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공기업

해상풍력 발전소 무분별 건립… 조업권 뺏긴 어민들 '분통'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13 18:07

수정 2020.10.13 18:53

개별 민간사업자 '돈벌이' 급급
어민 보상대책 없이 일방 추진
연안 어업지역과 겹쳐 갈등 증폭
피해 최소화·권익보호 대책 필요
해상풍력 발전소 무분별 건립… 조업권 뺏긴 어민들 '분통'
정부가 그린뉴딜 정책으로 해상풍력 발전소 건립을 서두르면서 어업인의 생존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 여건상 태양광 발전에는 한계가 있다. 또 산림훼손과 소음, 발전량 등을 고려하면 육상풍력보다는 해상풍력이 신재생에너지의 대안으로 평가 받고 있다. 하지만 해상풍력 발전소 건립예정지가 어민들이 가장 많은 조업 활동을 하는 곳과 겹치는 가운데 적절한 보상대책 없이 추진되면서 어업인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30만 어민 "일방적 해상풍력 반대"


13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수협중앙회는 오는 2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항의 방문, 정부의 일방적 해상풍력 추진에 반대하는 30만명 어업인 서명을 전달할 계획이다.
전국 어업인들은 지난 8월 25일 해상풍력 대책회의를 열고 정부의 일방적인 해상풍력 추진 반대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전국에 있는 20여개 수협 조합장 대책위원들은 만장일치로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정부가 어업인에 대한 고려 없이 무분별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해상풍력 입지를 개별사업자가 정하고 있어 어민들에 대한 고려가 없고, 일부는 군사훈련구역에도 발전사업허가를 취득하는 등 '수익추구'에만 함몰됐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민간사업자들은 실제 생업으로 어업활동을 하는 어민이 아닌 주민이나 어업활동 의존도가 낮은 사람에게 동의서를 받으며 어민-주민간 갈등도 일으키고 있다. 지자체 역시 어민들의 의견 수렴을 하겠다면서 실제로는 사업에 우호적인 주민을 다수로 협의체를 편성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지난 7월 전북 서남권 해상풍력(2.4GW급) 사업 추진을 발표하며 "주민과 함께하고, 수산업과 공존하는 상생여건을 조성하겠다"며 "지역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로 그린뉴딜 실현에 기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어민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 규정 없이 미리 짜여진 일정에 맞춰 사업이 진행되면서 어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양환경 영향 조사 전무"


해상풍력 발전소 건립 예정지는 수심 50m미만, 풍속 6m/s 이하로 어민들의 어업활동이 가장 활발한 연안 어업지역과 일치한다. 해상풍력단지 내 어업활동이 금지되면 어민들은 사실상 생업을 잃게 되는 것이다.

어민들은 해상풍력 정책 수립 과정에서 전력수급과 경제성만 치중하면서 해양환경 및 수산자원에 미치는 국내 연구, 실증조사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외국의 사례를 참고자료로 삼고 있지만 어업 환경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국, 독일의 전체 어선수는 6000여척, 1400여척에 불과하다. 반면 우리나라 어선수는 6만7000여척으로 어업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직접 어업인 수도 EU 전체가 17만9600명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11만6000명에 달한다.

최근에는 무리한 해상풍력 사업 추진의 근거가 되는 '경제성' 자체도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정책감시특위 이주환 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산업부 산하 에너지공기업이 추진 중인 해상풍력 사업 34건 중 경제성조사 대상은 7개에 그친다. 이 중 2개 사업은 비용 대비 편익 비율(B/C)이 1을 밑돌아 수익보다 비용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어업 관계자는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현재 발전량에 따라 정부 지원을 받아 경제성을 확보하고 있는데 보조금이 없을 경우 경제적 타당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해상풍력 추진으로 얻게 되는 경제성 평가와 함께 수산물 유통, 가공, 판매 등 후방산업이 받는 영향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입지, 어민 보상 관련 법제도 필요


전국 어업인들이 모인 수협 대책위원회는 해상풍력 입지 선정, 보상 등에 대해 어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법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지난 7월 해상풍력 관련 제도개선을 발표했지만 구체적 지침이 없어 지자체와 민간업자들이 탈법에 가까운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발전사업 허가 기준이 강화되자 일부 민간업자들은 규제 시행전 인허가를 받기 위해 어업인을 대상으로 금품 살포 등의 행위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인허가 간소화를 빌미로 해양환경영향 평가 및 해양공간적합성 협의와 같은 절차도 생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협 중앙회 관계자는 "어업인들은 어업인이 배제된 일방적 해상풍력사업 추진을 반대하고 있다"며 "어업 피해 최소화와 어업인 권익보호 방안 법제화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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