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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느는데 전동 킥보드 12월부터 중1도 탈 수 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30 06:00

수정 2020.10.30 06:00

개정 도로교통법 12월 10일 시행 13살 이상이면 운행 가능 
무면허·안전모 미착용도 허용 큰 사고 이어질 가능성↑
전동 킥보드 사고 건수 지속 증가 2019년 447건
정부 “공유 모빌리티 사업 활성화” 여론 “안전 관리 소홀”

[파이낸셜뉴스]

사고 느는데 전동 킥보드 12월부터 중1도 탈 수 있다

#1 지난 24일 10대 고등학생 2명이 전동 킥보드 한 대에 같이 타고 운행하다 교차로에서 택시와 충돌했다. 탑승자 A군은 곧바로 병원 이송돼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사고 3일 만인 27일 오전 사망했다. 동승자 B양은 치료를 받고 있다.

#2 지난 19일에는 50대 남성이 전동 킥보드를 타고 가다 골목길을 빠져나온 굴착기에 치여 숨졌다. 당시 그는 안전모 등 보호 장비 미착용 상태였다.

전동 킥보드 운행 제한 연령이 만 13세로 낮아지고 무면허도 허용되면서 사고 증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운전 연령을 낮추는 것이 핵심인 '도로교통법 및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오는 12월 10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사고 유발 요인이 될 만한 법적 허점이 개정안 곳곳에서 발견된다.


■전동킥보드 운행 제한 연령 만 13세로 낮춰져
개정안이 시행되면 현행 만 16세인 운행 제한 연령이 만 13세로 낮아진다. 초등학교를 막 졸업한 청소년들도 탈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면허도 필요 없어진다. 안전모 미착용은 금지되지만, 처벌 조항이 따로 없어 단속할 수가 없다. 전동 킥보드 사고가 급증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또 법 개정으로 전동 킥보드가 기존 ‘원동기 장치 자전거’에서 ‘개인형 이동장치’로 규정돼 자전거도로 통행이 허용되지만, 자전거도로가 없는 곳에서는 차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안전모 없이 넘어지기라도 하면 큰 사고가 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대여업체에서 안전모 제공은 하지 않고 있어 착용 문화가 정착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자신이 걸어가는 역방향으로 전동 킥보드가 빠르게 달려와 사고가 날 뻔한 경험이 있는 한 시민은 “무면허 킥라니(전동 킥보드 탑승자와 고라니를 합성한 은어)가 빠르게 늘어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산업 활성화 위해”...“안전은 뒷전이냐” 여론 싸늘
행정안전부 및 경찰청은 개정안 시행 취지를 “스마트 모빌리티 산업 활성화”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업계 활성화에만 초점을 맞추고 안전 관리는 등한시한 법안이라는 여론이 우세하다.

현재도 전동 킥보드 관련 사고 건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2017년 117건이었던 사고 건수는 2019년 447건으로 3배 이상 뛰었다. 사망자 역시 같은 기간 4명에서 8명으로 늘었다.

이에 네티즌들은 “연령 낮춘 거 너무 위험하다”, “자동차 무면허 렌탈 사고도 끊이지 않는데, 이제 전동 킥보드까지”, “인도에서 아이랑 손잡고 가는데 뒤에서 종인 한 장 차이로 지나갔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피해자 자동차보험서 처리...보호자 없는 미성년 가해자라면 "돈 못 받아"
문제는 더 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전동 킥보드 사고 발생 시 일단 자신의 자동차보험에서 보상 받도록 하는 규정이 다음 달 10일 시행된다. 하지만 반발 목소리가 높다. 사고는 가해자가 냈는데, 왜 피해자 보험으로 처리하냐는 것이다. 또 보험사가 추후 구상권 청구를 한다지만 번호판도 없는 전동 킥보드의 운전자를 찾아내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아울러 법무법인AK 김수빈 변호사는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면 다른 가입자들의 보험료가 상승되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피해자가 자동차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다면 문제는 더 커진다. 특히 가해자가 미성년자인 경우 부모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해 보상을 받아내야 한다. 미성년자에게는 구상권 청구를 할 수 없는 탓이다. 더구나 해당 미성년자가 금전적 여력이 없거나, 부모 등 보호자가 없는 경우 돈을 받아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동 킥보드 대여업계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무턱대고 제한 연령을 내리고, 면허 심사를 하지 않았다가 사고가 나면 책임을 뒤집어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동 킥보드 업체 관계자는 “법이 시행된다고 해도 연령 제한과 면허 심사는 그대로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 같은 문제들에 대한 정부의 뾰족한 방안은 없는 실정이다. 경찰에서 홍보자료를 배포하고, 계도·단속을 벌이는 수준이다.

다만 현재 '개인형 이동수단의 관리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일명 ‘PM기본법’)'이 지난 9월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해당 법률의 주요 내용은 △대여사업 신고제→ 등록제 전환 △피해 배상 보험 가입 의무화 등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전동 킥보드 관리가 수월해지고, 피해자 보호 여력도 높아질 것”이라며 기대를 내비쳤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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