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정치인 윤석열'의 등장…때릴수록 커지는 존재감, 야권 '주시'

뉴스1

입력 2020.10.23 14:10

수정 2020.10.23 16:13

윤석열 검찰총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를 마치고 국회를 나서고 있다. 2020.10.23/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를 마치고 국회를 나서고 있다. 2020.10.23/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정치인 윤석열'의 탄생인가.

윤 검찰총장의 정계 입문 가능성을 두고 여의도가 들썩이고 있다. '퇴임 후 국민을 위한 봉사'를 언급한 윤 총장의 발언은 곧바로 정치참여로 해석됐다. 잠재적 대권 후보들이 에둘러 출마 가능성을 이야기할 때 등장하는 '국민께 봉사'라는 레토릭을 윤 총장이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 정부·여당과 대립하는 윤 총장에 대해 여권의 압력이 커질수록 윤 총장의 몸값은 오르는 모습이다.

윤 총장은 22일 밤 12시를 넘기면서까지 이어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계 진출 의향을 묻는 말에 "퇴임하고 나면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서 어떻게 봉사할지 그런 방법을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대검찰청 사무와 무관하다며 가볍게 넘길 수도 있는 질문에 윤 총장은 '성실히' 답했다. 정치를 하겠다는 뜻이냐는 질문에는 "그건 제가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으나 부인하지 않은 점에 오히려 방점이 찍힌 것으로 해석된다.

윤 총장은 올해 초부터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 대선후보 지지도 1위를 차지해왔다. 윤 총장의 의사가 반영된 여론조사는 아니었지만 야권의 인물난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야권 유력 후보군에 포함됐다.

차기 대권을 바라보는 후보들 역시 윤 총장을 잠재적 경쟁자로 바라보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11일 한 방송에 출연해 현재 여론조사에서 (후보로) 나오는 윤석열, 안철수가 경쟁자라는 건 당연히 인정하고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윤 총장이 정계에 입문해서도 지금과 같이 두각을 드러낼 수 있느냐다.

정치 경험이 없는 윤 총장이 정계에 들어오면 다시 정치신인의 입장이 된다. 앞서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낸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도 스포트라이트(집중조명)를 받으며 당 대표에 취임 했지만 잇단 실책 속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윤 총장이 정계에 입문한다고 해도 이같은 전철을 밟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특히 아직 1년 5개월여 남아 있지만 대선이라는 큰 레이스에서 당내 아무런 지분이 없는 정치 신인이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은 윤 총장이 차지하는 정치적 비중을 예의주시하며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윤 총장에 대한 정치적 기대를 언급을 하면 자칫 윤 총장의 상징과 같은 '중립적' 이미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언론에서 (윤 총장의) 정치 가능성을 언급하는 건 순수성을 왜곡하는 결과"고 했다.

앞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검찰총장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 그런 걸 말하는 건 실례다"라면서도 '검찰총장에서 내려오면 대선후보급으로 만날 수 있다는 건가'라는 질문에는 "윤 총장의 의사에 달렸다"고 했다.

당 안팎에서는 윤 총장이 여론의 주목받은 것은 윤 총장과 야권 모두에게 '득'이 된다고 바라보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뉴스1과 통화에서 "윤 총장에 대한 여론이 올라가는 것은 현 정권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뜻할 수 있다"며 "윤 총장과 야권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결과"라고 했다.

한 다선 의원은 "계속해서 (정부·여당)이 윤석열 때리기를 한다면 결국은 윤 총장을 키우는 것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신 교수는 "국정감사에서 본 윤 총장은 철저한 '검찰'이었다"며 "자신이 정치에 뛰어들었을 때 검찰에 미치는 영향도 생각할 것이다. 쉽게 정치에 뛰어들 것으로 생각하기 어렵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의 발언에 정치적 해석을 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윤 총장이 정치에 나설 것 같았으면 추미애 장관과 같이 대외활동에 열을 올릴 수도 있지만 검찰 내부 일 외에는 활동이 없는 점, 또 '봉사'라는 단어가 법조인들이 흔히 쓰는 단어라는 이유에서다.

한편, 윤 총장의 임기는 내년 7월 24일이다.
대선은 반년 뒤인 2022년 3월 9일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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