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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원준 기자 = 정부·여당이 대중문화예술 우수자에 대해 군 입대 시점을 연기해주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방탄소년단(BTS)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돌 가수 등도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그동안 20대 대중문화예술인이 병역의무를 연기하기 위해선 대학원에 다니는 등 '꼼수'를 써야 했지만, 앞으론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활동하면 입대를 늦출 길이 열렸다는 데 큰 차이가 있다.
14일 병무청 등에 따르면 정부는 대중문화예술 분야 우수자에 대해 징집·소집 연기가 가능하도록 병역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별도의 정부입법안을 제출하는 대신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이 지난 9월3일 대표 발의한 병역법 개정안을 바탕으로 관련 준비하고 있다.
전 의원의 개정안은 병역의무 연기가 가능한 대상에 일정 요건을 갖춘 '대중문화예술 분야 우수자'를 포함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여기서 우수자란 '대한민국의 대내외적 국가 위상과 품격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인정된 자'로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추천한다. 세계적으로 선전하는 K-POP 가수, 아이돌 그룹 등이 수혜 대상이 될 전망이다.
이번 병역법 개정안은 미국 빌보드 차트를 휩쓸며 전 세계에서 K-POP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BTS를 겨냥해 발의됐다. 아이돌 그룹 전성기라 할 수 있는 20대 때 활동할 권리를 보장하고, 이를 통해 국가 이미지 제고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논리다.
전 의원을 포함한 여당 의원 14명은 개정안 발의 배경으로 "대중문화예술은 병역이행 시기인 20대에 가장 높은 성과를 보임에 따라, 시기 조정이 되지 않을 경우 젊은 청년들의 기회 박탈뿐 아니라 국가 이미지 제고의 관점에서도 불합리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체부, 국방부, 병무청 등 관련 부처는 이번 개정안에 맞춰 현재 구체적인 제도 시행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별도 시행령을 마련해 우수자 추천 기준과 연기 가능 범위 등을 규정할 예정이다.
우선 입대 연기가 가능한 연령 제한은 30세가 유력하다. 20대 대중문화예술인의 활동을 보장하려는 것이 법 개정 취지이기 때문이다. 모종화 병무청장은 전날 국회 국정감사에서 "입영을 연기할 수 있는 연령을 상한선으로 해서 관계부처와 협조 중"이라고 말했다. 병역법 62조는 병역의무 이행일 연기가 30세를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중문화예술 우수자 선발을 위한 추천 기준은 아직 도출되지 않았다. 민감한 병역 문제이고 자칫 형평성, 공정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우선 문체부에서 추천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전례를 보면 앞으로의 추천 기준을 내다볼 수 있다. 현재 입영 연기 혜택을 받고 있는 '체육 분야 우수자' 사례를 보면, 국내대회에서 한국신기록을 수립하거나 국제대회 성과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입대 연기를 원하는 대중문화예술인은 국내외 수상 이력, 해외활동 기간 같은 특정 조건을 충족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종화 청장은 전날 기준과 관련해 "대중문화예술 인원에 대한 병역 연기는 국민적 관심사로 형평성이 중요한 문제"라며 "높은 수준의 추천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병역 혜택을 받은 대중문화예술 우수자가 기대와 달리 활동을 게을리하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경우에 대비해 박탈 기준까지 마련할 방침이다. 이 경우 징집·소집 연기가 취소돼 곧바로 입대해야 한다.
현재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개정안 가운데서는 BTS 등 대중문화예술인을 위한 '병역 특례' 내용은 빠졌다. 병역 특례는 현역 복무를 자신의 특기 활동으로 대체하는 것으로, 2년10개월 동안 복무하는 '예술·체육요원' 제도가 대표적 사례다.
이에 따라 앞으로 BTS 같은 세계적 대중문화예술인이 나올 수 있는 만큼 입대 연기를 넘어선 포괄적인 병역 문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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