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태국에서 4개월 가까이 민주화 시위가 지속되는 가운데 마하 와치랄롱꼰 태국 국왕이 처음으로 시위대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국왕은 시위대를 “여전히 사랑한다”고 밝혔다.
CNN에 따르면 와치랄롱꼰 국왕은 1일 수도 방콕 왕궁에서 진행된 왕실 행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외신 기자단의 질문에 답했다. 태국에서는 왕궁에서 진행되는 왕실 행사의 경우 왕실 전담 뉴스 팀에만 취재가 허용되지만, 이번에는 외신 기자단이 와치랄롱꼰 국왕을 보기 위해 기다리는 군중 사이에 앉아있도록 초대됐다.
와치랄롱꼰 국왕은 시위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노 코멘트"라고 답했다. 이어 "우리는 그래도 여전히 그들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왕실의 권력 제한을 놓고 시위대와 협상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태국은 타협의 땅"이라고 밝혔다.
CNN은 68세인 와치랄롱꼰 국왕이 외국 언론과 이야기한 경우가 왕세자 시절인 1979년 이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발언이 국왕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진단했다.
태국에서는 지난 7월부터 학생들을 중심으로 군부정권과 쿠데타 세력을 옹호하는 왕실을 비난하며 왕실의 권력 제한을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태국인들은 2016년 서거한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 재임 시절만 해도 왕실을 신성시 여겼으나 새로 취임한 와치랄롱꼰 국왕이 일년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보내며 부를 쌓으면서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왕실이 쿠데타로 집권한 쁘라윳 짠오차 총리를 감싸자 왕실의 권력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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