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등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122명의 원룸 전세보증금 약 46억원을 가로채 유흥비로 날린 남성이 징역 13년6개월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해당 남성은 재판장에서 “내가 아니라 친동생 D씨가 한 일이다. 억울하다”며 끝까지 혐의를 부인했다.
전주지법 군산지원 형사2단독(모성준 부장판사)은 지난 3일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46·남)에게 징역 13년6개월, 사기 범행을 도운 B씨(31·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A씨 재산을 은닉을 위해 명의를 빌려준 C씨(60·여)에게 벌금 30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A씨 등 일당은 2016년 1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전북 익산 원광대 인근에서 원룸 임대사업을 하면서 임차인 122명으로부터 받은 전세보증금 46억9370만원을 받아 챙기고 개인용도로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와 B씨는 친척 관계로, 원광대 인근 오래된 원룸 건물을 값싸게 매입했다. 이후 월세 세입자를 내보내고 새로운 임차인들에게 받은 전세금으로 다시 원룸 건물을 사들이는 수법으로 건물을 늘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확보한 원룸 건물만 16동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가스·수도·전기·인터넷 요금을 고의로 체납하는 등 원룸 건물 관리에 소홀했다. 이 탓에 대부분 대학생과 취업준비생이던 임차인들은 전기와 가스가 끊겨 열악한 생활을 이어왔다.
경찰은 원룸 전세 계약이 만료됐음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들이 고소장을 제출하자 수사에 돌입했다.
그 결과 A씨 등은 해당 보증금으로 고급 외제승용차를 구입하고, 수차례 해외여행을 가는 등 유흥비로 탕진한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이들은 경찰 조사 중에도 국내 한 카지노에서 도박을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씨는 피해자를 향한 사과나 범행에 대한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대신 도주 중인 자신의 친동생 D씨(44)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현재 D씨는 공개 수배 상태다.
재판부는 “사건 관련 증거와 150여 명의 증인 진술 내용을 모두 살펴본 결과, 유죄가 인정된다”며 “상황을 모두 고려해 13년 6개월을 선고했다. 피해 일부라도 변제하고 고통을 해소할 방법을 생각해 봤으면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인한 피해자가 상당한 점, 피해자 대부분이 대학생들로 사회경험이 부족한 것을 이용한 점 등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피해 회복이 안 된 점, 끝까지 범죄 수익을 은닉하려고 했던 점, 책임을 부정하고 반성하고 있지 않은 점 등을 비춰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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