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환경

이중화산 ‘송악산’ 개발 안 돼…문화재로 지정, 땅 되사겠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02 11:36

수정 2020.11.02 11:48

원희룡 제주지사, 2일 청정제주 실천조치 1호 발표…환경훼손 논란에 마침표
내년 1월 용역 추진…난개발·경관 사유화 논란 타 사업도 후속조치 내놓겠다 
송악산 [제주관광공사 제공]
송악산 [제주관광공사 제공]

【제주=좌승훈 기자】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청정제주 송악선언’을 발표한 가운데 첫 번째 후속조치로 서귀포시 대정읍 송악산 일대를 문화재로 지정해 개발화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2일 밝혔다.

원 지사는 이날 오전 제주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의 자연은 모든 국민이 누릴 권리가 있는 대한민국의 소중한 자산으로, 청정과 공존은 제주도민이 선택한 양보할 수 없는 헌법적 가치”라며 이 같이 밝혔다.

앞서 원 지사는 지난 10월25일 ‘다음 세대를 위한 제주의 약속(청정제주 송악선언)’을 통해 “청정 제주를 지키기 위해 난개발에 대한 우려를 오늘로 마침표를 찍겠다”며 “청정과 공존의 원칙을 적용하고 적법 절차을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원희룡 지사는 2일 기자회견을 갖고 “‘청정제주 송악선언’을 실천하는 첫 번째 조치로 송악산 일대를 개발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원희룡 지사는 2일 기자회견을 갖고 “‘청정제주 송악선언’을 실천하는 첫 번째 조치로 송악산 일대를 개발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1995년에 지정·고시된 송악산 유원지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 인가 시한이 오는 2022년 8월1일로 만료된다”며 “이 시점에 앞서 송악산 일대 문화재 지정은 청정 제주를 지키기 위한 선제적이고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도는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문화재 기초조사를 위한 ‘송악산 문화재 지정 가치 조사용역’을 내년 1월부터 시작한다.

이어 용역이 완료되는 내년 10월 제주도 문화재위원회 검토를 거쳐, 같은 해 12월 문화재청에 문화재 지정을 신청하기로 했다.

문화재청 현지조사와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면 문화재로 지정된다. 도는 문화재 지정 공고 시기를 2022년 4월로 예상하고 있다.


송악산 진지동굴 [제주관광공사 제공]
송악산 진지동굴 [제주관광공사 제공]

원 지사는 “송악산이 문화재로 지정되면 문화재 구역과 보호구역에 속하는 토지는 국비를 지원받아 매입할 수 있다”며 “이 밖의 토지는 지방비를 투입해 매입하겠다”고 말했다.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사업은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사업은 경관 사유화와 환경 훼손, 문화재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와 논란이 제기돼 왔다.

이 사업은 중국의 신해원 유한회사가 3700억원을 들여 화산 분화구가 드물게 이중으로 형성된 송악산 인근에 호텔(464실)과 휴양문화시설(캠핑장·조각공원·야외공연장), 편의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2013년부터 부지 매입을 시작해 축구장 면적 26개 크기의 19만1950㎡의 부지를 확보했다.

하지만 해당 사업은 제주도의회가 환경영향평가서를 재심의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린 상태다. 도의회 환경도시위는 지난 4월 제381회 임시회에서 뉴오션타운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동의안'을 심사한 가운데 해당 사업으로 인한 환경영향이 환경보전 상 상당한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해 '부동의'했다. 환경영향평가서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경우 사업 재추진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사업 조감도
제주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사업 조감도

게다가 사업부지가 현재 유원지로 지정된 만큼, 관련법에 따라 사업자는 지정 20년이 되는 2022년 8월까지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남은 1년 10개월 안에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도의회 동의와 도로부터 사업 승인을 받지 못하면, 유원지 개발은 사실상 어렵다.

따라서 사업자가 개별사업으로 추진하거나 소송으로 대응할 수도 있는 만큼, 원 도정이 직면한 과제가 만만치 않다.

원 지사는 이에 대해 “뉴오션타운 개발 사업자는 사업상 손해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도민과 국민들에게 청정제주의 자연경관을 되돌려드리기 위해서라면 소송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다른 개발사업들도 구체적인 이행 방안이 마련되는 대로, 순차적으로 공식 발표하겠다”며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도민과 국민에게 약속한 ‘청정제주 송악선언’을 반드시 실천하겠다”고 덧붙였다.

도는 이번에 강화된 기준과 새 도정 방침을 현재 난개발과 경관 사유화 논란을 빚고 있는 송악산 뉴오션타운 유원지 뿐만 아니라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 확장사업과 제주오라관광단지·동물테마파크·헬스케어타운사업·제주부영호텔&리조트 조성사업에도 적용해 후속 처리 계획을 준비하기로 했다.


한편 송악산 일대는 아름다운 자연경관뿐만 아니라 ‘세계 화산학 교과서’로 불릴 만큼 역사·문화적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인근에 국가지정문화재인 연산호 군락(천연기념물 제442호)을 비롯해 국가등록문화재인 섯알오름 일제 동굴진지(제310호), 모슬포 알뜨르비행장 일제 고사포진지(제316호), 송악산 외륜 일제 동굴진지(제317호) 등이 있다.


도는 송악산이 문화재로 지정될 경우 문화재 구역에서 반경 500m까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으로 지정돼 개발이 엄격하게 제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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