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항지 대폭 축소·대외활동 모두 취소
[파이낸셜뉴스] 2020 해군 순항훈련전단이 14일 제주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을 출항해 72일 간의 교육·훈련에 돌입한다.
해군은 이날 "이번 순항훈련전단에는 해군사관학교 75기 사관생도 147명을 비롯해 540여 명이 강감찬함(DDH-Ⅱ, 4,400톤급)과 소양함(AOE-Ⅱ, 1만톤 급)에 탑승하여 미주와 동남아 국가를 순방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신형 군수지원함인 소양함이 이번 훈련에 처음 참가한다.
해군 순항훈련은 △장교 임관을 앞둔 해사 생도들의 원양항해 실습(함상 적응능력 배양) △군사외교 활동(순방국 유대강화와 국위선양) △해외동포 위문을 위해 지난 1954년 9기 사관생도부터 시작됐다. 이후 올해 75기 사관생도까지 67회 걸쳐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올해 순항훈련은 국내·외 코로나19 상황으로 제한된 여건 속에서 진행된다. 기항지를 대폭 축소하고 대외활동도 모두 취소했다. 항해훈련도 2단계로 시행한다. 1단계는 원양 항해훈련으로 43일 간 먼바다에서 훈련을 실시하며 말레이시아(포트클랑)와 미국(괌)을 방문한다. 2단계는 국내 항해훈련으로 29일 동안 제주도를 중심으로 동·서·남해 훈련을 이어간다.
순항훈련전단은 사관생도들이 먼저 원양항해 중에 체험식 교육을 받고 이후에 실제 전장환경에서 배운 것을 적용해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특히 장차 초급장교로서 함정에서 맡게 될 분대장 직책에 필요한 직무체험을 집중적으로 교육할 계획이다.
'비대면 교육'도 새롭게 도입했다. 현장체험이 어려운 상황에서 국제적 안목을 기를 수 있도록 생각해 낸 아이디어다. 순항훈련전단은 주요 해역 항해와 순방국 기항 중에 상용위성을 활용해 국내·외 전문가 온라인 강의를 실시한다. 원활한 온라인 교육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위성 서비스 회선을 추가하고 데이터 전송속도도 향상시켰다.
코로나19 방역을 고려해 제한적이지만 군사외교 활동도 펼친다. 특히 올해는 한국-말레이시아 수교 60주년이다. 순항훈련전단은 양국간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자체 제작한 함상 퍼포먼스 사진을 말레이시아 해군에 전달한다. 미국령 괌에서는 6·25전쟁 70주년을 계기로 참전용사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의미에서 '방역종합선물세트'를 선물한다. 이 세트에는 마스크와 손세정제, 소독용 티슈가 포함돼 있다.
해외동포 지원 활동도 이어간다. 순항훈련전단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순방국 교민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재외공관에 K-방역물자를 전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순항훈련전단은 국내에서 생산한 방역마스크 1만개를 준비했다.
순항훈련전단은 코로나19 상황에 대비해 선제적인 방역활동 계획을 마련해 추진해 왔다. 올해는 순방국에서의 외부활동도 없다. 외국 군항에 입항해 군수적재만 할 방침이다. 불가피하게 외부인원과 접촉 시에는 방역복장과 장구를 착용하고 함내 반입 물품은 외부에서 사전 소독할 계획이다.
순항훈련전단 편승인원은 출항 2주 전부터 함정에서 대비태세를 유지했으며, 유전자증폭(PCR) 검사도 실시했다. 더불어 편승인원을 예년 대비 70여 명을 감축했으며, 예방의무 물자도 충분히 확보했다. 유증상자 발생에 대비해 함내 격실 공기조화장치를 독립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격리 공간도 별도로 구축했다. 의료진도 기존 4명에서 6명으로 확대 편성했으며, 국군의무사령부와 협조해 원격 진료지원체계도 마련했다.
김경철 순항훈련전단장(준장)은 "우리 해군은 6·25전쟁 직후,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미래를 생각하며 국가를 수호하는 필승해군 건설을 위해 순항훈련을 시작했다"라며 "올해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철저한 방역 조치를 전제로 강한 교육훈련의 전통을 계승하고 선진해군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주어진 교육목표를 완수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ju0@fnnews.com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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