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도 사상최대
[파이낸셜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 경제가 깊은 침체를 겪고 있지만 전세계 억만장자들은 자산이 급속히 증가하며 사상최대의 부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들의 기부 또한 사상최대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NN비즈니스, BBC 등 외신들은 7일(이하 현지시간) 스위스 은행 UBS와 회계·컨설팅 업체 PwC 보고서를 인용해 7월말 현재 전세계 억만장자들의 부가 10조2000억달러로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이전 최고치인 2017년 8조9000억달러에 비해 13% 가까이 증가했다. 또 주식시장이 3월 중반 바닥을 찍고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4월 이후 부유층 자산평가액은 단 넉달만에 27.5% 급증했다.
전세계 억만장자들의 수자도 늘어 2017년 2158명에서 올해 7월 현재 2189명으로 31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억만장자 사이에서도 부의 증가 속도는 서로 달랐다.
이들 억만장자의 부가 주로 주식으로 구성된 터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업종간 주가 차별화가 이들의 자산평가액 차이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기술업종, 보건, 산업 부문 억만장자들의 부가 훨씬 더 큰 폭으로 늘어난 반면 엔터테인먼트 등 미디어, 금융서비스, 부동산 업종 억만장자들의 부는 상대적으로 증가폭이 작았다.
보고서는 이같은 흐름은 지난 10년간 흐름과 대조적이라면서 당시에는 "안정적인 성장세가 이어지고 자산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름세를 타면서 모든 부문 억만장자들의 부가 동반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금은 기술적, 사회적인 흐름의 '잘못된 편에 서 있는' 억만장자들은 상대적으로 덜 부유해졌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지난 10년간 억만장자 수는 2배, 이들의 자산평가액은 3배 가까이 급증했지만 '혁신적 억만장자'와 나머지 억만장자 사이에는 양극화가 벌어졌다.
보고서는 "지난 2년간 기술을 통해 사업모델, 제품, 서비스를 바꾼 이들은 앞서 나갔다"면서 "코로나19 위기는 이같은 분화를 재촉했다"고 설명했다.
2018년 이후 올 7월까지 기술업종 억만장자들의 총 자산평가액은 43% 급증한 1조8000억달러였고, 제약 등 보건 분야 억만장자들의 자산평가액은 50% 급증한 6590억달러로 집계됐다.
이 기간 전체 억만장자들의 부는 19% 증가했다.
금융·미디어·원자재·부동산 업종 억만장자들의 부는 증가율이 10% 이하에 그쳤다.
지역적으로는 높은 경제성장을 발판으로 한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중국 본토 억만장자들의 부는 지난 10년간 9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 억만장자들의 부는 2배 늘었다.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경제의 중심이 디지털로 옮겨가면서 잭마, 포니 마 등 설립자들의 부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반면 제조업·건설업 억만장자들은 이들에게 뒤처졌다.
억만장자들의 부가 급속히 늘어나는 반면 전세계 극빈층 역시 증가하고 있다. 전세계의 소득 양극화 현상이 확대되고 있다.
이날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전세계 극빈층 수는 코로나19 경제충격으로 인해 20여년만에 처음으로 올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내 소득 불균형도 심화하고 있다.
싱크탱크 정책연구소(Institute for Policy Studies)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미 억만장자들의 부는 중산층 부의 증가 속도보다 200배 빠르게 늘었다.
제프 베이저스 아마존 창업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공동 창업자 등을 포함한 미 최고부자 643명은 3~9월 사이 8450억달러를 더 벌여들였다. 덕분에 이들의 부는 3분의1 가까이 늘었다.
다만 억만장자들의 부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의 기부 역시 사상최대 수준에 이른다.
UBS 보고서에 따르면 3~6월 사이 억만장자 약 209명이 모두 72억달러 기부를 약속했다.
보고서는 "아직 초기이기는 하지만 억만장자들이 전환점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면서 "억만장자들이 팬데믹과 최근 자연재앙으로 관심이 높아진 환경·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높이고, 기부도 확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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