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 퍼스트 클래스 키친으로 고급진 한끼
매운 맛 당긴다면 스파이시 치킨 포카차
이름값 하는 '트러플오일 까르보나라'
함박스테이크 라이스는 적은 양 아쉬워
바삭치즈볼, 커피와 함께 훌륭한 디저트
에어프라이어에 돌린 '미니크라상' 생지
빵의 명가답게 에피타이저로 딱
냉동상태로 전자레인지에 8분이면
그럴싸한 일본식 '나폴리탄 파스타' 완성
매운 맛 당긴다면 스파이시 치킨 포카차
이름값 하는 '트러플오일 까르보나라'
함박스테이크 라이스는 적은 양 아쉬워
바삭치즈볼, 커피와 함께 훌륭한 디저트
에어프라이어에 돌린 '미니크라상' 생지
빵의 명가답게 에피타이저로 딱
냉동상태로 전자레인지에 8분이면
그럴싸한 일본식 '나폴리탄 파스타' 완성
■수프+포카차로 늦은 아점을
수프를 좋아하는 아내와 딸을 위해 '양송이수프&브레드볼 키트'를 꺼냈다. 매장에서 가져온 상품소개서에는 "상미종을 사용한 사워도우 수프볼에 생양송이를 다져 넣었다"고 돼있다. 그냥 '좋은 재료를 써서 잘 만들었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넘어간다. 어랏, 30분 정도 해동을 하란다. 순서를 맨뒤로 넘기기로 한다.
그렇다면 '미니크라상'(한글표기는 크루아상이나 제품명이라 그대로 적음)을 먼저 먹어봐야지. 봉지를 뜯으니 8개의 생지가 들었다. 10년이 더 지난 낡고 작은 에어프라이어라 4개가 최선이다. 온도(170도)와 시간(12분)을 맞추고 에어프라이어를 가동시킨다.
같은 시간 전자레인지에는 '나폴리탄 토마토 파스타'가 돌아간다. 냉동 상태 그대로 8분이면 충분하다. 요리(?)가 너무 쉽고 편리하다. '이래서 간편식이구나.' 새삼 이런 제품은 만든 사람들이 존경스럽다.
오래 전 일본 드라마에서 '나폴리탄 파스타'를 보고 그 맛이 궁금했다. 당연히 이탈리아 스타일로 생각했다. 파스타는 이탈리아 음식이고, 나폴리도 이탈리아의 도시여서다. 하지만 정답은 이탈리아와 전혀 상관없는 '일본식 파스타'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군 부대에서 나온 재료를 활용해 만든, 우리나라로 치면 부대찌개랑 비슷하다.
순식간에 주방이 온통 맛있는 냄새로 가득하다. 특히 빵 냄새는 참기 힘들 정도다. "파리바게뜨 주방을 옮겨놓은 듯하다"는 아내의 말이다. 준비가 된 음식부터 맛보기로 한다. 먹는 사이 브레드볼에 담긴 수프가 만들어질 것이다.
크라상은 "역시"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겉바속촉'(겉은 바삭, 속은 촉촉)의 전형이다. 우리집 에어프라이어의 크기를 원망할 수밖에 없다. 눈깜짝할 새 하나만 남았다. 빼앗길세라 얼른 내 접시로 가져왔다.
나폴리탄 파스타도 기대 이상으로 맛나다. 초등학교 2학년인 딸이 절반을 해치웠다. 피망, 파프리카 같은 야채가 적은 것이 살짝 아쉽다. 크라상에 파스타 소스를 올려먹으니 '핵맛탱'(매우 맛있다는 뜻)이다. '셰프가 만든 한 끼 식사'라는 광고문구가 틀린 말이 아니다.
머릿속에 그렸던 순서가 뒤죽박죽이 됐지만 양송이수프도 식구들의 환영을 받았다. 딸은 "전에 ○○식당에서 먹었던 거랑 맛이 똑같다"며 숟가락을 멈추지 않는다. 빵을 뜯어서 수프를 찍어 먹는데 접시를 핥을 기세다. 아이들의 입맛은 정직하다.
'스파이시 치킨 포카차'는 피자를 좋아하는 '나'를 위한 메뉴다. 에어프라이어에서 5분이면 완성이다. 바삭 빵 위에 올리브랑 피망, 치즈, 매콤하게 양념된 치킨이 어우러져 있다. 딸은 "맵다, 맵다"면서 한 입 만에 포기했고, 나머지는 오롯이 내 차지다.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후다닥 먹어치웠다.
먹을 때 흐름이 끊기는 것을 제일 싫어하는 아내가 '바삭치즈볼'을 꺼낸다. '아직도 부족하다'는 뜻이다. 일단 8개 가운데 5개를 먹어보기로 한다. 결과적으로 아내의 선택은 옳았다. 커피에 고소하고 달콤한 치즈볼을 곁들이니 근사한 디저트가 된다. 역시 음식은 '골라먹는 맛'보다 '골고루 먹는 맛'이다.
