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최태원의'사회적가치' 씨앗… SK 혁신경영으로 뿌리내리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14 17:50

수정 2020.10.14 18:50

사회적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 측정… '사회성과인센티브' 시행
지난 5월 200개社 참여 사회성과 598억 창출… 인센티브 106억 지급
16개 관계사 사회적 가치 측정결과 공개… 지표·기준점 만들기 위해
최태원 SK회장이 지난 5월 사회성과인센티브 어워드 주간을 맞아 사회적 가치 창출에 노력한 관계자들에게 화상으로 축하인사를 전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최태원 SK회장이 지난 5월 사회성과인센티브 어워드 주간을 맞아 사회적 가치 창출에 노력한 관계자들에게 화상으로 축하인사를 전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두번째줄 가운데)이 지난해 5월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진행된 '사회성과인센티브 어워드'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이름이 적혀 있는 명패를 들어보이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두번째줄 가운데)이 지난해 5월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진행된 '사회성과인센티브 어워드'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이름이 적혀 있는 명패를 들어보이고 있다.

SK그룹은 경제적 가치(EV)와 사회적 가치(SV)를 동시에 추구하는 더블보텀라인(DBL) 경영을 도입해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선도하고 있다. 더블보텀라인은 회계장부상 가장 아래에 위치한 순이익을 싱글보텀라인(SBL)이라 부르는 데서 가져온 말이다. 기업 경영 전반에 순이익을 중심으로 한 경제적 가치 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함께 높이기 위한 노력을 반영하겠다는 의미다. SK그룹은 이를 바탕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경제적 가치 창출과 동시에 사회적 가치도 창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기업 사회적 가치 측정해 인센티브 지급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는 사회적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한 뒤 이에 비례해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사회성과인센티브(SPC)를 시행하고 있다.


시행 결과 인센티브를 받은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의 증가 속도가 매출액 증가 속도보다 20% 정도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 SK는 DBL 경영을 도입하고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도록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는 등 기업 경영의 본질적 변화를 시도 중이다.

지속 가능한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생태계 조성 차원에서 △사회적기업가 육성 △자본시장 형성 △창출한 사회적가치 측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회적기업가 육성을 위해 지난 2012년 세계 최초로 KAIST와 공동으로 '사회적 기업가 MBA' 과정을 개설했다. 지난해부터는 연세대와도 손잡고 사회적가치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인재 양성 교육프로그램 운영을 시작했다.

지난 5월 200개 기업이 2019년 사회성과인센티브 프로그램에 참여해 598억원 상당의 사회성과를 창출한 것으로 측정됐으며 이를 보상하는 개념으로 인센티브 106억원을 지급했다. 사회성과인센티브는 사회적 기업 등 사회적 가치 창출을 추구하는 기업들의 '착한 일'(사회성과)을 화폐 단위로 측정한 뒤 이에 비례해 현금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프로그램이다. '착한 일을 하는 기업에 보상을 부여하면 기업은 재무안정성을 꾀할 수 있고 더 많은 사회성과를 창출하는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는 최태원 SK 회장의 철학을 바탕으로 2015년 처음 만들어졌다.

선발된 기업들에게는 3년간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재원은 SK가 사회적 기업을 돕기 위해 설립한 사회적 기업 '행복나래' 및 SK 관계사들의 기부금 등으로 마련된다. 사회성과인센티브가 출범한 2015~2019년 참여기업들은 총 1682억원의 사회성과를 창출했고, 인센티브 339억원을 받았다.

최 회장은 "초기에는 사회성과를 화폐가치로 측정하는 것에 대한 외부 우려도 많았으나 이제 국내 공공기관들과 중국 정부기관, 글로벌 기업들까지 화폐가치 측정을 연구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5년간 측정체계를 만들고 측정과 보상 시스템의 작동 여부를 살펴봤다면, 앞으로 5년간은 사회성과인센티브의 정책화 방안을 연구하고 해외에 확산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설명했다.

사회적기업 생태계 조성 노력은 국내 최초의 사회적기업 전용 '민간 펀드' 결성으로 이어졌다.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소셜 임팩트 분야 투자를 위해 500억원 규모의 '소셜밸류 투자조합'을 운영중이다.

주요 관계사 사회적 가치 측정결과 공개


SK는 지난해 5월부터 SK이노베이션을 비롯 16개 주요 관계사가 2018년 한 해 동안 창출한 사회적 가치 측정결과를 처음으로 순차적으로 공개했으며, 올해도 동일한 방식으로 2019년의 사회적 가치를 공개했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장은 "SK가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이유는 기업이 경제적 가치와 마찬가지로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려면 지표와 기준점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각 관계사들이 측정한 사회적 가치는 크게 3대 분야로 나뉜다. △경제간접 기여성과(기업 활동을 통해 경제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가치) △비즈니스 사회성과(제품·서비스 개발, 생산, 판매를 통해 발생한 사회적 가치) △사회공헌 사회성과(지역사회 공동체에 대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창출한 가치) 등이다.

지난 2017년부터 외부 전문가들과의 공동 연구, 관계사 협의 등을 통해 측정 체계를 개발해 왔다. 측정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주요 대학 경제학, 회계학, 사회학 교수, 사회적 기업 관련 전문가들이 자문 역할을 했다. 향후 경제적 가치와 함께 사회적 가치를 일종의 재무제표 형태로 작성해서 공개하는 방안을 회계학자들과 공동 연구 중이다.
세부적으로 경제간접 기여성과의 측정 항목은 고용, 배당, 납세 등이다. 비즈니스 사회성과는 환경, 사회, 거버넌스 부문을 측정한다.
사회공헌 사회성과의 측정 항목은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프로그램, 기부, 구성원들의 자원봉사 관련 실적을 측정한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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