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6·25전쟁 영웅하면 우선 더글러스 맥아더(1880~1964년) 유엔군 총사령관이 떠오른다. 1950년 9월 인천상륙상전을 감행해 전세를 뒤바꾼 인물이다. 하지만 한달 후 중국군 개입으로 유엔군과 국군은 다시 한강 이남으로 밀렸다. 이때 중국군의 파상공세를 탁월한 전략과 전술로 막아낸 이가 바로 제임스 올워드 밴 플리트(1892~1992년) 미 8군 사령관이다. 밴 플리트 장군은 100세 장수했다.
그는 1951년 4월 한국 도착 직후 일본 철수를 건의하는 참모들의 의견을 물리치고 수도권 최전방을 사수했다. 그의 아들 지미 밴플리트 2세도 폭격기 조종사로 참전했다 실종됐다. 아들을 수색하다 다른 이의 아들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없다며 수색을 중단시킨 일화는 유명하다. 한국 정부는 1953년 1월 밴 플리트 장군에게 대한민국 건국훈장을 서훈했다. 한국 육군사관학교 창설도 그의 건의에서 나온 작품이다.
1957년 뉴욕에서 만들어진 한·미친선 비영리 단체 '코리아 소사이어티'도 벤 플리트 장군 주도로 만들어졌다. 코리아 소시아어티는 장군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95년 '벤플리트상'을 제정했다. 대상은 한·미간 우호증진에 이바지한 이들이다. 지미 카터, 조지 부시 전 미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이 수상했다.
최근 방탄소년단(BTS)의 밴플리트상 수상 소감을 놓고 중국이 반발하고 있다. 관영 매체는 BTS 수상소감 중 "한국전쟁은 한·미가 겪은 고난과 희생의 역사"라는 부분을 문제 삼았다. 중국군도 한국전쟁에 참여했는데 이에 대한 희생을 무시한 발언이라는 것이다. 항의의 표시로 BTS가 나온 광고를 내리거나 일부 상품이 온라인 쇼핑몰에서 사라졌다. 일각에선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에 이은 제2의 한한령을 우려한다.
속좁은 행태가 아닐 수 없다. 행여 미·중간 패권 다툼에 엉뚱하게 BTS를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불순한 의도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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