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밤새 불탄 울산 33층 주상복합 아파트

최수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09 06:20

수정 2020.10.09 13:18

발생 7시간 지나도록 진화 안 돼
밤새 건물 내부 외부 더 태워
강풍에 소방장비 속수무책
12층~33층 건물 내부, 외벽 전부 태워
인명 피해 적어 천만다행
350여 명 이재민 발생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8일 오후 11시 12분께 울산시 남구 삼환 아르누보 주상복합에서 난 불이 진화되지 않고 밤을 새워가며 7시간 넘게 건물 곳곳을 태웠다. 33층의 고층인데다 강풍까지 불어 고가사다리차 등 소방장비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돼 마냥 지켜보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됐다.

지난 8일 오후 11시 발생한 울산 주상복합 화재가 7시간 넘기고도 진화되 읺고 오히려 확대돼 건물이 붕괴 위기까지 우려되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11시 발생한 울산 주상복합 화재가 7시간 넘기고도 진화되 읺고 오히려 확대돼 건물이 붕괴 위기까지 우려되고 있다.

■ 고층에 강풍까지.. 물줄기 흩어져
불은 12층을 시작으로 33층 꼭대기 층까지 번졌으며 건물 내부는 물론 외벽까지 모두 태웠다.

이날 소방당국은 신고접수 후 초기진화를 위해 고가사다리차 3대, 펌프 5대, 탱크 4대 등 27대, 96명의 인원을 투입했지만 불이 난 건물이 33층의 고층인데다 태풍의 영향으로 강풍까지 불면서 초기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불은 12층에서 발화된 뒤 외벽 등을 타고 불과 몇 분만 건물 상층으로 옮겨 붙었다. 울산지역은 이날 제14호 태풍 ‘찬홈’의 영향으로 강풍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초속 16m 안팎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불었다.


이 때문에 고가사다리차에서 뿜어내는 물줄기가 바람에 밀려 제대로 화재현장에 닿지 않았고 헬기 등의 다른 소방장비의 접근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진압에 진척이 없는 사이 불길은 곳곳에서 되살아나 다시 건물을 태우기 시작했고 큰 소리의 폭발음까지 들렸다. 당시 불길은 내부에서 외벽을 뚫고 나오기까지해 화력의 세기를 가늠하게 했다.


■ 대피과정 연기흡입 입주민 88명 병원 이송

다행히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신속히 대피해 큰 인명 피해는 없었다.

주민들은 불이 나자 건물 밖으로 재빨리 뛰쳐나왔으며 고층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12층과 33층 등 피난구간으로 대피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 54명 등 88명이 연기를 흡입과 찰과상 등의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8일 발생한 울산 주상복합 화재 현장에서 대피 중 연기를 흡입한 입주민이 119구조대 설치한 임시천막안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
8일 발생한 울산 주상복합 화재 현장에서 대피 중 연기를 흡입한 입주민이 119구조대 설치한 임시천막안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

소방당국이 구조한 인원은 12층 4명, 28층에 23명, 33층에 50명 등 모두 77명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은 아래층에서부터 수색을 펼쳤으며 불길이 거세진 무렵 주민들을 안전하게 피신시킨 뒤 다음날 오전 3시 무렵 모두 건물 밖으로 대피시켰다.

이 건물은 2009년 4월 지하 2층 지상 33층 규모로 지어진 주상복합건물로 화재 당시 127세대가 거주하는 중이었다. 따라서 약 350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은 화재진압이 더디게 진행되자 가까운 호텔 또는 친인척 집에서 하룻밤을 지새웠다.

8일 울산 삼환 아르누보 화재현장에서 피신한 주민과 구경 나온 시민들이 한 데 뒤섞여있다.
8일 울산 삼환 아르누보 화재현장에서 피신한 주민과 구경 나온 시민들이 한 데 뒤섞여있다.

■ 주변지역 아수라장..대형마트 옥상 불티로 화재
불인 난 주변지역도 건물에서 떨어진 불씨가 날아들어 화재가 발생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건물 맞은편에 있는 롯데마트 울산점의 경우 옥상 일부 탔으나 소방대에 의해 곧장 진화됐다. 인근 주택가에는 산산 조각난 철제 외벽마감제가 쏟아져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불안을 느낀 동네주민들은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고 일부는 화재진압 과정을 계속해 지켜보기도 했다. 도로도 통제됐다. 달동사거리에서 동평사거리까지 삼산로 700m 구간이 폐쇄됐다.

불이 나자 송철호 울산시장과 김석진 행정부시장이 현장을 찾아 피해 여부 파악하고 화재진압과정을 지켜봤다.

소방당국은 화재진압이 완료되는 대로 혹시 모를 피해자를 찾기 위해 수색작업을 실시할 예정이며, 화재원인도 파악에 나설 예정이다.
이날 울산소방본부는 119 긴급전화를 통해 "에어컨 실외기에서 불났다"라는 내용의 최초 신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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