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월드와이드웹(www)을 개발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하도록 함으로써 인터넷 시대 문을 연 영국의 팀 버너스리의 뒤를 이어 구글은 모바일 시장에서 오픈소스 기대주였다. 뛰어난 기술에도 폐쇄성으로 반감을 산 애플과 달리 구글은 안드로이드 개방성을 내세워 모바일 시대에 앱 개발자들과 소비자들을 블랙홀처럼 끌어들였다. 그런데 사람들을 모으고 시장을 독점하게 되자 어느새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냈다. 온라인 광고를 시작으로 그동안 뿌린 씨앗을 차례차례 현금화한 것이다. 과거 마이크로소프트가 무색할 정도다.
구글은 이제 인터넷 검색의 94%, 스마트폰 운영체제의 80%를 장악하고 시가총액이 1조달러를 넘는 초거대 독점기업이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모바일 시장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그러면서 악의 제국 논란이 일게 되자 모토를 2015년 "옳은 일을 하라"(Do the right thing)로 바꾸었다. 최고의 법·윤리 기준을 준수하겠다는 행동강령이라고 설명했다.
금년 가을, 정치를 제외하면 최대 화제는 단연 구글의 앱마켓 수수료 인상이다. 그동안 무료제공하던 앱마켓에서 계속 영업하려면 인앱결제액의 30%를 내고, 싫으면 나가란다.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용부담이 급증하게 된 앱 개발자와 콘텐츠 업계는 난리가 났다. 그러나 이미 구글이 완전 장악한 안드로이드 앱마켓 시장에서 달리 갈 곳이 있을 리 없다.
2019년 국내 앱마켓은 호환 불가능한 애플의 24.4%를 빼면 구글이 63.4%를 점유해서 사실상 완전독점이기 때문이다. 더 무서운 것은 강력한 협력자들이 함께한다는 점이다. 구글은 인앱결제 수수료 30%의 절반을 이동통신회사나 스마트폰 제조업체들과 사이좋게 나눈다고 하니, 국내외 독과점기업들이 모여 가두리 양식장을 만든 셈이다.
혁신에는 비용과 노력이 들고 위험이 따른다. 그 대가로 이윤을 얻는 것을 탓할 수는 없고, 단순히 가격이 비싸다고 직접 문제 삼기는 어렵다. 당장의 인앱결제 수수료 문제도 마찬가지다. 반면 봉건영주가 밥그릇 징발하듯 하는데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것도 당연하다. 독점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과도한 착취에는 법적 트릭이 숨어있기 쉽고 이는 경제적 해악(evil)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삼삼오오 모여서 비난의 목소리만 높이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세계 최고의 법률가들을 통해서 고안해낸 정교한 법적 논리와 장치에 뻘쭘해지기 십상이다. 이런 때일수록 탐정 에르퀼 푸아로의 회색 뇌세포를 부지런히 움직여 미세한 빈틈을 뚫고 들어가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전문가들의 혁신 말이다. 그것이야말로 옳은 일(the right thing)일 것이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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