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력상실률, 현대화 기준 적용
항소심서 배상액 1000만원 줄어
법원이 의료과실 손해배상액을 종래의 미국식 산정기준 대신 국내 여건에 맞는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에 따라 산정해 주목된다.
항소심서 배상액 1000만원 줄어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4부(이종광 부장판사)는 최근 A씨가 서울 강남구의 한 네트워크 병원장 B씨와 의사 C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항소심에서 "피고들은 연대해 6864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2심의 배상액은 1심보다 1000만원 정도 줄어들었다. 배상액 차이는 '노동능력상실률' 산정 기준에서 비롯됐다.
노동능력상실률은 의학적 신체기능장애율과 피해자 연령, 교육 정도 등과 사회·경제적 조건을 모두 참작해 정한 수익상실률을 말한다.
1심에선 의료 과실에 따른 A씨의 후유장해를 인정하고 미국의 '맥브라이드 평가표'를 적용해 노동능력상실률을 24%로 산정했다.
맥브라이드 평가표는 1936년 초판 발행 이후 1963년 개정판을 끝으로 절판된 평가 기준으로 현재까지 국내에서 손해배상액 산정 기준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그러나 2심은 맥브라이드 평가표는 시대에 뒤떨어진 기준이 포함돼 "국내를 제외하면 사실상 이를 적용하는 사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맥브라이드 평가표에 규정된 297개 직업들은 1960년대 미국의 사회환경이 반영돼 한국사회의 직업양상과 다른 데다가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신 의료기술 등을 반영하지 못했다고도 지적했다.
2심 재판부는 "과학적이고 현대적이며 우리나라 여건에 잘 맞는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이 마련된 지금 낡은 맥브라이드 평가표를 계속 붙들고 있어야 할 아무런 필요도 합리적인 이유도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부터라도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을 통일적인 기준으로 삼아 노동능력상실률을 평가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2심은 A씨의 노동능력상실률을 18%로 재산정하고 이미 발생한 병력을 뜻하는 기왕증의 영향을 50%로 평가해 최종 9%의 노동능력상실률을 인정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도 앞으로 의료과실 배상액 산정 시 미국식 평가표 대신 국내 기준이 일률적으로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유사 사건에서 다른 기준을 놓고 혼선이 생길 수 있는 만큼 대법원 판례가 조속히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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