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中 "6·25는 남침 아닌 내전"… 美견제 위해 역사왜곡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28 17:54

수정 2020.10.28 19:57

선제공격 외면하고 항미 강조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 정부가 한국전쟁을 내전이라고 규정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 북한이 남한을 침략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자국의 참전 이유를 미국 탓으로 돌리려는 속내가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7일 정례브리핑에서 한국전쟁의 남침 여부와 관련한 질문에 "한국전쟁은 본래 한반도에서 남북 쌍방에 발생한 것으로 내전에 속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왕 대변인은 또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이 트위터에 올린 '한국전쟁은 중국을 등에 업은 북한의 남침'이라는 글에 대해선 "미국 측 언급은 완전한 거짓이며 한국전쟁은 내전으로 시작됐지만 미국의 개입으로 전쟁의 성질이 변했다"고 강조했다.


중국 공산당 청년 조직으로 단원이 8000만명이 넘는 공산주의청년단은 한발 더 나아갔다. 공청단은 지난 25일 공식 웨이보 계정에서 "당시 북한과 한국은 서로 한반도 전체에 대한 주권이 있다고 주장했으며 쌍방 간 빈번한 군사적 마찰 이후 내전이 발발했다"는 억지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이런 발언은 역사적 사실과 완전히 어긋난다. 한국전쟁에 대한 규정은 전쟁이 발발했던 1950년 6월25일(현지시간) 당일 유엔 안보리 결의 제82호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안보리는 결의문을 보면 '북한군이 남한을 무력 공격한 행동은 평화를 파괴하는 요인'이라고 단정하면서 북한군은 북위 38도선 이북으로 철군하고 한국에 대한 적대 행위를 중지할 것으로 촉구하는 내용을 담겨 있다.

당시 유엔 안보리 이사국 5개국에는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와 함께 중화민국(대만)이 포함돼 있었다. 이후 1971년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을 중국의 새로운 대표로 인정한다는 결의가 성립되면서 중국이 지금까지 상임이사국 권리를 승계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26일 국정감사에서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도 이 문제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전쟁과 관련한 중국의 역사왜곡은 한국전쟁 개념 자체를 '미국에 대항해 북한을 돕는 전쟁'(항미원조전쟁)로 부르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예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의 참전을 정당화하기 위해 누가 선제공격을 했는지 여부는 외면한 채 미국의 개입에 맞섰다는 내용만 부각하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러한 항미원조전쟁을 "미국 제국주의의 침략"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중국은 10년 전인 항미원조전쟁 60주년 기념식에서도 한국전쟁의 선제공격 여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 등 일관적인 태도를 유지해왔다.
대신 당시에는 중국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한반도의 평화가 필요했다는 이유로 참전을 정당화했다.

그 시절 부주석이었던 시 주석이 권력의 중심에 오른 뒤 미국과 갈등이 고조되자, 이번에는 참전의 배경을 미국 탓으로 돌리는 형태로 바뀌었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한국전쟁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10년 전과 크게 변한 것이 없지만 미국에 대한 메시지가 강해졌다는 것이 다르다”면서 “미중 갈등 속에서 그 동안 말하지 못한 것을 항미원조전쟁 기념식을 계기로 꺼내놓은 것”이라고 풀이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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