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마을에 병원도 약국도 없어" 상수원보호구역 규제 헌법소원 청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27 15:05

수정 2020.10.27 15:05

1975년 팔당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상수원보호 규제로 기본 생활시설 부재
주민들 "병원없어 아파도 병원 못 가" 기본권 침해 주장
변호사 "규제, 과학적이지도 않고 불합리해"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주민들이 수도법과 상수원관리규칙의 규제가 주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27일 청구했다./사진=조윤진 인턴기자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주민들이 수도법과 상수원관리규칙의 규제가 주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27일 청구했다./사진=조윤진 인턴기자

[파이낸셜뉴스] "한강물은 쉬지 않고 흐르지만, 조안면의 시간은 멈춰 있다!"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주민들이 수도법과 상수원관리규칙의 규제가 주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주민들은 27일 오전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수원관리규칙에서 규제하고 있는 건축물의 설치, 영업허가 제한 등의 규정이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 직업 선택의 자유,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고주장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주민 60여명은 "수도권 먹는 물은 조안면의 피눈물"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다", "피자집, 치킨집, 짜장면집 하나 없다"며 구호를 외쳤다.

조안면은 상수원 규제로 인해 약국, 병원, 마트 등 기본적인 생활시설이 없다.

주민 고경화씨(78)는 "(규제 때문에) 병원이고 약국이고 아무것도 없으니 아프면 가장 가까운 병원도 차로 40분을 가야 한다"며 "병원 가다가 죽어 나가는 것"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주민 임원희씨는 "애 셋을 키우면서 일자리를 구해야 했는데 조안면에는 공장은 물론 조그만 가게도 없어서 인천까지 가서 일자리를 구했다"며 "주민들과 지역 막걸리 브랜드도 만들어봤지만 조안면에서는 허가가 나지 않아 결국 관뒀다"고 말했다.

조안면은 지난 1975년 전체 면적(50.68㎢)의 약 84%가 팔당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수도법에 따라 수질 보전을 위해 규정에 있는 행위만 허용된다. 이에 따라 공장·숙박업소·음식점 등의 영업이 불가능해지고, 주택 신축도 100㎡ 이하로 제한을 받고 있다.

이들 주민은 당시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이 수질에 대한 영향이나 과학적 근거 없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김기준 조안면 통합협의회 위원장은 "팔당 상수원을 오염시키는 가장 큰 문제는 경안천에서 흘러오는 물과 비점오염원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상수원관리규칙을 보면 비점오염원에 관한 이야기는 단 하나도 찾아볼 수 없고 비교적 관리가 쉽고 돈이 덜 들어가는 점오염원인 주민들만 규제하고 있다"며 "팔당호는 수도권 시민들이 모두 사용하는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취수원임에도 불구하고 관리 체계는 50년 전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이대용 이장협의회 회장도 "같은 상수원 권역에 있는 강 건너 양수리는 고층 건물 아파트에 최근에는 수영장까지 지어졌는데 조안면은 내 땅에 집 한 채 마음대로 지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45년 동안 재산권을 박탈당한 조안면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토로했다.


심판 청구를 맡은 이명웅 변호사는 "조안면 인구는 4000여 명밖에 안 되지만 그동안 상수원보호구역에서 주민들이 겪은 불이익과 권리 침해는 헌법재판소를 움직일 정도로 무겁다고 생각한다"며 "규제가 과연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규제인지, 탁상행정에서 공무원들의 추측과 생각에 의한 규제인지 가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 조윤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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