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통위 국감 주요장면
강경화 "말린다고 말려질 사람 아냐" 솔직발언
'충청도 양반' 이인영, 답변 태도관련 해명하기도
코로나19 시대가 불러온 재외공관 '화상국감'
여야 설전 여전...태영호 '남다른 소회' 밝혀
[파이낸셜뉴스] 21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시작된 지 2주차에 접어들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역대 최악의 국정감사", "한 방 없는 맹탕국감"이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지만 국감 현장에선 연일 화젯거리가 나오고 있다.
강경화 "말린다고 말려질 사람 아냐" 솔직발언
'충청도 양반' 이인영, 답변 태도관련 해명하기도
코로나19 시대가 불러온 재외공관 '화상국감'
여야 설전 여전...태영호 '남다른 소회' 밝혀
외교부와 통일부, 재외공관 등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한 외교통일위원회를 중심으로 화제가 된 주요 장면 5가지를 선정해 소개한다.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는 지난 7일 외교부를 상대로 감사를 실시한 첫 날부터 강경화 장관의 '솔직한 사과'로 큰 화제를 모았다.
강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감에서 남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의 미국여행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논란을 피하기보다는 솔직하게 사과하면서 논란을 초기에 진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남편 만류여부를 묻자 강 장관은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 "제가 개인사이기 때문에 말씀드리기 뭐합니다만 말린다고 말려질 사람이 아니고요"라고 답해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강 장관은 이어 "국민들께서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많이 위축된, 어려운 심리를 가진 상황에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다시 송구한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이날 국감장에서만 두 차례 사과했다.
강 장관의 이같은 '솔직 발언'에 야당 의원들 또한 공격 수위를 낮췄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솔직히 (남편 미국여행) 문제를 가지고 장관을 코너로 몰고 싶지 않다"며 "측은지심도 든다"고 말했다.
이태규 의원은 질의에 앞서 "경위를 떠나서 송구스럽다고 말씀하시니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보다는 낫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하기도 했다.
■ '충청도 양반'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태도'
외통위 국감 이틀째였던 지난 8일에는 통일부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사무처,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과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를 상대로 감사가 진행됐다.
서해상 공무원 피살사건을 두고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 주무부처의 대응이 부적절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 가운데 이인영 장관의 '답변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정진석 의원이 조성길 대사대리 문제를 두고 "외교부 장관은 언론보도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하는데 통일부 장관은 침착한 것 같다"며 "이런 보안사고와 관련해서 (통일부가) 빨리 지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지적했다.
이 장관은 "오늘 오전, 오후에 의원님들께서 저한테 '왜 그렇게 가볍게, 편하게 이야기하냐' 말씀하셨는데 개인 사정이 있어서 그렇다"며 "(사안을) 소홀히 판단하는 것이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라"고 해명했다.
이를 두고 송영길 외통위원장은 "이인영 장관님이 충청도 양반으로 원래 조금 느긋하고 침착한 분"이라며 "아무튼 의원님들의 말씀을 잘 확인해주길 바란다"고 정리했다.
통일부 국감은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됐지만 오후 보충질의 도중에는 여야간 설전이 벌어졌다.
앞서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이 서해상 공무원 피살사건과 관련 "그날 밤, 대통령에게 서면보고가 있었던 이후 3시간 뒤 국민이 무참하게 살해됐다"며 "문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유족과 국민에게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윤건영 의원은 "대통령은 국민 공개, 사실 파악, 북한 확인 등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다"며 "여당 의원들이 당시 상황을 여러 차례 이야기했는데 야당은 반복해서 고장난 레코드판 돌리듯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고장난 레코드판' 발언은 설전의 도화선이 됐다. 국민의힘 의원 일동은 강하게 반발하면서 "듣자 듣자하니까"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김기현 의원은 "내가 고장난 레코드냐"라며 "나는 잘 말하는 레코드"라고 따졌다. 고성이 오가자 송 위원장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서만 이야기하라며 중재에 나섰다.
이어진 의사진행발언에서 윤 의원은 "국정감사는 정책 위주로 하는 것이고 대통령은 이 자리에 없다"면서 "우리가 조치할 수 없는 것을 두고 계속 정치적으로 공세하는 것은 국감 취지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고 재차 주장했다.
■ 코로나19 시대, 재외공관 대상 '화상국감' 진풍경
지난 12일, 14일에 시행된 재외공관 국감은 코로나19 시대, 언택트 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12일에는 주미대사관과 주러대사관을 대상으로 화상 국감이 열렸다. 외통위 위원들은 이수혁 주미대사, 이석배 주러대사와 안부인사를 주고받으면서 질의를 이어갔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주미대사관에 자료를 요청하면서 자료 받는 방법에 대해 되묻기도 했다.
이에 송 위원장은 "자료는 이메일로 받으면 된다"며 "의원님께서 요청한 자료가 바로 올 수 있게 주미대사관에 잘 이야기해달라"고 말했다.
같은날 진행된 주러대사관 국감에선 중간중간 소리가 끊기기도 했다. 코로나19 신규확진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는 러시아 현지상황에 대한 질문도 많이 나왔다.
이 주러대사는 "러시아 코로나19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면서 "자영업자 등 현지 교민사회를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14일에는 주오사카총영사관과 주뉴질랜드대사관 등 4개 재외공관에 대한 화상국감이 동시에 진행됐다. 전반적으로 화상연결 상태가 양호했지만 주뉴질랜드대사관의 경우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등 연결이 끊겨 위원들이 다시 질문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국 망명 전까지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로 일했던 태영호 의원은 15일 주영대사관 국감 이후 '남다른 소회'를 남겨 이목을 끌었다.
그는 '영화 같았던 주영 대사관 국정감사'라는 제목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박은하 대사의 음성을 들으며, 대사 뒤에 앉아있는 대사관 직원들을 보는 순간 눈물이 나와 화면이 잠시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4년 전까지만 해도 북한 외교관으로서 한국 외교관들을 만날 때마다 긴장했지만 한국 국회의원이 돼 한국 대사에게 질의하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태 의원은 "세상에는 영화에나 나올법한 기적이 종종 있다고 하는데 바로 내 인생이 기적같은 영화의 한 장면이 될 줄은 꿈에도 물랐다"고 적었다.
또 본인의 탈북사건으로 북한에 송환된 현학봉 대사와 동료 외교관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이어 태 의원은 "주영대사관에 대한 국정감사는 전 기간 격려와 웃음, 따뜻한 말이 오가는 한 집안 형제들 사이의 대화 같았다"며 여당 의원들 또한 뭉클한 심정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내주 외통위 국감은 19일 한국국제협력단·한국국제교류재단·재외동포재단 감사를 시작으로 21일 주중대사관·주일대사관 화상감사가 예정돼 있다. 23일에는 통일부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등 4개 기관에 대한 종합감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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