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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 국세청 3년치 상속세수 규모
구광모 7200억·신동빈 3000억
세계 최고 상속세율 개편 목소리
"폐지해달라" 靑 청원까지 등장
구광모 7200억·신동빈 3000억
세계 최고 상속세율 개편 목소리
"폐지해달라" 靑 청원까지 등장
이건희 삼성 회장 별세로 이재용 부회장에게는 유례없는 10조원대의 상속세가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속세 10조원은 최근 3년간 국세청이 거둔 상속세수를 모두 합친 금액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전까지 조단위 상속세를 낸 사람도 없었다. 이 때문에 세계 최고율의 상속세제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오래전부터 제기된 가운데 이번 삼성 상속세를 계기로 급기야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兆단위 상속세는 이재용이 처음
27일 국세청 및 재계에 따르면 역대 가장 많은 상속세를 낸 최고경영자(CEO)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으로 사상 최대인 7200억원 규모였다. 고 구본무 회장으로부터 지난 2018년 LG 지분 8.8%를 상속받은 데 따른 세금이었다. 천문학적 상속세를 해결하기 위해 구 회장은 상속 결정 시 6분의 1을 내고, 5년간 나눠 내는 연부연납제도를 활용했다. 구 회장은 올해까지 절반인 3600억원가량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이 떠난 자리에도 수천억대의 상속세가 남았다. 신동빈 롯데 회장 등 총수일가의 상속세 규모는 약 3000억원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 역시 현금 부족으로 연부연납제도 활용은 물론 대출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상속세 부담으로 최대주주 지위를 포기한 오너도 있다. 이우현 OCI 부회장의 얘기다. 이 부회장은 부친 이수영 전 회장으로부터 6.12% 지분을 받았다가 2000억원가량의 세금폭탄을 맞았다. 그는 상속세 해결을 위해 지분을 내놓으면서 한때 3대주주로 내려오기도 했다.
교보생명 신용호 전 회장의 유족들은 2003년 신 전 회장 타계 후 3000억원 넘는 재산을 물려받은 뒤 약 1340억원의 상속세를 납부했다. 하지만 국세청 상속세 조사 후 500억원가량이 늘어나 최종적으로 1840억원의 세금을 납부했다.
2016년 9월 별세한 오뚜기 함태호 명예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상속받은 함영준 회장은 1500억원 규모의 상속세를 신고했고, 5년간 연부연납하기로 했다. 당시 오뚜기는 상속세 성실납세로 '갓뚜기'라는 애칭을 얻으며 착한 기업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상속세는 아니었지만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은 아버지인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으로부터 2006년 경영권 승계 차원으로 7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증여받으면서 3500억원 상당의 주식을 현물로 납부(증여세), 대표적인 '모범적 납세 케이스'로 기록됐다.
증권가에선 이건희 회장의 유족들이 일부 계열사 지분 매각을 통해 세금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다른 재계 총수들처럼 세금을 분할납부하는 연부연납 방식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가운데 공익재단 환원 카드도 언급된다.
靑 국민청원에 동의표시 잇따라
이날 청와대 게시판에는 '삼성 상속세 없애주세요'란 제목의 국민청원까지 올라왔다. 삼성이 초일류 기업으로 발돋움한 과정에서 법인세를 포함해 막대한 세금을 납부하고도 상속세까지 내는 건 이중과세라는 주장이다. 청원인은 "(이건희 회장이 남긴) 18조원이라는 자산도 세금을 다 내면서 벌어들인 돈"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청원에는 하루 만인 이날 오후 3시 현재 약 5500명이 동의 의사를 표시했다.
이 부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유족에게 적용되는 상속세율은 최대 60%에 이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의 상속세 최고 세율은 일본(55%)과 우리나라만 50% 이상이다. 미국(40%), 영국(40%)보다도 높다. 이에 따라 5월 국회 입법조사처도 '21대 국회 주요 입법·정책 현안 보고서'를 통해 "21대 국회에서 명목 상속세율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상속세 인하는 법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다. 현재 '슈퍼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상속세 인하에 부정적인 데다 향후 정부의 확대재정 정책에도 적잖은 세수가 필요한 만큼 상속세 인하 검토는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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