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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에 지친 디즈니 주주 "영화보다 스트리밍 투자" 촉구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08 15:36

수정 2020.10.08 15:36

지난달 30일 대규모 해고 소식이 알려진 직후 촬영된 미국 플로리다주 레이크부에나비스타의 디즈니랜드.AP뉴시스
지난달 30일 대규모 해고 소식이 알려진 직후 촬영된 미국 플로리다주 레이크부에나비스타의 디즈니랜드.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와 최근 흥행 실패로 경영 위기에 빠진 미국 월트디즈니 주주들 사이에서 영화 대신 스트리밍에 전념하라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일부 행동주의 투자자는 영화관의 시대가 갔다며 이제 스트리밍 미디어가 새로운 흐름이라고 내다봤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현지시간) 미 헤지펀드 서드포인트의 대니얼 로브 대표가 밥 차펙 디즈니 최고경영자(CEO)에게 보내는 서신을 미리 입수했다며 이러한 내용이 담겨있었다고 전했다. 로브는 투자 기업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행동주의 투자자로 유명하며 그의 서드포인트는 현재 550만주, 6억7600만달러(약 7796억원) 규모의 디즈니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전체 0.3%에 해당한다.

로브는 디즈니에게 배당용으로 적립한 자금 30억달러를 미디어 스트리밍 서비스에 투자해 달라며 디즈니가 “몇 년 안에” 넷플릭스의 구독자 숫자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당 배당금을 몇 달러 정도 아낀다면 ‘디즈니 플러스’의 고유 콘텐츠 예산을 2배 이상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투자하면 훗날 디즈니 배당률이 몇 배나 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로브는 디즈니가 전통적인 개봉용 영화 산업에서 다른 영역으로 이동해야 한다며 “마차에서 자동차로 진화하듯이 스트리밍 서비스에 전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디어 산업의 미래가 바뀐다고 강조하고 디즈니가 “집 안에 영화관을 노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블 등 대형 미디어 프랜차이즈를 소유한 디즈니는 지난해 11월 넷플릭스에 대항하기 위해 자체 스트리밍 플랫폼인 디즈니 플러스를 출시했으나 영화 사업도 병행했다. 그러나 전 세계 영화관이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문을 닫고 최근 출시한 영화들도 큰 흥행을 이루지 못하면서 경영난에 빠졌다. 여기에 자체 테마파크인 디즈니랜드 역시 팬데믹에 문을 닫으면서 회사 사정이 더욱 어려워졌다. 디즈니는 지난 8월 발표에서 올해 2·4분기에 47억2000만달러의 순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이후 디즈니는 배당 지급을 중단하고 미국 내 디즈니랜드 직원 2만8000명을 해고하면서 비상경영에 나섰다.

로브는 비록 디즈니 플러스의 구독자가 6000만명 수준이고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지만 장래가 밝다고 판단했다.
그는 서신에서 스트리밍 투자 확대가 “영화관 및 유선방송을 넘어 디즈니를 미디어 강자로 번성하게 도울 것이다”고 주장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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