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유럽연합(EU)과 미래관계 협상 결렬을 선언했던 영국이 EU의 양보에 힘입어 대화를 재개하기로 했다. 현지 언론들은 양측이 대화의 물꼬를 다시 텄지만 순조롭게 협상한다는 보장은 없다고 지적했다.
폴리티코 유럽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마이클 고브 영국 국무조정실장은 19일(현지시간) 수도 런던에서 마로스 세프코비치 EU 집행위원회 부의장과 만나 지난해 양측이 맺은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협정 이행을 위해 모든 수준에서 대화를 이어간다고 합의했다. 세프코비치 부의장은 양측이 이번 공동위원회 회동에서 브렉시트 이후 시민권 문제, 북아일랜드 통관 문제 등을 논의했다며 "매우 건설적인 대화였다"고 말했다. 고브 실장도 "영국과 EU가 공동위 절차를 통해 함께 협의하고 해법을 찾는 것은 양측 모두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측의 대화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파행 직전이었다. 앞서 영국은 지난 1월 EU를 탈퇴했지만 올해 말까지 이행기간을 설정하고 무역 및 경제 분야에서 기존 제도를 유지하며 새로운 미래 관계를 협상하기로 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코로나19의 창궐 등으로 협상이 더뎌지자 지난 9월 발표에서 이달 15일 EU 정상회의까지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미래 관계 협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16일 성명을 내고 "무역 협상은 끝났다. EU는 그들의 협상 입장을 바꾸지 않겠다고 말함으로써 사실상 대화를 끝냈다"고 말했다. 존슨 총리 역시 같은날 연설에서 "EU가 지난 몇 달간 진지한 협상을 거부했기 때문에 우리가 호주와 유사한 방식으로 내년 1월 1일을 준비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고브 실장은 19일 하원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협상을 퇴짜 놓은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EU 정상회담에 앞서 몇 주 동안이나 EU측과 "매일" 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실제로 EU가 대화에 응한 날짜는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주장했다. 고브 실장은 또한 EU가 협상에서 법률 문서 사용을 피하면서 협상 속도를 늦췄다고 비난했다.
대화 기회를 살린 것은 한 통의 전화였다. EU의 미셸 바르니에 브렉시트 협상 수석 대표는 19일 자신의 트위터에다 "방금 영국의 브렉시트 대표인 데이비드 프로스트 총리 보좌관과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EU는 모든 이슈에 대해, 법률 문서를 토대로 대화를 가속화하는데 이용 가능한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폴리티코는 비록 양측이 대화를 시작했지만 무역 문제를 놓고 진지한 협상에 임할 지 알 수 없다고 분석했다. 영국은 어업권 문제 및 영국 기업들의 EU 내 공정 경쟁을 놓고 EU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앞서 EU는 영국과 협상을 하더라도 EU 공동시장을 해치는 조건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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