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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억 전세금 안 갚으면 그만… HUG 대위변제 부작용 반복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12 17:57

수정 2020.10.12 18:42

대위변제 대부분 자발적 변제
미반환 상위 60% 회수금 '0'
일부러 안 갚아도 형사고소 못해
경매 통한 회수가 유일한 방법
"집주인 재무상태 확인장치 필요"
무리하게 갭투자(전세 낀 주택 구매)에 나섰던 임대사업자 등이 무더기로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변제에 나서는 부작용이 반복되지만 전세금을 회수하는 강제적인 조치가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나마 돌려받는 대위변제금 회수기간도 수 년씩 걸리는 실정이다.

자발적 변제 외엔 회수 못해


12일 HUG에 따르면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을 통해 지급한 대위변제 금액 중 81%는 1년 이내에 회수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집주인의 자발적인 변제를 통해 이뤄지고 있을 뿐, 수십 건에서 수백 건의 보증사고를 일으킨 경우는 전액 회수 자체가 불가능하고 경매 절차를 통한 환수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전문가들은 "임차인의 전세금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보증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특히 국민의 세금으로 만든 공기업이 대신 물어준 피해액을 받아내지 못하는 구조는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3년간 전세금을 미반환한 상위 30명의 보증금액은 1096억원이다. 이 중 HUG가 대위변제하고 회수하지 못한 금액은 1000억원(966억6000만원)에 육박한다.

지난 7일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이 밝힌 2017년부터 2020년 6월까지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중복사고 현황에 따르면 서울 양천구의 임대인 A씨는 피해사례만 202건으로 피해액은 413억1000만원이다.

하지만 이 임대인은 아직까지 HUG가 지급한 413억원에 대해 한 푼도 반환하지 않고 있다. HUG는 이 임대인과 연락조차 되지 않는 상태라고 밝혔다.

HUG 관계자는 "한두 채를 소유한 집주인들은 새 임차인을 구해 변제에 나서는 방식으로 2~3년 이내에 회수가 가능하지만 수 십 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는 연쇄적으로 보증금 반환 사고가 일어나기 때문에 회수가 쉽지 않다"며 "실제 A씨의 경우처럼 연락이 안되는 임대사업자가 많아 가압류, 경매신청, 공시송달을 통해 법원이 선순위 채권 순위를 가린 후 HUG의 몫이 얼마인지 확정된다"고 말했다.

보증보험 조건 까다롭게 개선해야


문제는 보증사고 자체가 민사사건이기 때문에 버티는 임대인을 상대로 형사고소 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임차인이 임대인을 상대로 사기 등 혐의로 형사 고소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HUG에 보증보험을 가입하는 주체가 임차인이기 때문에 임대인의 불법행위를 입증할 증거를 찾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전세금 보증사고는 세금탈루와는 달라 강제징수가 불가능하다.

실제 지난 3년간 전세금 미반환 상위 30명을 상대로 한 HUG의 회수율은 12.1%에 불과했다. 특히, 상위 10인 중 6명에게는 단 한 푼도 받아내지 못했다.

202건의 보증사고를 일으킨 A씨의 경우만 보더라도 HUG가 작년 7월 최초 보증사고 이후 그해 8월 임차인 대위변제를 시작했다. 이어 올해 3월부터 44건에 대해 경매 절차를 시작했지만, 주택 건별로 202건의 경매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A씨는 분양업자, 중개업자와 짜고 갭투자를 통해 수백 채의 다세대 주택을 매입해 전세보증금을 부풀린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은행 등 금융권의 담보까지 고려하면 HUG가 얼마만큼의 구상권을 확보할지도 미지수인 것이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이 서민들을 위한 기능임을 감안하더라도 보증사고가 너무 많고 그 규모가 작지 않다"며 "보증에 앞서 집주인의 재무상태라든지 집주인의 선순위 권리 부분을 디테일하게 확인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보증보험의 조건을 변경해 회수율을 높이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특히 갭투자를 무리하게 한 사업자 등에 대해서는 가입조건을 높인다든지 리스크에 따라 요율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kimhw@fnnews.com 김현우 기자 , 조윤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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