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최근 우리 사회는 거꾸로 가고 있는 모양새다. 모든 사안을 법원으로 끌고 가고, 문제만 생기면 법을 만들려 한다. 고소·고발을 남발하며 법원에 스스로를 얽어매는 정치권은 논외로 치자. 정부와 여당은 부동산 3법, 임대차 3법, 기업규제 3법 등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문제는 법이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임대차 3법이 바로 그런 경우다. 법 시행 후 전셋값 급등과 전세 품귀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전세는 점차 소멸되고 월세 폭등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임대차 3법 제정을 서두를 때 전문가들이 경고한 대로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월세, 전세, 자가로 이어지는 주거 순환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전세라는 사다리가 끊어져 버리면 서민들은 훨씬 비싼 임대료를 내고 계속 월세로 살거나 더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떨어질 게 뻔하다.
여당이 당론으로 결정한 5·18 역사 왜곡 처벌법안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법안은 5·18을 비방·왜곡·날조하거나 관련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이나 7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과 그 관련자들은 이미 우리 사회의 주류가 된 지 오래다. 북한군 개입설 등을 주장하는 일부 인사도 법적 처벌을 받거나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았다. 극소수 동조자를 처벌하기 위해 굳이 새로운 법을 만들 필요조차 없다. 사실관계로 비판하고 반박하면 충분하다. 유신헌법 혹은 긴급조치를 비방·왜곡·날조하는 경우 처벌받던 시대를 경험한 우리들이다. 헌법을 들먹일 필요도 없이 이른바 민주화운동 세대가 절대 만들어서는 안되는 그런 종류의 법이다. 형벌이 두려워 말하는 걸 주저하는 사회를 벗어나려 그토록 애쓴 게 민주화운동 아닌가 말이다.
"자유로운 의사표현과 활발한 토론이 보장되지 않고서는 민주주의가 존재할 수 없으므로 표현의 자유, 특히 공적·정치적 관심사에 대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헌법상 권리로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에 무죄를 선고하면서 밝힌 대법원의 다수 의견이다. "언론·출판(표현의 자유)의 영역에서 국가는 단순히 어떤 표현이 가치 없거나 유해하다는 주장만으로 그 표현에 대한 규제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그 표현의 해악을 시정하는 1차적 기능은 시민사회 내부에 존재하는 사상의 경쟁 메커니즘에 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 역시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 임대차 법이 자연스러운 주거 순환의 흐름을 막은 것이라면 5·18 왜곡 처벌법은 자유로운 사상의 흐름을 막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법원도 법도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다. 지금이라도 정부·여당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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