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정신적 충격 극심..죄질 매우 좋지 않아"
조혜연 9단 운영 바둑학원 건물 외벽에 모욕적인 낙서
경찰에 신고하자 보복 목적으로 찾아가 소란피우기도
조혜연 9단 운영 바둑학원 건물 외벽에 모욕적인 낙서
경찰에 신고하자 보복 목적으로 찾아가 소란피우기도
[파이낸셜뉴스] 프로 바둑기사 조혜연 9단을 1년여간 스토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허경호 부장판사)는 23일 건조물침입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정모씨(47)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심리적 충격을 받고 경찰에 신고하는 등 조치를 취했음에도 형사 사법절차를 통해 제대로 보호 받지 못하는 불안감에 시달렸고 사설 경호원을 고용할 정도로 정신적 충격이 심해 보인다"며 "업무 방해 혐의도 피해자의 바둑 학원 규모 등을 볼 때 이번 사건 범행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상당해 보인다.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재물손괴 혐의 등으로 형사처벌 전력이 있음에도 다시 범행을 저질렀고, 이번 사건 범행 대부분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한 점, 피해 회복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점, 피해자가 현재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엄벌을 원하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다만 일부 범행을 자백했고 피고인이 조현병으로 진료받은 내역이 있는 점, 국민참여재판이 이뤄지지 않은 점 등 여러 정상을 고려한다"며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정씨는 법정에서 지난해 10월경 건물 외벽에 '보고 싶다'고 낙서한 재물손괴 혐의를 제외한 모든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고, 건물 외벽에 쓰인 문장들의 필체가 서로 다르지 않다는 점을 들어 대부분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정씨는 지난해 4월부터 지난 4월까지 1년여간 조씨가 운영하는 바둑학원 건물 외벽에 지속해서 '음란한 여자', '재수없는 여자'라며 조씨를 모욕하는 내용의 낙서를 해 재물을 손괴한 혐의를 받는다. 또 건물 내부와 인근 도로에서 "나와 결혼할 사이", "너를 사랑한다"고 소리치는 등 소란을 피운 혐의, 조씨가 경찰에 정씨를 신고하자 보복 목적으로 찾아가 욕설과 협박을 한 혐의도 함께 받는다.
지난 5월 정씨를 구속기소한 검찰은 정씨에게 건조물 침입, 업무방해, 모욕, 협박, 명예훼손,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협박 등), 재물손괴 등 혐의를 적용했다.
한편 이 사건은 조씨가 지난 4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흉악한 스토커를 두려워하는 대한민국 삼십대 미혼여성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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