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도 조 전 대사대리의 망명이 주목되는 까닭은 뭔가. 우선 2011년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이후 재외공관장의 첫 탈북 사례여서다. 더욱이 그의 부친과 장인이 모두 고위 외교직을 지냈다면? 북의 핵심계층에서조차 3대 세습독재정권에 대한 회의가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물론 국제사회의 전방위 북핵제재로 그에게 부과된, 김정은용 사치품 조달에 차질이 빚어지자 탈북을 결행했다는 관측도 있다.
'외교관 탈북 도미노'는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바깥세상과 비교 기회가 많을수록 북한 체제에 대한 희망도 엷어지기 마련이어서다. 북한 정권도 이를 알기에 북한 내 가족을 인질로 삼는다. 이는 탈북 인사들에겐 큰 위협요인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해 조 대리대사의 딸이 북으로 송환된 사실을 확인했었다. 조 전 대리대사의 옛 동료인 태영호 의원은 7일 "북한에서 변절자·배신자로 규정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도 애초 이런 위험성을 감안해 그의 입국 사실을 비공개했을 법하다. 하지만 이번에 공무원이 북한군에 피살돼 여론이 들끓는 시점에 그의 신원을 공개했다. 여기에 무슨 정치적 복선이 깔렸는지 모르지만, 그의 신변보호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한다. 서독의 최장수 외교장관이었던 한스 디트리히 겐셔의 비화를 보라. 1952년 사회주의 동독을 떠난 그는 결국 헬무트 콜 총리와 함께 독일 통일의 견인차가 됐다. 우리 사회가 모든 탈북민을 '먼저 온 통일'이라는 관점에서 포용해야 할 이유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