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불복 택한 트럼프… 최악땐 내년 1월 대통령 취임식 못한다 [혼돈의 美대선]

홍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05 18:40

수정 2020.11.05 18:40

우편투표 개표되며 역전 당하자
"이기고 있었는데 매우 이상하다"
경합주 3곳 개표 중단 소송하기로
실제 소송전 갈 땐 일부주에선
내달초까지 선거인단 확정 못해
연방대법원 가면 한달 이상 걸려
불복 택한 트럼프… 최악땐 내년 1월 대통령 취임식 못한다 [혼돈의 美대선]
미국 대통령 선거가 최악의 소송전으로 치닫고 있다. 승부의 축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기울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소송 카드를 꺼내 들었다. 선거불복에 따라 연방대법원이나 미 하원에 의한 당선인 결정 시나리오까지 제기되고 있다. 법원 판결까지 선거 결과 확정이 지연되면 최악의 경우 내년 1월 20일로 예정된 신임 대통령 취임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트럼프 VS 反트럼프 시위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개표작업 유지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이러한 개표 촉구 시위는 다른 대도시에서도 벌어졌으며 같은 날 트럼프 지지자들은 미시간과 애리조나주 투표소 인근에 모여 우편투표 개표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AP뉴시스
트럼프 VS 反트럼프 시위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개표작업 유지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이러한 개표 촉구 시위는 다른 대도시에서도 벌어졌으며 같은 날 트럼프 지지자들은 미시간과 애리조나주 투표소 인근에 모여 우편투표 개표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4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개표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오른쪽 사진).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4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개표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오른쪽 사진). AP뉴시스

■트럼프 "이기고 있었는데 이상하다"

대선 이튿날인 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 측은 핵심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주와 미시간주, 조지아주 등 3곳에 개표중단 소송을 냈다. 위스콘신주에는 재검표를 요구했다. 트럼프 캠프는 이날 성명을 통해 민주당 측에서 공화당 투표 참관인에게 개표 과정을 숨기고 있어 소송을 낸다고 밝혔다. 공화당이 투명하게 개표를 확인할 수 있을 때까지 잠정적 개표중단도 원한다고 했다.

또 대선일인 3일자 소인이 찍혀 있으면 사흘 뒤인 6일까지 도착해도 개표하도록 하는 펜실베이니아의 규정도 다시 연방대법원에 가져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줄소송을 벌이게 된 건 개표 초반 6개 경합주에서 우위를 달리던 판세가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4일 새벽까지 경합주 러스트벨트에 속하는 미시간과 위스콘신에서 뒤처져 있던 바이든 후보가 우편투표함을 열자 막판 역전에 성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편투표가 속속 개표돼 자신의 우위가 역전당하자 트위터를 통해 "많은 핵심주에서 확고한 우위를 보이고 있었는데 우편투표가 개표될 때마다 우위가 마법처럼 사라졌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그는 "매우 이상하다"면서 "어떻게 우편투표 더미가 개표될 때마다 득표율에서 그렇게 압도적이고 파괴력을 가질 수 있느냐"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표 과정에서 자신이 우세를 보이던 이날 새벽 2시께 사실상 승리를 선언하면서 개표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낼 방침을 밝혔다. 우편투표 개표를 통해 바이든 후보가 핵심 경합주에서 역전할 가능성을 우려했던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우편투표는 사기'라고 주장해왔다.

줄리아니 "트럼프가 이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인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4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개표 중단 소송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줄리아니 "트럼프가 이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인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4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개표 중단 소송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진흙탕 싸움…대법원 결정상황 오나

트럼프 대통령의 소송전은 선거 전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차례 대선 승복 질문을 받을 때마다 확답을 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전 고 루스 베이더 긴저버그 대법관 후임으로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를 임명, 6대 3의 확실한 보수우위로 만들어 놓은 상태다.

실제 소송전에 들어갈 경우 해당 지역 지방법원을 거쳐 연방대법원으로 간다. 이 과정만 해도 상당 시일이 걸린다. 2000년 미 대선 당시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플로리다주에 대해 재검표를 요구했을 때엔 주 대법원 판결까지만 한 달이 걸렸다. 그사이 미국은 정치·사회적 혼란에 빠졌다.

미 연방법에 따르면 이번 대선은 미국 모든 주에서 12월 8일까지 선거인단을 선출해야 한다. 이후 14일 선거인단 투표, 2021년 1월 6일 의회의 투표결과 승인, 1월 20일 대통령 취임 등이 이뤄진다.

만약 선거 관련 소송으로 일부 주가 다음달 8일까지 선거인단을 확정하지 못하면 어느 후보도 선거인단 과반(270명)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 경우엔 미 하원이 주별로 1표를 행사해 대통령을, 상원에서 부통령을 선출한다. 미국 헌법은 대통령 선거에서 승자가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을 때는 하원이 다음 대통령을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연방대법원까지 사안이 올라가도 12월 8일까지 불복소송 등이 마무리될 가능성도 있다. 연방대법원은 각 주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일정을 중시, 관련 사건들을 마무리한다.
다만 현재 보수우위 연방대법원의 구성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바이든 후보 측도 법률팀을 꾸렸다.
바이든 캠프는 이날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정당한 개표를 막기 위해 법원에 가겠다는 협박을 한다면 우리는 그에 저항하기 위한 법률팀을 대기시킬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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