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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서초 빌딩숲 사이 걷기 좋은 산책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28 08:24

수정 2020.10.28 08:24

정릉능침 앞에서 바라본 정자각과 선릉역 일대 빌딩들 /사진=서울관광재단
정릉능침 앞에서 바라본 정자각과 선릉역 일대 빌딩들 /사진=서울관광재단

[파이낸셜뉴스] 빌딩만 가득할 것 같은 서울 강남에도 걷기 좋은 산책길이 꽤 많다. 각종 모임이 꺼려지는 요즘, 점심시간이나 퇴근 이후 가까운 공원을 찾아, 야외 활동을 즐기는 직장인이 부쩍 늘었다. 낮에는 빌딩 숲에 자리한 녹지 공간들이 인근 주민과 직장인에게 휴식처 역할을 톡톡히 한다.

밤에는 연인과 함께 빌딩 속 화려한 불빛으로 감싼 공원을 산책하면서 분위기를 잡기에도 좋다. 서울의 중심답게 가까운 곳에 주변 볼거리, 먹거리도 많다 보니 걷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간다.
겨울이 온 것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차가운 공기가 몸을 감싸지만, 오색으로 물들어 가는 공원들이 꽤나 따뜻하게 느껴져 여전히 산책하기 좋은 시기다.

서울관광재단이 짬짬이 산책, 조깅, 등산, 라이딩 등을 하기 좋은 강남과 서초의 도심 속 공원과 산을 소개했다.

■능과 능을 잇는 산책로, 삼릉 삼색의 멋 ‘서울 선릉과 정릉’

선정릉의 정식 명칭은 서울선릉과정릉(사적 제199호)이며, 선릉과 정릉 두 기의 왕릉이 있는 묘역이다. 선릉은 조선 제9대 성종과 계비 정현왕후를 모신 능이다. 정릉은 성종과 정현왕후의 아들인 중종의 능이다. 선릉은 왕과 왕비의 능을 서로 다른 언덕에 조성한 형태이므로 선릉과 정릉에는 총 세 개의 능침이 있다. 선릉과 정릉의 위성사진을 보면 빌딩들에 둘러싸인 삼각형 모양의 초록 섬 같다. 유모차를 끌고 산책 나온 주부, 학교 쉬는 시간에 바람 쐬러 나온 학생들, 해 질 녘 운동하러 온 주민들,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 산책을 즐기는 직장인들에게 소중한 쉼표 공간이 되어준다.

숲이 우거진 산책로를 걷다 보면 자연스레 정릉, 선릉 순으로 닿는다. 능을 둘러싼 숲이 저마다 특색 있어 볼거리를 더한다. 정릉은 원래 고양시 덕양구 서삼릉에 있었다. 두 번째 계비인 문정왕후가 사후에 종종 옆에 안장되기 위해 서삼릉의 풍수지리가 좋지 못하다는 이유를 대어 지금의 위치로 옮긴 것이다. 그런데 선릉에 홍수가 자주 나 문정왕후도 결국 태릉에 홀로 묻히고 말았다. 정릉 정자각에 서서 홍살문 쪽을 바라보면 아찔한 고층 빌딩들이 산처럼 둘러섰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흥미로운 상상을 해볼 수 있다.

정현왕후 능으로 넘어가는 언덕길은 소나무 군락지다. 청량한 기운이 산책로에 가득하다. 정현왕후 능은 성종릉과 구조가 비슷하나 병풍석 없이 난간석만 둘러 소박한 기품을 드러낸다. 정현왕후는 연산군의 생모인 윤 씨가 폐비가 된 후에 성종의 계비가 되었다. 훗날 중종반정으로 연산군이 폐위된 뒤 아들 진성대군이 중종이 된다.

정현왕후 능에서 성종 능으로 가는 길에는 활엽수가 우거져 단풍이 곱다.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책 읽는 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성종 능은 정현왕후 능보다 봉분이 훨씬 높고 병풍석을 둘러 위엄을 갖췄다. 능침 공간이 꽤 높기 때문에 시야가 탁 트여 전망이 아주 좋다. 선릉과 정릉의 울창한 숲과 선릉역 일대 오피스타운이 한눈에 들어온다.

선릉과 정릉 일대 업무용 빌딩 수만큼이나 많은 상가가 있다. 직장인의 회식 장소인 고깃집과 술집, 점심 메뉴로 인기 있는 추어탕, 설렁탕, 백반집, 초밥집 등이 즐비하다. 선릉과 정릉 정문 앞 ‘선능남원추어탕’과 선정릉역에서 가까운 ‘사나까야 바로바로’ 초밥 전문점은 인근 직장인과 혼밥족이 즐겨 찾는 식당이다.

