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부터 1년여간 프로바둑기사 조혜연 9단을 쫓아다니며 괴롭히는 등 스토킹한 혐의로 구속된 4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조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바둑학원 안팎에서 이 남성이 소란을 피워 위협을 느낄 때마다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에 신고한 횟수는 무려 8차례. 그러나 재판에 넘겨지기 전까지 이 남성이 받은 처분은 경범죄 벌금 5만원이 전부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해 남성의 범행 정도는 대담해졌고, 신변에 위협을 느낀 조씨는 사설경호업체를 고용해야만 했다. 가해 남성은 급기야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나온 뒤 곧장 조씨를 찾아가 협박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 사건이 발생하고서야 해당 남성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재판의 증인으로 나섰던 피해자 조씨는 "(가해 남성이 경찰조사 후) 당시 천둥 같은 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며 바둑학원 건물 안으로 쫓아왔다"며 "나는 죽었다고까지 생각해 옥상에서 여차하면 뛰어내릴까 생각도 했다"고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복기하듯 설명했다.
스토킹은 현행법상 경범죄에 속해 범죄 사실이 밝혀지더라도 피해자가 입은 피해의 정도와 비례한 합당한 처벌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스토킹범죄 처벌 법안은 지난 15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이후 지금까지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돼왔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스토킹 범죄 관련 법안이 5건 발의됐으나 제대로 된 논의조차 거치지 못하고 폐기됐다. 21대 국회에 들어서는 국민의힘 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가 1호 법안으로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을 지난달 발의했다. 스토킹 범죄에 해당되는 행위를 규정해 명문화하고, 처벌을 강화하자는 내용이다. 또 2차 피해 예방과 피해자 보호조치 규정을 마련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조씨는 이 남성과 분리 조치를 위해 1년여간 이 남성의 협박과 재물손괴 등 2차 가해를 입증해야 했다. 조씨는 "사회적으로 단죄돼야 하는 이유가 차고 넘치는데도 스토킹 행위를 범죄로 규정할 수 있는 법안이 없어 스토커를 스토커라고 부르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스토킹 관련 처벌 법안이 빨리 통과돼야 억울한 사람들이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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