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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 역사상 가장 강력한 환경규제, 특별보증으로 뚫었다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04 17:25

수정 2020.11.04 18:52

국제해사기구 친환경 연료 강제
해양진흥공사 '특별보증' 실시
친환경 설비 설치 자금조달 도와
국내 중소선사 경쟁력 제고 앞장
해운업 역사상 가장 강력한 환경규제, 특별보증으로 뚫었다
국내 해운업계가 정부의 선제적 친환경 정책 도입에 힘입어 글로벌 선사 가운데 이례적으로 V자 실적 반등을 구가하고 있다.

국제선박의 친환경 연료(저유황유) 사용을 강제하는 규제가 올해부터 시행된 가운데 해양진흥공사의 친환경설비 특별보증 사업으로 국내 중소 해운사들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됐다. 저유황유 가격이 비싸 중소 선사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안으로 친환경 설비를 설치할 때 금융지원을 받아 글로벌 경쟁사 앞지를 기반을 마련한 것.

기존 금융사들의 경우 친환경설비에 대해 담보가치를 인정하지 않아 대출이 불가했는데 해운전담 정책금융기관인 해양진흥공사를 통해 선제적 친환경 지원에 나섰기 때문이다.

국제해사기구 역대급 환경규제 시행


4일 해양수산부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유엔의 전문기구인 국제해사기구(IMO)는 올해 1월 1일부터 국제항행 선박의 연료 황 함유량을 현행 3.5%에서 0.5%로 강화하는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 역사상 가장 강력한 규제로 국내외 해운업계 생존과 직결되는 상황"이라며 "결국 해운사들은 △고유황유에서 저융황유료 교체 △황을 줄여주는 '스크러버' 설치 △액화천연가스(LNG)추진선 도입 등 3가지 선택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스크러버' 설치를 제외하고 나머지 두 가지 대안은 비용 문제로 실현 가능성이 낮다. 영국 해운조사 분석기관 드루리에 따르면 고유황유 가격은 올해 280달러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저유황유 가격은 650달러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LNG 추진선박의 건조 가격은 일반 선박 대비 1.5배 이상 높고 기존 선박 처분 비용 등도 만만치 않아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


해양진흥공사, 163개 선박에 4000억원 지원


해운업계에 따르면 선박에 장착되는 스크러버는 독립적인 담보가치가 없어 기존 은행에서 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다. 또 현재 해운산업의 장기 침체로 해운선사들의 신용도가 낮고 현금 동원력도 떨어져 은행권 신용대출의 이자율도 높은 상황이다. 스크러버를 설치하지 못한 선사는 현재 사용 중인 고유황유 대비 50% 이상 가격이 높은 저유황유를 사용할 수밖에 없어 운항원가 상승이 불가피했다.

이에 해양수산부와 해양진흥공사, 산업은행, 신한은행은 지난해 1월 '친환경설비 개량 특별보증상품' 출시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같은 상황을 예측하고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올 9월 기준 공사는 총 26개 선사, 163대의 선박에 3987억원을 지원했다. 공사는 노후선박 폐선 시 국고 보조금을 지급하고, 친환경설비 설치 소요자금을 별도 담보 없이 저금리로 조달해 주고 있다.

올해는 폐선보조금 112억원, 친환경설비 보증 1273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해양진흥공사는 국적 선사를 살리기 위한 해운재건5개년 계획을 실행하기 위한 해운전문 정책금융기관으로 2018년 출범했다"며 "공사의 금융지원을 통해 현재 국내 국적선사인 HMM이 정상화 과정에 있고, 코로나19로 수출이 늘면서 국내 해운경기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글로벌 선사들은 올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물량급감에 대비해 운항 선박을 크게 줄였다.
선박이 줄면서 해운운임은 급등했다. 하지만 HMM 등 국내 해운사는 대형 컨테이너선을 추가로 공급받아 해운운임이 상승한 반사효과를 보며 호실적을 내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국적 선사인 HMM이 태형 컨테이너선 12척을 확보하기 위한 건조비용이 약 2조1000억원에 달했다"며 "이에 투자하는 민간금융기관은 없었는데 해양진흥공사 보증을 통해 투자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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