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사연 접하고 12년간 후원
사연의 주인공은 하남소방서 양승춘(소방경·56) 구조대장으로, 그는 지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현장,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현장, 2011년 일본 대지진 현장 등 국내외 굵직한 대형 재난현장에 몸을 던진 베테랑 구조대원이다.
평소 현장에서 수많은 생명을 구하면서 각종 봉사와 후원 등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지난 2008년 텔레비전에서 한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시청하던 중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단 둘이 어렵게 살아가던 일곱 살 어린소녀의 딱한 사연이 들어왔다.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던 자신의 둘째딸보다 한 살 어렸던 소녀를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든 양 대장은 즉시 방송국에 전화해 소녀 어머니의 계좌번호를 받았고 그렇게 강화도 소녀와 인연을 맺었다.
양 대장은 그로부터 매월 급여의 일부를 떼어내 소녀에게 전달하는 일을 빼놓지 않았고, 성과금을 탈 때면 돈을 더 얹어 보내기도 했다.
몇 년이 지나고 소녀의 엄마로부터 지금까지의 후원으로도 충분하다는 말을 들었지만 양 대장은 소녀가 대학에 갈 때까지 후원하겠다고 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다짐하며 후원을 이어갔다.
양 대장의 꾸준한 후원 덕분에 소녀는 올해 초 어엿한 대학 신입생이 됐다.
그는 입학 축하금 송금을 끝으로 마침내 12년 전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냈다.
소녀와 그의 엄마는 양 대장에게 작은 선물을 보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특히 양 대장은 소녀 말고도 먼저 세상을 떠난 직원의 어린 자녀 2명에게도 약 3년간 남몰래 매달 후원금을 전달했다.
현재 퇴직까지 남은 4년여 기간 동안 또 다른 사랑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장기기증 서약도 마치는 등 새로운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양 대장은 "그 아이는 제겐 막내딸이나 마찬가지"라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꿈을 이룬 아이가 대견할 따름이다. 앞으로도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소방관으로 남고 싶다"고 전했다.
jjang@fnnews.com 장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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