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이 나녹스 주식을 인수할 때 치른 금액은 약 8.8달러로, 현재 나녹스의 급락한 주식가치(현지시간 28일 기준 26.6달러)의 3분의1 수준이다.

문제는 내수기업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SK텔레콤이 해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기 논란의 여파가 생각보다 적지 않다는 점이다. 투자 금액은 적지만 주식 투자자들에게 SK텔레콤에 대한 해외 사업 확장에 불신이 커진다면 주가 역시 하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SK텔레콤은 2000년대 들어서 내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공격적인 해외투자를 감행했지만 여전히 빈손이다. 베트남 호치민 지방정부와의 합작으로 시작한 이동통신 서비스 ‘S폰’ 사업에 약 1억5000만 달러를 쏟아부었지만 투자금 대부분을 회수하지 못한 채 2010년 철수했다. 2006년 미국에 자회사 ‘힐리오’를 설립하고 MVNO(이동통신재판매)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5억6000만달러의 손실을 내고 2년 만에 버진모바일에 회사를 매각한 뒤 철수했다. 2007년 중국 차이나유니콤, 2010년 미국 라이트스퀘어드 등 현지 이통사 투자도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10억달러를 투자해 확보한 차이나유니콤 지분 6.6%는 투자 3년 만인 2009년 전량을 매각했다. 6000만달러를 투자한 라이트스퀘어드는 2012년 파산신청을 했다.

2017년 미국 셰일가스 수송·가공(G&P) 업체 ‘유레카 미드스트림 홀딩스’에 대한 투자(1억 달러)를 시작으로 북미 가스산업에 약 8000억원 가량을 쏟아부었다. 코로나19 이후 유가가 폭락하면서 향후 사업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지난해 1억 달러를 들여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리는 ‘빈그룹(Vingroup)’ 지주사 지분 6.1%를 확보하며 베트남 재진출을 선언했다. 하지만 빈그룹의 과도한 자동차산업 투자로 실적 악화가 이어지면서 글로벌 신용평가사에서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는 등 악재가 겹치고 있다.

SK텔레콤이 나녹스 투자 성공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오랜 해외투자 흑역사를 딛고 ICT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공격적인 비통신 분야 투자를 감행하는 상황에서 나녹스의 성공이 SK텔레콤에게 지니는 의미는 남달랐기 때문이다.

이에 나녹스의 추락은 SK텔레콤에 치명적이다. 전략적인 해외투자의 첫 성과가 ‘사기 의혹’으로 판명될 경우 지금까지 추진해온 경영전략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녹스에 대한 의혹이 사실일 경우 한국과 베트남 독점 사업권을 확보하고 국내에 나녹스 핵심 반도체 제조 공장 신설을 검토하는 등 연계 사업들도 무산될 공산이 크다.

최근에는 SK텔레콤이 5G 전용 기술(28㎓ 주파수, 5G 단독모드)을 기업용(B2B)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히면서 내수 시장에도 소비자들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아파트나 주택, 상업지역, 공공시설 등 일반 소비자 대상(B2C)으로는 더 빠른 5G 서비스를 당장은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5G 서비스 품질 논란이 더 격화할 것이란 지적이다.

SK텔레콤은 원스토어, ADT캡스, 11번가, SK브로드밴드 등 자회사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면서 기업가치 제고에 더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SK텔레콤은 5000억 원 규모 자사주 매입에 나섰고, 성과급도 자사주 지급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연이은 악재에 8월 말 이후 주가는 24만원선에서 횡보하고 있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의 경우에도 실체 없는 주식에서 투자를 이끌어내 전기차 시장의 선두주자가 됐다"며 "의혹에 대한 검증 결과를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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