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중환자 치료제 처방받은 트럼프, SUV 타고 병원 밖 '유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05 17:57

수정 2020.10.05 18:44

지지자들에 인사 후 병원 복귀
건재함 과시해 역전 노린 듯
1차 양성 판정 은폐 의혹 등
정확한 건강 상태 공개 안해
코로나19 확진으로 입원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월터 리드 국립군병원 앞에서 차량에 탑승한 채 지지자들에게 '드라이브 스루' 유세를 펼치고 있다. 이날 대통령 주치의는 트럼프가 이르면 5일 퇴원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현지 언론은 조기퇴원은 무모한 행동이라고 질타했다. AP뉴시스
코로나19 확진으로 입원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월터 리드 국립군병원 앞에서 차량에 탑승한 채 지지자들에게 '드라이브 스루' 유세를 펼치고 있다. 이날 대통령 주치의는 트럼프가 이르면 5일 퇴원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현지 언론은 조기퇴원은 무모한 행동이라고 질타했다. AP뉴시스
코로나19에 감염돼 군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에 탑승해 '드라이브 스루' 유세를 이례적으로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메릴랜드주 베데스다 월터리드 군병원 밖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차 안에서 손을 흔들면서 지지를 당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깜짝 유세는 자신의 건강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부각시켜 조 바이든 후보에 뒤진 지지율을 역전시키기 위한 전략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1차 검진에서 양성 판정을 받고도 이를 숨겼다는 보도가 나왔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르면 5일 조기 퇴원이 가능할 것이라는 의료진 발표에도 불구하고, 그의 건강 상태에 대해 의심과 추측, 소문이 난무하고 있다. 백악관이 대통령의 건강 정보에 관해 숨기기에만 급급했던 '불편한 전통'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1차 '양성'…함구령도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정밀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1차 신속검사에 받은 양성 판정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밤 폭스뉴스와의 전화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이날 저녁 이미 일차적으로 양성 결과를 받은 상태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호프 힉스 백악관 보좌관의 코로나19 감염 사실을 밝히면서, 자신과 부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2차 검진을 받은 뒤인 2일 오전 1시께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코로나19 진단 검사 결과 나와 멜라니아 모두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밝혔다.

WSJ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최소 한 명의 보좌관에게 코로나19 검진 결과를 공개하지 말라고 함구령을 내렸다고 전했다. 실제 힉스 보좌관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인지한 것은 1일 오전이었지만, 이날 오후 보도되기 전까지 극소수만 알 정도로 비밀리에 붙여졌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이 줄줄이 감염된 상태다.

이러한 정보의 불투명성은 백악관 내 웨스트윙 내에서도 우려를 일으켰다고 WSJ은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웨스트윙 누구에게서도 공식적인 소식을 접하지 못해 트위터와 TV에 바짝 달라붙어 있는 실정"이라고 WSJ에 말했다.

대통령의 건강 정보에 관해 쉬쉬하는 건 백악관의 전통이라고 AP는 지적했다. AP에 따르면 백악관은 1919년 우드로 윌슨 전 대통령의 스페인 독감에 걸린 사실을 비밀에 부치려했고, 1944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고혈압, 심장질환 진단을 받고도 4선을 노리느라 이를 축소 발표했다. 그는 당선에 성공했으나 한 달 뒤인 1945년 4월 뇌졸중으로 숨졌다.

트럼프, 중증환자 치료제 처방 받아


트럼프 대통령의 주치의 숀 콘리 박사는 4일 트럼프 대통령의 상태가 계속 좋아지고 있으며, 이르면 5일 퇴원할 수도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상태가 나빠 향후 48시간이 관건이라는 보도가 나왔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상태를 둘러싼 의심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콘리 박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염증치료제 '덱사메타손'을 복용했다고 밝혔다. 저가 스테로이드제 덱사메타손은 지난 6월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이 코로나19 중증 환자의 사망률을 낮추는 것으로 확인돼 주목받았다.

문제는 이 약물이 경증 환자에게는 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중태이거나 심각한" 코로나 환자에게만 이 치료제를 투여하라고 권고한다. 미 국립보건원(NIH)도 산소 보충을 필요로 하지 않는 환자에게는 덱사메타손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다.

"괜찮다"는 발표와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상태가 그만큼 가볍지 않음을 시사한다고 워싱턴포스트(WP), 폴리티코 등은 분석했다.

콘리 박사는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혈중 산소 포화도가 일시적으로 94% 밑으로 떨어졌으나, 약 2L의 산소 보충 공급을 받은 후 정상 범위인 95% 이상을 회복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상태가 현재 안정적이라고 강조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74세 고령의 고위험군이라 이후 상태를 100% 낙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제, 어디서 코로나19에 감염됐는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감염 시기는 불분명하나 측근인 호프 힉스 백악관 고문과 비슷한 시기에 코로나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USA투데이는 힉스가 지난달 30일 트럼프 대통령의 미네소타주 유세에 동행했을 때 증상이 보이기 시작했으며 돌아오는 공군1호기 기내에서 뒤쪽에 격리된 상태로 이동했다고 보도했다. 힉스는 다음날 진단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USA투데이는 자체 분석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힉스 고문이 수십명에서 많게는 수백명과 접촉했으며 이들 중 십여명이 최근 코로나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이중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석 중인 연방 대법원 판사에 에이미 코니 배럿을 지명, 발표하는 백악관 행사 참석자도 다수 있어서 이때도 많이 확산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NYT는 배럿 지명 행사 참석자 중 부인 멜라니아를 포함해 최소 7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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