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 관영 매체의 방탄소년단(BTS) 흠집 내기가 계속되고 있다. 중국 외교부의 사실상 자제 지시 후 하루 만이다. 다만 이번에는 화살을 한국 네티즌과 매체로 돌렸다. BTS를 자칫 잘못 공격하다가 불어올 세계적 역풍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민족주의 성향의 환구시보(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는 14일 자사 공식 사이트에 “BTS의 한국전쟁 발언이 한국에서 부각됐고 한국 외교부가 반응했으며 일부 한국 매체는 ‘중국 네티즌이 생트집을 잡고 있다’고 보도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또 환구시보는 지면에 “BTS의 한국 전쟁 발언이 한국에서 부각되고 있다”는 제목에 한국 매체들이 ‘과도한 반응’, 한국 정부는 ‘주목하고 있다’는 내용을 부제로 달았다.
환구시보가 거론한 것은 한국 매체들의 표현이다. 중국 네티즌들의 BTS 발언 비난에 ‘생트집 잡기’, ‘과잉 반응’, ‘과격한 애국주의’라고 적시했다는 것이다.
환구시보의 후시진 편집장은 중국 정부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환구시보의 이 같은 보도가 중국 정부 당국과 교감 없이 이뤄졌을 것이라고 판단하긴 어려운 것으로 해석된다.
더욱이 이런 기사는 중국 외교부의 자제 지시 후 삭제됐다가 하루 만에 공격 상대를 바꿔 재차 등장했다. 환구시보 역시 BTS기사에서 한중 양국이 우의를 다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전제했다.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 바이두도 BTS가 검색 결과에서 사라졌다가 다시 검색되기 시작했다.
환구시보는 자사 위챗 계정에 올린 BTS 반응기사에는 ‘BTS, 잘못이 없고 우리는 중국 팬 필요 없다’는 식으로 보다 자극적인 제목을 달았다. 이는 한국 매체의 보도가 아니라 기사의 댓글 중 하나다. 민족성향이 강한 독자가 환구시보의 위챗을 구독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환구시보의 영자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는 “BTS의 발언이 미국 네티즌을 고려한 것”이라며 “‘조국을 뛰어넘는 아이돌은 없다’는 등의 중국 팬들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홍콩 민주화 운동가 조슈아 웡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서 “BTS 사태의 배후에는 중국 민족주의의 고조와 중국과 다른 나라 간의 갈등에 대한 우려할만한 조짐이 있다”면서 “코로나19 확산 이후 어떤 이슈가 중국 민족주의자들의 신경을 건드릴지 예측하기가 어려워져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2일에도 “중국 악성댓글꾼들의 불합리한 공격 속에 BTS를 지지한다”는 의견을 올렸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