겨우 하나를 먹었을 뿐인데 접시가 텅~ 비었다. 딸의 새로운 '최애템'(가장 좋아하는 아이템)이 등장했다.
■이른 저녁은 릴레이 공격
하루를 상대적으로 느즈막이 시작하는 바람에 삼시 세 끼를 챙겨먹는 건 무리다. 이른 저녁으로 오늘의 열량 섭취를 끝내기로 한다. 공원에서 한바탕 뛰어놀고온 뒤라 허기가 이만저만 아니다.
남은 간편식 4종을 줄세우고 보니 다행스럽게도 모두 전자레인지로 조리가 가능하다. 릴레이로 공략하기로 한다. 하나를 만들어 나눠먹는 동안 다음 음식을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방식이다.
첫 주자는 '트러플오일 까르보나라'다. TV 등을 통해 '트러플' '트러플오일'이라는 단어를 수도 없이 들었으나 직접 영접해보는 것은 처음이다. 트러플오일은 '세계 3대 식재료 중 하나인 트러플(송로버섯)의 향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오일 형태로 만든 제품'이라고 네이버 지식인이 설명해줬다.
하지만 아내도, 나도 그 향이나 맛을 알지 못하기에 별다른 감흥을 주지는 못했다. '음식은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다'는데 이 방면으로는 공부가 많이 부족하다. '앞으로 더 많이, 더 다양하게 먹어봐야지.' 가슴 깊숙한 곳에서 투지가 불타오른다.
트러플오일을 몰라도 '트러플오일 까르보나라'가 맛있다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다. 포크로 먹으려니 감질맛이 나 젓가락으로 장비를 교체했을 정도다. 딸이 "반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못들은 척 오히려 공격의 강도를 높인다. "레스토랑에서 먹는 것보다 덜 느끼하다. 아주 괜찮다"는 아내의 평가다. 그래도 나는 아침부터 내내 양식을 먹어서인지 느끼함이 살짝 밀려온다. 냉장고에서 '장모님표' 깍두기를 꺼냈다. 얕보지 말지어다. '라면에 김치' 만큼이나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다음은 딸과 내가 좋아하는 '함박스테이크 라이스'다. 눈이 먼저 즐겁다. 당근, 감자, 옥수수에 브로콜리와 스크램블에그까지 총천연색으로 구색이 갖춰져 있다. 접시를 가져다 플레이팅을 제대로 하면 보는 맛도 있으련만 설거지 담당의 매서운 눈초리에 금방 포기하고 만다.
'함박스테이크 라이스'의 가장 큰 단점은 양이 적다는 것이다. 특히 밥(굴소스 라이스)은 한끼 식사라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딸이 혼자서 먹으면 적당할 듯 싶다. 맛보기로 딱 '한 입만' 먹은 다음 나머지를 모두 딸에게 양보했다('맛있는 녀석들' 만큼 크게 한 입 먹은 건 비밀이다).
세 번째 음식은 '치킨 로제 도리아'다. 첫 만남에 '도리아'라는 이름이 생경해서 앞뒤 재지 않고 장바구니에 담았더랬다. 물론 맛이 더 궁금했다. 포장지에 '청양고추를 조금 넣어 매콤하게 즐기세요'라고 맛팁이 쓰여 있다. 딸이랑 같이 먹을 거라 오늘은 정석대로 즐기기로 한다. 전자레인지의 '땡' 소리를 기다리며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도리스 지방의 그라탱'이라고 나온다.
이거 '진짜'다. 치즈와 치킨, 로제 소스가 알맞게 조화를 이룬다. 세 식구가 코를 박고, 말 한 마디 없이 먹어치웠다. 시간을 따로 재지는 않았으나 넉넉하게 잡아도 3분이 채 안 걸렸다. 우리 가족이 잘 먹기는 하지만 입맛도 엄격한 편이다. 맛 없으면 절대 '흡입신공'을 쓰지 않는다.
마지막은 '쉬림프 로제 리조또'가 장식했다. 가장 운이 없는 메뉴다. '로제소스에 탱탱한 새우를 넣고 쌀알이 톡톡 씹히는 리조또'라는데 눈에도, 입에도 착~ 감기는 맛이 없다. 먹는 순서가 맨 뒤인 데다 직전 메뉴와 비슷한 탓일 게다. 유난히 소스의 맛과 향이 강하게 느껴진다. 결국 아침에 먹고 남은 '미니크라상' 4개를 에어프라이어에 넣고 말았다. 따끈한 크라상과 리조또를 함께 먹으니 훨씬 낫다. 거짓말 안 보태고 두 배는 더 맛있다.
'어라, 치즈볼이 함께 들어갔었나.' 손으로 'V'자를 그리며 치즈볼을 맛있게 먹는 딸의 모습을 바라만 봤다. 속으로 '사실은 나도 그거 먹고 싶은데'라고 외치며 입맛을 다실 뿐이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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