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재계, 노동관계법 개정..임금·해고 유연화가 관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15 14:47

수정 2020.10.15 14:47

한국경제연구원 제공
한국경제연구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안한 노동법 유연화를 청와대가 검토할 수 있다고 받아들이자, 재계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노사관계를 발전적으로 가져가기 위해서는 현시점에서 노동 개혁이 필요 하다는 게 그간 재계가 고수해온 입장이었기 때문. 특히 앞으로 일자리를 늘리고 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노동법을 손질해야 한다는게 재계의 주장이다.

■재계, 청와대 의미 있는 발언..환영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5일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이 노동관계법 개정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자 "노사관계에 대한 개선과 노동시장 일자리를 위해 노동 관계 개혁은 필요하다. 바람직하고 환영할만한 내용이며, 의미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재계가 원하는 노동법 유연화의 방향은 일자리를 늘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직된 노동시장에 대해 임금, 근로시간 등을 유연화시키면 고용시장에 활력이 생기고 일자리가 따라온다는 게 재계의 진단이다.

이는 김 비대위원장이 제안했던 노동법 개정의 방향과 일치한다. 김 비대위원장의 노동법 개정 제안은 '해고'와 '임금 유연화'가 골자이기 때문. 이는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노동개혁 5대 입법'으로 추진했다 무산된바 있는 보수진영의 숙원 정책이기도 하다.

재계는 프랑스의 노동개혁 등을 참고해 노동시장을 경직시키는 정책의 속도 조절과 해고 완화 등 근본적인 해법 찾기에, 정치권이 본격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장정우 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노사관계 선진화는 미룰 수 없는 과제이며, 경제 여건을 잘 살펴서 경쟁력 있는 노사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라고 말하고 "기울어진 노사관계의 균형을 찾고, 선진화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노동시장 경직성, 채용 감소..악순환
실제로 국내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신규 일자리 창출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자동차 업계가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지난해 생산직 신입 채용을 중단했다. 생산 현장의 자동화 설비가 고도화되면서 필요한 근로자 수가 줄어들고 있어서다. 이런 와중에 임금을 낮추는 대신 만 61세까지 일할 수 있는 시니어 촉탁제도까지 도입돼 신규채용 수요를 크게 줄였다.

한국GM도 7년간 적자가 쌓이면서 경영 위기를 맞았지만, 군산공장 비정규직 고용 문제로 더 큰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19년 국가 경쟁력 평가 조사 결과를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한국의 전반적인 국가 경쟁력 순위는 10위였지만, 노동시장 순위는 27위에 그쳤다. 이는 노동시장 평가를 구성하는 두 개의 축인 '유연성'과 '능력주의' 중 '유연성' 항목이 OECD 34위로 꼴찌 수준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연성'은 노동시장이 얼마나 유연한지와 관련된 세부 항목의 평균치인데, 한국은 OECD 평균 63.4점보다 낮은 54.1점을 받았다. 한국보다 노동유연성이 낮은 OECD 국가는 터키(99위), 그리스(133위) 뿐이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WEF뿐만 아니라 IMD, 프레이저 연구소 등 다른 국제평가기관에서도 한국의 노동시장을 비효율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 공통된 평가"라면서 "국내외 불확실한 경기 여건 속에서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인 노동 경직성이 일자리 절벽을 초래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김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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