저온 숙성 최상급 한우를 사용하는 ‘경천애인2237’도 유명하다. 선릉과 정릉 정문 앞에 있는 카페 ‘ronnefeldt’는 음료를 테이크아웃 해 선릉과 정릉을 산책하기 좋다. 퇴근 후에는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돋보이는 북카페 ‘최인아책방’에 들러 북토크, 연주회, 글쓰기 강연 등의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해 질 녘 선릉과 정릉 돌담길을 따라 봉은사까지 걷는 길도 운치 있다. 봉은사는 문정왕후가 선릉과 정릉의 수호사찰로 삼은 사찰이다. 선릉과 정릉과 인연이 깊고, 산책하기 좋은 숲길이 있으니 들러볼 만하다. 선릉과 정릉 정문에서 봉은사 앞까지 도보 20~30분 걸린다.

양재시민의숲 북측 구역 테니스장 인근 산책로에 단풍이 한창이다. /사진=서울관광재단
양재시민의숲 북측 구역 테니스장 인근 산책로에 단풍이 한창이다. /사진=서울관광재단

■가을 단풍의 시작! 양재천 근린공원 숲길까지 이어지는 ‘양재시민의숲’

양재시민의숲은 86아시안 게임과 88올림픽을 앞두고 양재 톨게이트 주변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조성한 공원이다. 소나무, 느티나무, 당단풍, 칠엽수, 잣나무, 메타세쿼이아 등의 다양한 수목이 울창한 숲을 이룬다. 느티나무, 당단풍, 칠엽수가 우거진 구역은 단풍 명소로 유명하다.

양재시민의숲은 매헌로를 사이에 두고 북측과 남측 구역으로 나뉜다. 둘 다 공원 둘레를 돌 수 있는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다. 북측 1번 입구에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이 있다. 기념관 뒤로 자연학습장, 야외공연장, 어린이놀이터, 분수대, 야외예식장, 바비큐장, 캠핑장, 테니스장, 쉼터 등의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매헌로를 건너면 남측 구역이다. 남측은 북측보다 면적이 작고, 위령탑이 모여 있다. 한국전쟁 유격 백마부대 충혼탑, 1987년 미얀마 상공에서 북한의 테러로 폭파된 대한항공 858편의 위령탑,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로 사망한 희생자와 유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세운 위령탑 등이다.

양재시민의숲에서 산책을 마치기 아쉽다면, 북측 구역과 연결되는 양재천 근린공원 숲길 산책로를 이어 걸으면 된다. 양재천 바로 옆에 자전거길과 산책로, 수변공원 시설을 갖췄다. 오로지 걷기에 집중하고 싶다면 제방 위 숲길 산책로가 낫다. 훤칠한 메타세쿼이아와 편백이 산책로 양옆에 늘어선 모습이 장관이다. 바닥에는 폭신한 고무 트랙이 깔려 있거나 흙길이다. 원 없이 걷고 싶은 날, 양재시민의숲과 연계해 걸어보자.

양재천 숲길 산책로 중 강남대로인 영동1교와 논현로인 영동2교 사이의 700m 구간을 ‘연인의 거리’라 부른다. ‘물소리 정원’, ‘연인의 정원’, ‘사랑의 정원’, ‘고백의 정원’ 등으로 구간을 나눠 벽화, 조형물, 벤치 등을 설치해 놓았다. ‘연인의 거리’ 옆 도롯가에는 양재천 카페거리가 형성돼 있다.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 카페, 테라스가 있는 와인바들이 줄지어 있다. 산책하다가 브런치를 먹거나 음료를 마시기 위해 잠시 들르기 좋다.


루프탑 카페 ‘룸서비스301’, 피자·베이커리 등을 파는 브런치 카페 ‘캐틀앤비’, 스콘이 맛있는 ‘시트롱’ 등이 유명하다. 맛집으로는 딤섬과 완탕 전문점 ‘브루스리’, 냉소바 맛집 ‘미우야’, 새조개, 꼬막, 병어조림 등의 제철 해산물 요리를 선보이는 ‘고창식당’ 등이 있다.
양재시민의숲 남측 구역(양재시민의숲 5번 출구) 옆에는 양재꽃시장이 형성돼 있다. 계절, 날씨에 상관없이 꽃구경을 할 수 있으니,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들러보자.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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