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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큰 평수로 옮겨요? 거래허가 못내줍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27 21:28

수정 2020.10.27 21:28

거래허가 문의에 황당한 답변
실수요에 자금조달계획 분명한데
강남구청 "지금 집도 충분" 핀잔
건너편 단지로 이사 불허하기도
"왜 큰 평수로 옮겨요? 거래허가 못내줍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아이파크 전용면적 84㎡에 거주하고 있는 A씨는 자녀 2명이 성장해 좀 더 넓은 아파트를 구입해 이사할 생각으로 같은 단지 내 전용면적 114㎡ 아파트로 이동하기 위해 매매계약을 체결하기 전 관할구청에 거래허가가 날 수 있는지를 문의했다. 그런데 너무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A씨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을 팔고 새로 계약할 아파트에 실입주할 계획이고, 자금조달계획도 전혀 문제가 없는데도 해당 공무원은 "같은 단지에서 왜 옮기느냐"며 거래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더 황당한 것은 공무원이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도 충분한데 왜 더 넓은 아파트로 옮기려 하느냐"며 핀잔까지 한 것이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서울 집값 안정을 위해 지난 6월 말 강남구 삼성동·청담동·대치동, 송파구 잠실동 등 4개 지역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으면서 관할구청이 정상적인 실수요자들의 거래마저 허가를 내주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
A씨는 "애들이 커서 집을 좀 더 넓은 데로 옮겨서 살겠다는데, 그 정도 집이면 충분해서 허가를 못내주겠다는게 말이 되는가"라며 "토지거래허가구역이면 신고할 사람이 실수요자인지 여부만 판단하면 되고 나중에 실입주를 안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면 되는 거 아니냐"며 격앙된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A씨는 강남구 공무원의 이 같은 행위가 월권행위에 해당한다고 생각해 해당 부처인 국토교통부 등에 다시 질의를 할 계획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과도한 행정행위는 이뿐이 아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에 거주하는 B씨도 황당한 사례를 겪었다. B씨는 길 건너 맞은편에 있는 대치동 대치아이파크로 이사하려고 했는데 담당공무원이 허가를 안 내준 것이었다.

B씨는 현재 도곡렉슬 26평(전용면적 59㎡)에 살고 있는데 대치아이파크 34평(전용면적 84㎡)으로 이사하려고 허가가 날 수 있는지를 물었더니 담당공무원이 "도곡렉슬이나 대치 아이파크나 같은 동네인데 왜 이사를 하려 하느냐"며 허가를 못 내주겠다고 하더라고 분개했다.

또 강남구 압구정동의 중대형 아파트에 거주하는 C씨도 최근 대치동 동부센트레빌아파트로 이사를 알아보다가 강남구청에서 "살던 집을 팔고 무주택자로 오지 않는 이상 거래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말을 하더라"며 아예 허가가 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이사할 계획을 접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청 내에 대치동과 삼성동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고 난 후부터는 강남구청에서 아예 거래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며 "이 때문에 실수요자라고 하더라도 이사를 들어올 수도, 거주자는 아파트를 팔고 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조사에 따르면 대치동 주택매매 거래건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기 전인 6월 135건에서 8월 7건, 9월 8건으로 크게 줄어든 이후 10월(27일 기준)에는 2건까지 감소한 상황이다.
또 삼성동도 6월 122건에서 8월 18건, 9월 9건, 10월 2건으로 줄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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