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한 여성과 호텔을 간 뒤 여성의 취한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은 40대 남성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박영수 판사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혐의로 기소된 A씨(41)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8년 5월 20일 5시 48분부터 51분까지 3분 가량 휴대폰으로 호텔에 같이 간 여성 B씨를 상대방 동의 없이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가 전체 촬영한 동영상은 38분 40초로, 이 중 대부분은 화면이 안 나오는 상태로 녹음만 됐다. 다만 B씨가 술에 취해 아래에 팬티만 입은 채 호텔 가운을 거꾸로 입거나 엉덩이 일부가 노출된 모습 등이 3분 가량 담겼다.
A씨는 B씨의 동의 없이 동영상을 촬영한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B씨가 만취해 호텔가운을 거꾸로 입고 원피스 지퍼를 올려달라고 해서 그 모습이 웃겨 나중에 B씨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알려주고자 장난으로 촬영했다”며 “오해라도 받을까봐 촬영한 것이기에 고의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장난으로 촬영했다 하더라도 피해자에게 객관적인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고 피해자 의사에 반했다면 피고인에게 다른 의사가 있었다 하더라도 형법상 책임을 묻는데 문제가 없다”며 “나중에 피해자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오해사지 않으려고 촬영한 것이어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기관 진술 과정에서 보면 피고인도 다른 사람 신체를 마음대로 촬영하면 안 된다는걸 알고 있었다"면서 "피해자 모습을 촬영하지 않고도 충분히 피해자에게 취한 상황을 알려줄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다만 재판부는 “피해자는 피고인을 카메라등이용촬영죄 외에도 감금, 강제추행, 협박죄 등으로 피고인을 고소했으나 카메라등이용촬영죄 외에는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면서 “불기소 처분에는 피고인이 촬영한 동영상이 주요한 자료가 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양형에 보면 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법정형이 훨씬 높지만 약식명령 청구와 함께 검찰도 100만원을 구형했다”며 “범행 경위, 정황 등을 따져봤을 때 피고인에게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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